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웨어 오류, 제조사의 결함인가? 전력선 방식을 극복하지 못한 구조적 문제인가?
한전, 전력선(PLC) 방식 AMI에 대한 검증 필요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이훈 (사진출처 = 이훈의원실)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이훈 (사진출처 = 이훈의원실)

(AI타임스=허정운 기자) 한국전력공사가 지난 10년간 구매한 AMI용 전자식 전력량계 64만여 대가 리콜이 진행되어 477억 가량의 손실이 발생된것으로 드러났다. 주요 고장원인은 전력량계 부동현상, 펌웨어 오류 발생 등으로 파악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이훈 의원(서울 금천구, 더불어민주당)이 한국전력공사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의하면, AMI계량기가 도입된 지난 2010년 이후 약 64만여 대의 AMI계량기가 리콜 된 것으로 나타났다.

AMI(Advanced Metering Infrastructure)는 다양한 네트워크 수단을 통하여 검침기와 양방향 통신으로 에너지 사용 정보를 측정ㆍ수집ㆍ분석해 소비자에게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시스템이다. 한전은 통신 방식으로 전력선(Power Line Communication, PLC)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AMI계량기는 AMI에 사용되는 전자식 전력량계를 말한다. 이는 검침원이 직접 돌며 사용량을 확인해야 하는 기존 계량기와 달리, 자동으로 검침할 수 있어 검침원 고용을 줄일 수 있다. 이로인해 인건비 절감과 또 실시간 사용량 측정이 가능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이 의원은 AMI계량기 도입이후 64만 3528대가 5차례에 걸쳐 리콜 된 것으로 밝혀졌으며, 설치비용만 477억 2860만원, 리콜로 인한 업체 부담비용만 119억 340만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주요 리콜 사유로는 ▲펌웨어 입력장치 오류로 인한 펌웨어 변조 ▲전력량계 펌웨어 오류에 따른 비정상 계량 ▲정전경험 후 전력량계 부동현상 발생 ▲계절변경 시 전력사용 및 최대수요전력 미동작 ▲전력량계 펌웨어 버전오류 입력, 역방향 계량기 LCD창 소수점 사라짐 등이다.

현재까지 가장 리콜이 많이 행해진 모델은 2016년부터 도입된 Advanced E-Type으로 ▲전체 53.1%인 34만 2078대가 리콜 되었고 비용만 102억 275만원으로 전체 리콜비용의 85.71% 차지했다. 이어 14년에 도입된 G-Type이 ▲리콜 24만1450대, 리콜비용 4억 2625만원, 10년에 도입된 E-Type이 ▲리콜 6만대, 리콜비용 2억 7440만원이 소요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력선(PLC)통신 개념도 (사진=전력연구원) ©AI타임스
전력선(PLC)통신 개념도 (사진=전력연구원) ©AI타임스

하지만 근본적으로 전력선(PLC)방식으로는 통신이 어렵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한전에서 적용하는 전력선(PLC) 방식은 전기가 흐르는 전력선을 통신선으로 사용 하기 때문에 전기에서 발생하는 노이즈가 통신을 방해한다. 이는 인터넷 선 등과 같이 통신만을 위한 전용선과 달리  전기와 통신을 전력선 한선에 함께 사용하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지난 2010년 전력선(PLC) 방식 도입당시에도 전기의 노이즈가 통신을 방해 할 수 있어 전용선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다. 하지만 당시 한전은 기존 전력선을 활용하기에 전용선 매설비가 별도로 들지 않는다는 장점을 내세워 전력선 방식 도입을 강행했다. 이로인해 한전이 전력선 통신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전력선 국책사업과 연계하여 무리하게 사업을 진행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전력선 통신 AMI 도입 10년이 지난 현재 64만 여대 리콜과 477억의 손실이라는 성적표는, 경제적 손실 문제와 별도로 과연 그간 밝혀 온 한전의 설명대로 전력선 방식 AMI가 안정화가 이뤄진 것인지 의문이 들게한다.

한전 전시관에 설치된 E-Type(좌측)과 G-Type(우측) 전력량계 (사진=한전) ©AI타임스
한전 전시관에 설치된 E-Type(좌측)과 G-Type(우측) 전력량계 (사진=한전) ©AI타임스

E-Type (Economy Type) 전자식 전력량계는 한전이 지난 2010년 기계식 전력량계를 대체하기 위해 최초 도입한것으로 기존 기계식 전력량계 단가를 기준으로 만들어진 제품이다. 이로인해 LS산전을 비롯한 전력량계 업체들은 무리하게 단가를 낮춰 보급해야만 하는 숙제를 떠안았다. 뿐만아니라 저가 입찰로 인한 경쟁으로 계량기 업체들은 저가 중국제를 수입하거나 PCB(printed circuit board, 회로기판) 완제품 수입 후 국내에서 조립만 하는 방식으로 납품하고 수많은 업체 난립으로 품질 문제 등이 지적되기도 했다.

이번에 리콜사유로 지적된 펌웨어 입력장치 오류로 인한 펌웨어 변조, 펌웨어 오류에 따른 비정상 계량, 전력량계 부동현상 발생, 계절변경 시 전력사용 및 최대수요전력 미동작, 전력량계 펌웨어 버전오류 입력, 역방향 계량기 LCD창 소수점 사라짐 등은 이들 전자식 전력량계가 사용하는 펄스신호방식(pulse signaling) 신호 오류라 큰 것으로 판단된다. 이는 전력량계에 내 장된 소프트웨어(S/W) 문제로도 볼 수 있다.  

펄스신호방식은 다중 주파 부호(MFC) 신호 방식의 하나로, 각각의 신호는 미리 정해진 길이로 전송되며 신호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하여 신호의 처음과 마지막 사이에 여분을 주어 이 기간 사이의 각종 신호는 인정하지 않고, 후진 신호도 사용하지 않는 매우 빠른 신호 방식을 말한다.

이 의원은 AMI계량기가 2010년 도입이후 약 700만호에 설치되었고 앞으로도 AMI계량기 보급은 지속적으로 진행될 예정인데 이렇게 리콜 대수가 많은 것은 AMI계량기 생산업체가 증가함에 따라 수익을 보전하기 위해 품질이 떨어지는 계량기를 납품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경기도 의왕시 소재 한국전력공사 자재납품처 (사진=한전) ©AI타임스
경기도 의왕시 소재 한국전력공사 자재납품처 (사진=한전) ©AI타임스

한전은 전자식 전력량계를 납품하기 전 경기도 의왕시 소재 자재납품처에서 품질검사를 진행하며, 합격한 제품에 대해서만 납품을 허용한다. 검수에 합격한 제품이 리콜이 이뤄진것이기 때문에 한전은 AMI 계량기 리콜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할것으로 보인다. 또 한점 검수 시스템의 보완도 필요해 보인다.

이번에 리콜 사유로 지적된 펌웨어 오류 문제는 이훈 의원이 지적한 대로 수익보전을 위해 품질 이하 제품을 납품한 제조사의 문제가 큰것인지, 단순히 제조 결함인지, 아니면 전력선 방식을 극복하지 못한 구조적인 문제 인지 면밀히 들여다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불필요한 세금이 낭비 되지 않도록 한전과 관리감독의 관심이 요구된다.    

【에이아이타임스 aitimes 에이아이타임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