인간형 로봇 개발, 군사 분야 활용 우려의 눈길

(AI타임스=윤광제 기자) 1970년대 인기를 끌던 ‘신조인간 캐산’이라는 애니메이션이 있었다. 반란을 일으킨 로봇군단에 대항해 ‘인간과 로봇의 중간적인 존재’인 ‘신조인간 캐산’이 로봇 개 ‘프렌더’와 함께 싸운다는 이야기였다.

극중에서 신조인간 캐산과 로봇 개 프렌더는 인간의 한계를 초월한 도약력과 스피드, 그리고 강력한 힘을 바탕으로 엄청난 활약을 벌인다. 현실에서는 불가능하기에 동경하고 즐거워했던 부분인데 이것이 현실세계에 나타났다.

각국에서 로봇을 개발할 때 유독 관계자들을 놀라게 한 것이 바로 2008년 미국의 대표적 로봇기업 보스턴 다이나믹스에서 제작한 빅독(Big Dog)이었다. 빅독은 애초에 군용물자를 수송하도록 제작돼 언덕길, 자갈길, 바윗길, 눈길, 빙판길 등 어떠한 지형에서도 어려움 없이 달렸다. 심지어 외부로부터 충격을 받거나, 미끄러운 곳에서 넘어질 위기에 처해지면 스스로 제어해서 균형을 유지할 정도로 탁월한 움직임을 보였다.

보스턴 다이나믹스는 그로부터 11년이 지나 월등히 향상된 4족보행 로봇 `스팟'(SPOT)을 출시했다. 스팟은 지난 2017년에 첫 출시됐지만 이번에는 한단계 업그레이드 됐다는 평이다.

◆ 4족 보행, 로봇 개 `스팟'(SPOT)
1992년에 설립된 보스턴 다이나믹스는 창립 초기부터 상상으로만 가능했던 것을 실제로 구현하는 로봇으로 만들기 위해, 필요한 기계와 자금을 AI 연구에 집중했다. 이후 2018년 5월 스팟 로봇의 초기 모델을 2019년 말 경에 도입할 것임을 처음 시사한 바 있는데, 이번에 그 시기가 도래했다고 밝혔다.

이 로봇은 약 90분의 배터리 수명을 가지고 있으며, 바위투성이의 불안정한 지형에서도 시속 약 5km까지 이동할 수 있는데 이는 성인의 평균 도보 속도 4km보다 약 1km가 빠르다.

등에 2개의 포트가 있어 추가 센서를 부착하고 있으며, 화물은 최대 14kg(약 31파운드)까지 실을 수 있다. 배터리 수명이 짧은 것이 단점이긴 하지만 몇가지만 개선된다면 활용도가 무궁무진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보스턴 다이나믹스의 출시 비디오에는 ‘스팟’이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것 전체를 보여주지는 않았지만, 그것은 보안, 건설, 심지어 오락에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을 암시했다.

영국의 과학 매체인 더 버지(The Verge)에 따르면 ‘스팟’의 향후 사용계획에는 경찰의 폭탄 처리나 심지어 유명한 체조선수들과 춤추는 것도 포함될 수 있다고 전했다. 로봇 개 ‘스팟’이 임대하거나 구입하는데 얼마가 소요될지에 대해서는 아직 언급이 없지만, 모든 신기술이 그렇듯이 가격이 싸지 않을 전망이다.

◆ 2족 보행, 인간형 로봇, 그리고 아틀라스(Atlas)
인간형 로봇은 로봇이 처음 출시될 때부터 궁극적인 지향점이었다. 두 발로 걷는 최초의 인간형 로봇은 일본 와세다대 가토 이치로 교수팀이 1973년에 개발한 ‘와봇’(WABOT-1)이다. 유감스럽게도 이 로봇은 디자인과 기능에서 인간의 모습과는 꽤 차이가 있었다. 다만, 인간형 로봇을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함으로써 이후에 벌어질 로봇 개발 경쟁의 서막을 장식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

1984년 와세다 대학교에서 제작한 WL-10RD는 한 걸음 걷는데 1.3초나 걸렸지만 최초로 로봇이 걷게 됐다는 것을 증명했다.

이후 인간형 로봇의 개발 역사에서 혁신을 가져온 것은 1996년 혼다社의 ‘P2’였다. 첫걸음을 내디딘 ‘WL-10RD’로부터 12년이 지난 사이에 놀라운 발전상을 보여줬다. 당시 ‘와봇’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걸음걸이가 부드러워져 세상이 떠들썩해졌다. 로봇의 키도 180㎝, 무게 208kg의 건장한 로봇은 동작을 위한 에너지로 내장 배터리를 채용해 또 한번 놀라게 했다.

일본의 인간형 로봇 개발 방향은 걸음걸이와 행동을 사람처럼 하는 것에 중점을 두면서 2000년에 혼다社의 아시모가, 2003년에 소니 社의 큐리오가 등장했다. 당시 키 60㎝에 무게 7㎏의 큐리오는 최초로 달리기가 가능한 로봇으로 기네스 기록도 가지고 있다. 시속 2.4km의 느린 속도이지만 달린다는 의미는 두 발이 땅에서 떨어지는 시간이 존재함을 의미하며 카메라의 인식과 장치의 조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불가능한 기술이기에 대단히 높은 평가를 받았다.

비슷한 시기인 2004년 12월 한국과학기술원 기계공학과 오준호 교수팀도 ‘HUBO’라는 인간형 로봇을 개발했다. 키 120cm, 몸무게 55kg이고, 35㎝의 보폭으로 1분에 65걸음(시속 1.25㎞)를 기록하면서 휴보는 세계 3대 이족보행 로봇 플랫폼으로 인정받게 됐다.

그리고, 지난 24일 인간형 로봇계의 끝판왕급인 아틀라스가 영상을 통해 등장했다.

아틀라스가 처음 등장한 것은 2015년 로봇 경진대회 ‘다르파(DARPA) 로보틱스 챌린지(DRC)’였다. 키 188cm에 무게 150kg이 넘는 덩치, 자유롭게 움직이는 관절. 고성능 센서, 레이저 등 ‘터미네이터 로봇’불려도 손색없는 등장이었다. 하지만 놀라운 등장에 비해 대회에서는 균형을 잃고 고목나무 쓰러지듯 넘어지면서 ‘아직은 이르다’는 혹평을 받아야 했다.

그런데 1년 뒤인 2016년 2월, 넘어져도 스스로 일어나는 영상을 통해 다시 주목을 이끌었다. 외모도 키 180cm에 몸무게 81kg으로 DRC 대회 보다 작아지고 날렵해져 제법 사람과 유사한 모습을 나타냈다. 심지어 눈길을 걷고, 좁은 곳에서 4.5kg의 박스를 손쉽게 옮기는 모습을 보여주는 등 위험한 현장 작업 로봇으로서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리고, 이번에 소개된 영상에서 아틀라스는 파쿠르(Parkour)를 할 수 있는 정도가 됐다. 파쿠르는 안전장치 없이 도시나 자연환경에서 장애물들을 활용해 효율적으로 이동하는 개인 훈련을 말한다.

보스턴 다이나믹스는 아틀라스의 작동 방식에 대해 "먼저 최적화 알고리즘이 각 기동에 대한 높은 수준의 설명을 동적으로 실현 가능한 기준 동작으로 변환한다. 그런 다음 아틀라스는 하나의 기동에서 다음 기동까지 원활하게 혼합되는 모델 예측 제어기를 사용해 움직임을 추적한다"고 밝혔다.

즉, 이전 모델의 아틀라스가 장애물을 뛰어넘기 위해 속도를 낮추고 멈춰야 했던 것과 달리 이제는 달리는 도중 장애물을 만나면 속도를 그대로 유지한 체 한 발로 장애물을 뛰어넘는다는 것이다.

아틀라스가 놀라운 수준의 로봇 몸체 조정을 능력을 시연하면서 빠르고 효율적으로 어떠한 지형에서도 대응가능해 화재나 홍수와 같은 재난 구조 전문 로봇으로 활용될 가능성을 제시했다. 다만, 군사 분야에서 활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마디로 좋은 소식은 인간형 로봇들이 점점 더 강력해진다는 것이고, 나쁜 소식은 더 강력해진다는 것이다. 이 강력함이 유익한 점으로 작용할지 재앙으로 작용할지는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한편 보스턴 다이나믹스는 매사추세츠를 거점으로 하는 로봇 회사로, 2013년 구글이 인수했다가 2017년 소프트뱅크로 매각를 거치며 오늘에 이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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