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쇄국’이 이어지는 일본 기업에서 ‘데지마’가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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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쇄국’이 이어지는 일본 기업에서 ‘데지마’가 급증
  • 윤광제 기자
  • 승인 2020.01.12 22: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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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도시대의 대지마 (사진=셔터스톡)©AI타임스
▲에도시대의 대지마 (사진=셔터스톡)©AI타임스

(AI타임스=윤광제 기자) 쇄국 정책을 취했던 일본의 에도 시대, 유일한 교역 거점으로 나가사키에 축조된 ‘데지마’, 약 400년이 지난 지금 회사 본체와 별도로 운영되는 ‘데지마’ 같은 조직을 마련하는 움직임이 대기업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데지마(出島)는 1636년 에도 막부가 시행한 쇄국정책의 일환으로 나가사키에 건설한 인공섬이다. 섬은 부채꼴 형상이며 전체 넓이는 약 1.3ha 정도이다. 1641년에서 1859년 사이에 네덜란드를 상대한 무역은 오직 이곳에서만 독점적으로 허용됐으며, 쇄국정책을 펼치던 일본에 서양과의 교류라는 물꼬를 튼 상징적인 장소이다.

AI(인공 지능)이나 IoT(물건의 인터넷화) 같은 첨단 테크놀로지의 등장으로 거세지자 국제 경쟁에 이기기 위해서, 일본 기업은 상식에 얽매이지 않고 활동하는 ‘혁신의 거점’으로서 ‘데지마’를 필요로 하는 것 같다.

‘데지마 전략’이란 말이 퍼진 것은 그저 몇년 전이다. 경단련은 2018년 발표한 제언의 가운데‘데지마’에 언급하고 혁신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이질적인 조직을 데지마처럼 만들어 자유롭게 활동하는 것이 효과적이다’이라며 기존의 사내 조직과 다른 곳이야말로 혁신이 이뤄진다는 지적이다.

◆ 다수 기업의 도전

이미 데지마 전략은 업종을 초월해 많은 기업이 실천하고 있다. 일본 생산성 본부가 약 390개에서 응답을 얻은 조사에 따르면 데지마를 설치하는 기업은 23.2%. 종업원 300명 이상 기업은 32.6%에 이르고 설립 연수는 19년이 가장 많았고, 최근 3년 급증하고 있다.

예컨대 ANA홀딩스는 통상 업무와 선을 긋는 치외 법권적인 부대로서, 부 사장 직할의 ‘디지털·디자인·랩’에서 새로운 서비스를 모색. 모리나가 제과는 사장 직할의 ‘새 영역 창조 사업부’이 매출액과 영업 이익의 예산을 설정하지 않고 신규 사업 출범에 움직이고 있다. 도쿄 전력, KDDI, 후지쯔, 코니카 미놀타 노무라 홀딩스 등 상당수 대기업이 데지마를 마련, 기존의 사내 상식에 얽매이지 않고 혁신을 쫓고 있다.

기업이 데지마 전략을 추진 배경에는 경쟁 환경의 격변에 대한 강한 위기감이 있다. 에도 시대의 데지마는 서구의 문화를 도입하는 창구로서 기능했지만 혁신을 창출하기 위해서도 외부의 이질적인 가치관의 주입이 필수다. 생산성 본부가 조사를 바탕으로 작성한 보고서는 “사내 지식의 편성은 한계가 있으므로 외부의 다양성을 넣어 지식의 탐색을 꾀해야 한다"라고 제언한다.

◆투수보다 포수의 문제?

생산성 본부의 조사가 흥미로운 것은 혁신이 태어나지 않는 원인에도 파고들어 있는 것이다. 단기적 이익 추구, 과거의 성공 체험에 매달리는 실패를 허용하지 않는 인사 평가. 실로 6할 이상의 기업이 리스크를 취하기에 소극적인 임원 클래스의 상층부가 혁신의 저해 요인이라고 느끼고 있다. ‘제안자(투수)’의 공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상층부(포수)’의 자질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본 기업은 세계에 비하면 분명히 혁신의 움직임이 둔하다. 스위스의 비즈니스 스쿨‘IMD’이 해마다 책정하는 경쟁력 랭킹(2019년)를 보면 일본의 종합 순위는 30위(1위는 싱가포르). 항목별로 보면 ‘빅 데이터의 활용·분석’, ‘국제 경험’ 등으로 63개국 중 꼴찌다. 동양대 글로벌·혁신학 연구 센터가 책정한 혁신 진전 정도를 측정하는 새로운 지표에서도 일본은 60개국 중 32위에 그친다.

지난해 12월 12일 냉전 종식 30년째를 맞은 세계의 과제를 논의하는 ‘일본 아카데메이아 제1회 도쿄 회의’에 참석한 아탈리씨는 리더의 자리에서 추락한 미국의 후임을 노리는 국가가 등장하려는 단계에 있지만 ‘그것은 국가가 아니라’라고 지적. 국가의 화폐 발행 주권을 앗아갈 수 있는 가상 화폐(암호 자산) ‘리브라’를 개발 중인 페이스북 등 ‘GAFA’로 불리는 미국의 거대 IT기업을 염두에 ‘국가가 기업으로 대체될 수 있다’라고 호소했다.

◆일본 기업은 쇄국 상태?

아탈리씨의 지적에 끌어들이고 생각하면, 일본 기업은 역시 주회 지연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일본 기업이 데지마를 두는 것은 뒤집어 보면, 기존의 사내 체제에서는 혁신을 일으키지 못하다는 것이다. 데지마가 없다면 혁신을 일으키지 않는 일본 기업은 아직 낡은 기업 풍토에 묶인 쇄국 상태에 있다.

다른 차원의 서비스를 추구하는 GAFA에 데지마는 없다. 본체 모든 것이 혁신 거점이다. 일본이 진정한 혁신 대국이 될 것은 데지마의 끝에 있는 ‘유신’이 일어났을 때이다.

【에이아이타임스 aitimes 에이아이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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