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타임스=김혜성 기자) 최근 태양광 REC (Renewable Energy Credit, 신재생공인인증서) 가격이 폭락하면서 재생에너지 확대 보급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에 정부는 발전사 매입물량을 늘리고 REC 가격 변동 폭을 축소하는 등의 대책을 내놨지만 근본적 해결 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본지는 REC 가격급락 원인과 대책, 태양광 발전 사업 확대를 위한 방안에 대해 보도한다.

 

REC (Renewable Energy Credit, 신재생공인인증서)

(사진=에너지관리공단) ©AI타임스
(사진=에너지관리공단) ©AI타임스

REC는 전력판매와 함께 태양광 발전의 수익원 중 하나이다. 태양광 발전 사업자는 생산한 전력을 한전에 팔고, REC는 한국수력원자력 등 18개 발전사에 팔 수 있다. 발전사는 총발전량 가운데 일정량 이상을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해야 하는데, 자체적으로 신재생에너지 발전소를 늘리거나 REC를 사서 의무 발전량을 채워야 한다. 2018년에는 전체 발전량의 5.0%, 올해는 6.0%, 내년에는 7.0%가 각각 의무 비율이다. 정부는 2023년까지 신재생에너지 의무 발전 비율을 해마다 1.0%포인트(P)씩 높이도록 했다.

 

REC 가격, 최근 3년간 66.3%나 폭락

REC 거래량과 가격 추이 (사진=태양광발전협회) ©AI타임스
REC 거래량과 가격 추이 (사진=태양광발전협회) ©AI타임스

REC 가격은 2018년 5월 11만원에서 같은 해 12월 7만9000원으로 급락했다. 올해도 하락이 계속되면서 한국거래소가 24일까지 집계한 9월 REC 거래 가격은 평균 5만8000원에 불과하다. 100㎾ 용량의 태양광 발전소를 지은 사람의 경우 매일 3.6시간 발전기를 돌리면 한 달에 1만800kWh의 전력과 12개의 REC(일반 부지에 지어 1MWh 당 1.2개)가 생긴다. REC 가격이 2018년 5월 11만원에서 현재 5만8000원으로 내렸기 때문에 REC 판매 수익은 연 1584만원에서 835만원으로 약 750만원 줄었다.

 

정부, 발전사 매입물량 늘리기로

연도별 발전소 공급 의무량 (사진=에너지관리공단) ©AI타임스
연도별 발전소 공급 의무량 (사진=에너지관리공단) ©AI타임스

지난해 하반기 이후 REC 가격이 급락하면서 태양광 발전 사업자의 채산성이 급격히 악화되자, 정부는 REC 계약 물량을 늘리기로 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5일 태양광 발전 시장 가격 안정화 대책을 발표하면서 2019년 하반기 계약 시장 입찰 물량을 500MWh(메가와트시)로 올 상반기 350MWh보다 150MWh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작년 2018년 상반기에도 250MWh에서 같은 해 하반기 350MWh로 100MWh 늘렸었다. 1년 만에 다시 장기 계약 물량을 늘린 것이다. 계약 시장이란 발전사와 신재생에너지 발전소가 20년간 고정 가격에 공급하기로 합의한 것을 말한다.

정부는 매입을 위해 한국전력 산하 발전자회사를 동원했다. 발전사들이 20년 동안 같은 가격으로 매입하는 계약 시장 물량을 늘리기로 한 것이다. 태양광 발전 사업자에게 안정적인 수익원을 보장하겠다는 취지이지만, 이는 고스란히 전력 공기업이 부담을 지게 되는 방식이다.

 

REC 폭락의 원인 중 하나는 REC의 초과공급 때문

더불어 민주당 김성환 국회의원 (사진=김성환 의원실) ©AI타임스
더불어 민주당 김성환 국회의원 (사진=김성환 의원실) ©AI타임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김성환 국회의원은 국정감사에서 2018년 현재 우리나라 재생에너지공급의무량은 2,370만 REC 수준인데, 재생에너지 공급량은 2,700만 REC 수준이어서 330만 REC가 초과공급 됐다고 주장하며, REC 폭락의 원인 중 하나로 REC의 초과공급을 지적했다.

2017년부터 재생에너지공급의무량과 공급량이 역전되면서 가격하락이 시작되어 지금은 재생에너지사업자들이 경제적으로 피해를 입고 있다. REC 보유시기인 3년이 지나는 2020년부터는 REC 가격 폭락을 넘어 아예 판매 포기 현상까지 나타날 수도 있다

REC가 초과 공급되면 재생에너지 사업자는 재생에너지 가격의 40%(’19.6 기준)을 차지하는 REC를 팔지 못해 손해가 발생하고, 재생에너지 시장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태양광 발전소가 갑자기 늘면서 REC 가격이 급락

광주첨단공장 건물일체형 태양광시설 ©AI타임스
광주첨단공장 건물일체형 태양광시설 ©AI타임스

전력 업계는 태양광 발전소가 갑자기 늘면서 REC 가격이 급락한 것으로 보고 있다. 태양광 발전소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2017년 5월 이후 급격히 늘었는데, 수요는 거의 고정돼 있다 보니 REC가 남아도는 상황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태양광 발전 설비용량은 2016년 말 371만kw에서 2017년 말 506만kw, 2018년 말 713만kw로 늘었다.

산업부는 또 발전 사업자가 신재생에너지 의무발전을 할당량의 5분의 1 한도 내에서 3년간 연기할 수 있도록 한 것을 축소해 의무발전을 늘리기로 했다. 산업부는 "공급의무자(발전사)가 2020년 또는 2021년으로 연기한 의무공급량을 올해 말까지 조기 이행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정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이렇게 장기 계약 물량을 늘릴 경우 한전 계열사인 발전사들의 부담이 커진다는 것이다. REC 가격이 내려가는 상황이라, 1~2년만 지나면 현물 가격보다 계약 가격이 비싸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시장 가격보다 비싼 가격에 20년에 가까이 REC를 매입해야 하기 때문에 고스란히 그만큼 손해를 보게 된다.

 

바이오 혼소 물량이 증가하는 것도 REC 시장의 문제

(사진=한국에너지공단) ©AI타임스
(사진=한국에너지공단) ©AI타임스

바이오 혼소는 석탄 화력발전소에 우드팰릿과 같은 바이오에너지를 혼합해 사용하는 방법인데, 바이오에너지가 재생가능에너지로 분류되긴 하지만, 탄소중립까지는 수십 년이 걸리는데다가 발전회사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REC를 확보하기 위해 자체 발전소에 바이오 혼소를 하는 경우가 많다.

2018년 기준으로 바이오 혼소로 인한 REC 발급 량은 900만 REC가 넘어 전체 REC발급 량의 절반 정도를 차지한다.

더불어민주당 김성환 의원은 “바이오 혼소에 대한 발전사들의 무분별한 투자로 인해 REC 시장이 교란되고 있기 때문에 바이오 혼소를 최소화하고, 이미 투자된 바이오 혼소 설비의 REC는 일몰제 등을 도입해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하며 발전사들의 무분별한 석탄-바이오 혼소확대가 태양광․풍력 확대를 저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역의 협동조합과 같은 소규모 재생에너지 사업자들이 늘어나야

전남 영광군 홍농읍 진덕리 산덕마을에 태양광 패널이 설치돼있다. (사진=한국수력원자력) ©AI타임스
전남 영광군 홍농읍 진덕리 산덕마을에 태양광 패널이 설치돼있다. (사진=한국수력원자력) ©AI타임스

김 의원은 재생에너지는 지역분산형 체계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지역의 협동조합과 같은 소규모 재생에너지 사업자들이 늘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REC를 구매해야 하는 공급의무자들이 장기고정가격보다는 가격이 계속 내려가고 있는 현물시장 구매를 선호하면서 협동조합들이 사업을 추진하는 중규모 태양광의 사업안정성은 지나치게 저하되고 있다는 것이 김 의원의 설명이다.

100~1,000kW에 해당하는 중규모 발전사업의 경우 전체 1,926MW 중 50%인 964MW가 현물시장에서 거래되고 있고, 장기고정가격으로 계약되는 물량은 19%에 불과하다. 이로 인해 주민들이 출자해 만든 에너지협동조합 등이 수익률 저하로 고통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산업부, REC 현물시장의 가격 변동 폭을 30%에서 10%로 축소

지난 2017년 열린 나주시 한국전력거래소 개소식 모습 (사진=산자부) ©AI타임스
지난 2017년 열린 나주시 한국전력거래소 개소식 모습 (사진=산자부) ©AI타임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25일 하반기 태양광 경쟁 입찰 용량 확대를 포함한 REC 시장변동성 완화 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의 주요 골자는 올해 하반기 태양광 경쟁 입찰 용량을 상반기의 350MW에서 500MW로 확대한다는 것이다.

REC가격 안정과 관련해서는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자의 의무연기량을 2019년에 조기 이행하도록 관련 제도를 정비하고 사업자들이 소형 태양광 고정가격계약 매입제도(한국형 FIT제도) 참여를 올해 연말까지 추가로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현물시장 매도·매입 상하한 한도를 ±30%에서 ±10% 수준으로 조정하는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이 대책으로 태양광 발전사업 특히 소규모 사업의 안정성이 높아졌다.

산업부의 이번 조치에 대해 국민의 전기요금으로 지원되는 REC 시장에 정부가 인위적으로 가격을 조정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태양광 발전 업계는 환영의 입장문을 냈다. 일시적으로 단기적인 시장 변동성을 완화하려는 조치로서 태양광 발전단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해 태양광발전이 가격 경쟁력 있는 에너지가 되고 있는 만큼 가격변동의 리스크도 완화될 것으로 전망한 것이다.

 

RPS와 FIT

(사진=산자부) ©AI타임스
(사진=산자부) ©AI타임스

RPS (Renewable Energy Portfolio Standard,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는 50만KW 이상의 대규모 발전사업자(공급의무자)가 총발전량의 6%를 (매년 1%포인트씩 늘려 2023년 10%로 확대)를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로 발전해 공급해야 하는 제도다. 자체 생산한 재생에너지 전력이 부족하면 소규모 사업자로부터 구매해 의무량을 채워야 한다. 의무량을 채우지 못하면 과징금을 물게 된다. 국내 공급의무자(대형 발전사)는 서부발전 동서발전 등 21개사다.

FIT (Feed-In-Tariff, 기준가격지원제도)는 태양광, 풍력, 바이오 등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하여 발전된 전력을 높은 기준가격을 설정하여 구매하는 제도로 독일, 스페인 등 주로 유럽국가에서 시행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확대위해서는 RPS와 FIT 계획 수립 중요

(사진=산자부) ©AI타임스
(사진=산자부) ©AI타임스

2020년대 후반에는 재생에너지 생산비용이 석탄화력 생산비용과 역전되는 그리드패리티(grid parity) 시점이 도래할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에서 재생에너지에 무제한적인 지원을 할 수는 없다는 것이 업계의 전망이다.

그리드패리티를 앞당기고 재생에너지로 조속히 전환하기 위해선 시장의 안정성을 높여야 하며 이를 위해 정부가 그리드패리티 도달 시점까지 RPS와 FIT와 같은 제도를 어떻게 적용하고 운용할 것인지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재생에너지3020 정책과 태양광발전 시장

(사진=KEIA) ©AI타임스
(사진=KEIA) ©AI타임스

정부의 재생에너지 3020 정책 달성을 위해서는 사업 불확실성이 제거되어야만 할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앞서 언급한 정책들의 계획 수립이 중요하다.

화석 에너지를 대체하는 재생에너지 선택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필수이다. 다행히 세계 태양광 기술은 고효율 제품이 잇달아 시장에 출시되고 있어 태양광발전 시장의 전망도 밝아 보인다. 우리나라는 제한된 부지와 높은 설치비용 등으로 태양광 사업 확대가 어렵지만, 초기 태양광 확대 단계에서 발생하는 여러 문제들을 정부와 업계가 슬기롭게 헤쳐 나갈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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