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규진 교수
조규진 교수

2016년에 시스템 반도체 세계시장은 약 60조 원대였으며, 이들 시장의 50% 이상을 대만 기업 TSMC가 차지하고 있으며, 2019년 하반기에는 우리나라의 메모리 반도체 사업은 가격 하락으로 인한 수익이 현저히 줄어든 반면 대만의 대표적인 시스템반도체인 TSMC은 수익이 10% 증가하였다. 이와 같은 고부가가치 사업이면서 동시에 시장 진입장벽이 높은 시스템 반도체 사업이 매력적이기 때문에 국내 유명 기업들도 투자를 하고 있으나, 막대한 자본 투입뿐만 아니라 축적된 Knowhow가 절대적으로 필요로 하는 기존의 시스템 반도체 사업은, 우리나라가 후발 주자로서 세계 선두 기업들을 따라잡고 또한 그들을 능가하는 수준에 이르기까지의 필요한 투자비용과 시간을 고려한다면, 분명히 시스템반도체 사업은 고부가가치 사업은 맞으나 효율적이고 상대적으로 안전한 미래 지향적인 사업 분야라고 볼 수 없다.

즉, 시스템 반도체와 같이 시장 규모와 진입장벽이 높은 큰 파급효과를 지닌 신산업을 개발하는 것이 오히려 효율적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지난 20년간 지속적으로 신사업을 견인할 수 있는 신기술 개발이 각 국가의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한 열매가 4차 산업혁명과 AI로 대표되는 신산업들이다.

따라서, 현재 전 세계적으로는 4차 산업혁명과 AI로 대표되는 국가 전략산업 안에서 해당 국가가 보유하고 있는 자원과 기술을 극대화하는 차원에서 미래의 확실한 신산업을 찾기 위한 R&D 및 시범 사업 투자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러한 이유로 유럽과 미국 그리고 일본에서는 지난 20년간 인쇄전자 분야에 국가 차원의 지원이 이루어졌으며, 이제는 기업들을 중심으로 사업화를 시도하고 있는 수준이다. 한국도 이들 선진국 수준보다는 작지만 많은 정부 차원의 지원 사업이 인쇄전자 분야에 이루어졌고, 아직도 진행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확실한 인쇄전자 분야의 사업 방향이 서지 않아 추가 R&D 지원이나 시설 인프라 구축 지원 및 고급 연구 인력양성 프로그램 운영을 위한 국가 차원의 투자를 주저하고 있다. 이러한 망설임의 주된 이유는 우리나라가 한 번도 세계 산업을 선도하는 First Runner로서의 역할을 해본 적이 없어 위험 감수를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고, 두 번째 이유로는 내수시장이 적어서 인쇄전자 관련 신산업이 개발된 후에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하여 세계 시장을 단 기간에 석권하지 못하면 국가의 주력산업으로 자리 잡을 수 없는 실질적 내수시장 구조의 한계 때문이다.

그렇다면, 인쇄전자 산업 분야에서 First Runner로서 신산업 육성 후 단기간에 세계시장을 선도할 산업은 무엇일까? 많은 기술 분야들 중, 인쇄 유연 시스템 반도체 산업 분야라고 본인은 생각한다. 왜냐하면, 기존의 Si 기반 시스템반도체가 70 나노급의 파운드리로 세계시장을 선도하고 있으나, 이러한 파운드리로 제조된 칩들은 IoT로 대표되는 연간 110조 원 규모의 무선센서 시스템 분야에 너무 고 비용이고 동시에 과한 스펙이라고 볼 수 있다. 즉 IoT 분야에서 초저가로 가격에 구애받지 않고 공급되어야 하는 무선센서 유연 시스템은 10-30 마이크론 인쇄전자에 기반한 유연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 구축으로 충분히 가능하다고 사료된다.

인쇄 유연 시스템 반도체 파운드리 사업은 벨기에의 IMEC에서 2010년 전후반에 걸쳐 추진하다가 아직까지 선진국에서도 성공하지 못한 기술 장벽이 매우 높은 산업 분야이다. 즉, 우리라는 기존의 시스템 반도체로 대표되는 선발 주자들이 확고하게 다져놓은 파운드리 산업을 따라잡으려고 투자하는 비용과 인력의 10%만이라도 인쇄전자 기반의 유연인쇄전자 파운드리 신산업 육성을 위해 투자한다면, 그동안 국내에서 세계 최고 수준으로 축적된 인쇄전자 기술과 ICT 산업 인프라를 기반으로 하여, 전혀 새로운 유연인쇄전자 파운드리 신산업 육성을 통해 5년 안에 전 세계 유연 인쇄전자 시스템 반도체 시장을 선도하여 주도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를 위해, 지난 20년간 인쇄전자 분야의 R&D를 수행한 한 연구자로서, 우선 한국 유연전자 산업 협회(KoPEA)와 한국 유연인쇄전자 학회(KPFA)를 중심으로 유연인쇄전자 기반 시스템 반도체 산업 육성 청사진과 기술 및 산업 로드맵을 만들어 전 세계를 선도하는 국가의 미래 성장 동력의 한 사업으로 추진하였으면 하는 소망을 가져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