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신러닝 기반 슈퍼컴퓨터로 분석
과거 ‘5대 대멸종’ 이론 뒤집는 결과

고대 데본기 이후에도 멸종되지 않고 살아남았을 걸로 추정되는 삼엽충. (사진=Alamy Stock Photo). ©AI타임스
고대 데본기 이후에도 멸종되지 않고 살아남았을 걸로 추정되는 삼엽충. (사진=Alamy Stock Photo). ©AI타임스

(AI타임스=박혜섭 기자) 중국 난징 대학 지질학과 고생물학 연구소가 최근 머신러닝과 슈퍼컴퓨터를 이용해 데본기 때 해양생물의 멸종원인을 밝혀냈다. 데본기는 지금으로부터 약 4억 2000년 전부터 3억 5천 9백년 사이를 일컫는 6대 고생대 중 하나로 다양한 종류의 어류가 출현하고 발달한 시기다.

과학 전문 잡지 뉴사이언티스트(New Scientist)의 보도에 따르면 연구진은 슈퍼컴퓨터 텐허 2호에 머신러닝 기법을 입력해 26,000년 단위로 데본기를 나눴다. 또한 중국과 유럽에 남아있는 11,000 가지의 해양생물 관련 10만개의 방대한 자료를 분석했다. 일반 컴퓨터로는 평균 12년 걸리는 작업이 텐허 2호와 인공지능(AI) 기술로 단 몇주만에 끝이 났다. 텐허 2호는 중국 국방과학기술대학이 개발한 세계에서 가장 계산 속도가 빠른 컴퓨터로 정평이 나 있다.

 

중국이 개발한 슈퍼컴퓨터 텐허-2호. (사진=china.org.cn). ©AI타임스
중국이 개발한 슈퍼컴퓨터 텐허-2호. (사진=china.org.cn). ©AI타임스

연구 결과 데본기가 막을 내린 원인은 대멸종이 아닐 수 있다는 새로운 이론이 제시됐다. 연구에 참여한 미 국립자연사박물관 큐레이터 더글라스 어윈(Douglas Erwin)씨는 “데본기의 종말은 지금껏 알려진 것처럼 대멸종이란 거대한 사건이 아닌,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적으로 다음 세대로 바뀐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지난 1982년 시카고 대학의 고생물학자 잭 셉코스키(Jack Sepkoski)와 데이비드 라우프(David Raup) 교수가 발표한 ‘지구 5대 대멸종’ 이론을 뒤집을 만한 결과다. 두 교수는 데본기 멸종을 포함해 지구가 5번의 거대한 멸종 위기를 겪어왔다고 주장했다.

연구진은 데본기 전후 5억 5천만년 전 캄브리아기부터 2억 2천만년 전의 중생대 트라이아스기까지 총 3억년에 해당하는 시기 또한 분석했다. 어윈씨는 “일각에서 말하는 운석 충돌 흔적은 전혀 발견하지 못 했다”며 “데본기 마지막 시기는 자연스레 온도가 하강하며 적응 못 한 생물들이 멸종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바다가 유독가스를 생산하게 돼 해양생물들이 멸종을 맞았다는 가설도 증거를 찾지 못했다. 현재 남아있는 삼엽충 화석은 캄브리아기를 거쳐 데본기 때 전 지구에 확산됐으며 이후에도 살아남아 6대 고생대 마지막 시기인 페름기 때 완전히 멸종했다는 것을 알아냈다.

어윈씨는 “앞으로는 ‘5대 대멸종’이 아닌 ‘4대 대멸종’으로 명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AI 기술이 도입돼 지질학 분야 연구도 더 정확해지고 빨라진 현재 “세계 관련 석학 및 과학자들과 함께 다른 연구도 시작하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