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창규 KT 회장의 후임자로 최종 선정된 구현모 KT 커스터머&미디어 부문장(사장)의 모습. (사진 제공=뉴스1) ©AI타임스
황창규 KT 회장의 후임자로 최종 선정된 구현모 KT 커스터머&미디어 부문장(사장)의 모습. (사진 제공=뉴스1) ©AI타임스

(AI타임스=전승진 기자) 6만여 KT 직원을 이끌 차기 최고경영자(CEO)로 구현모 KT커스터머&미디어부문장(사장)이 사실상 확정되면서 그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37명의 사내·외 CEO 지원자 중 9명이 1차 관문을 통과할 때까지만 하더라도 유력 후보군에 있지 않던 구 사장이 27일 KT 회장후보심사위원회가 선정한 차기 CEO 1인으로 낙점됐다. 2002년 민영화가 됐지만 정권의 '전리품'으로 취급되며 이명박 정부때부터 낙하산 논란이 끊이질 않았던 KT가 실력으로 검증된 '정통 KT맨'을 수장으로 배출한 역사적 순간이다.

KT 이사회는 회장후보심사위원회로부터 회장후보자 결정안을 보고받은 후 차기 CEO 후보로 구현모 KT 사장을 정기 주주총회에 추천하는 안건을 결의했다고 27일 밝혔다. 내년 3월 주주총회를 거쳐 CEO로 공식 취임하는 절차다.

회심위 측은 구 사장이 급변하는 경영환경에서 KT 기업가치를 성장시킬 최적의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또 KT 미래에 대한 확실한 비전과 구체적인 전략을 제시한 점을 높이 샀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회심위가 밝힌 이런 이유는 구 사장이 KT에서 보여준 행보를 볼 때 충분히 납득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공통적인 반응이다.

먼저 그가 맡은 사업이 KT의 미래 핵심 먹거리에 속한다. '커스터머&미디어'는 KT의 미디어와 인터넷멀티미디어TV(IPTV) 사업을 총괄하는 사업 부문이다. KT는 IPTV에서 가입자 700여만명을 확보하며 유료방송업계의 독보적 1위 기업이다. 자회사 KT스카이라이프와 합하면 국민 5명 중 1명이 KT의 유료방송 플랫폼을 이용할 정도로 탄탄한 사업부문을 맡고 있다.

인터넷동영상서비스(OTT)의 성장이 본격화하면서는 IPTV를 기반으로 한 OTT 신사업도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 28일에 선보인 신규 OTT 서비스인 '시즌'(Seezn)은 출시 한달도 안돼 이용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이유로 그가 맡은 미디어 부문의 매출은 올해 매 분기 두 자릿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포화 상태인 모바일 시장에서 탈피해 새 먹거리로 미디어 사업이 각광받는 찰나에 이 사업을 진두지휘한 구 사장의 능력이 수치로 증명되고 있는 셈이다.

한편, 국내 최대 디지털 미디어랩사인 '나스미디어' 인수를 주도하는 등 기업 인수합병(M&A)에 대한 경험이 충분하다는 평가다. KT는 현재 불확실한 합산규제 때문에 유료방송 M&A에 소극적인데, 구 사장이 맡고 있는 사업 부문과 경험을 살린다면 충분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정통 KT맨이란 점도 긍정적이다. 누구보다 KT 내부 사정을 잘 아는 만큼 CEO 취임 이후 적응 기간이 필요 없는 점 등이 충분한 장점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서울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한 구 사장은 1987년 KT에 공채로 입사한 뒤 지금까지 KT맨으로 살고 있다. 2007년 KT 전략CFT그룹 전략1담당 상무 대우로 임원에 오른 후 KT 개인고객전략본부장, KT T&C부문 T&C 운영총괄 전무, KT 경영지원총괄 부사장 및 사장 등을 거쳐 지난해 11월부터 커스터머&미디어부문장(사장)으로 일하고 있다.

그럼에도 '리스크'는 있다. 가장 큰 리스크는 황창규 현 회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사건에 연루돼 있다는 점이다.

또 황창규 회장 취임 초대 비서실장(부사장)을 지내 '황의 남자'라는 꼬리표에서 자유롭지 못하단 비판이 있다. 자칫 황 회장의 퇴임 이후 그의 영향력이 구 CEO를 통해 KT에 미칠 수 있는 점이 우려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