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섭 기자

(AI타임스=박혜섭 기자) 영화 ‘기생충’의 기택 가족. 다가오는 AI 시대에는 반지하에서 지상으로 올라올 수 있을까? 전세계는 지금 영화 ‘기생충’에 열광하고 있다. 오스카 시상식이 끝난 뒤에도 미주 지역뿐 아니라 스페인, 유럽, 중국에까지 열기가 계속되고 있다. 그 이유는 모든 것을 가진 지상의 부자가족과 그와 상반되는 반지하의 가난한 가족 이야기를 통해 오늘날 전세계에 빈부격차라는 공통의 문제를 지적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심각한 것은 AI 사회에는 이 갈등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다.

영화 속 박사장(이선균 분)은 IT기업을 운영하는 부자다. 기택(송강호 분)은 이렇다할 직업도 없이 온 식구가 피자박스를 접으며 근근이 살아가고 있다. 햇볕도 들지 않아 곰팡이가 피는 반지하에서. 박사장은 학벌도 좋다. 세상 돌아가는 정보도 많다. 일찌감치 IT기업을 일으켜 성공 했을 것이다. 이에 반해 기택은 학벌도 그럴듯한 연줄도 없어 반지하의 삶은 이미 정해져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기택이 처음부터 반지하 삶은 아니었다. 망해서 그렇지 '대만 카스테라'라는 프랜차이즈를 운영할 만큼의 능력도 나름 있었다. 그렇다면 그 프랜차이즈는 왜 망했을까? 기택이 게을러서? 자영업을 할 능력이 없어서? 누구나 조기퇴직, 명퇴로 소상공 자영업으로 내몰리는 현실에서 부자가 되기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다. 기택이 사업에 실패해 반지하로 내몰린 것은 어쩌면 예견된 결과다.

4차 산업시대가 턱밑에 와있다. AI를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산업혁명의 시대가 눈앞에 있다. 이 새로운 시대는 우리에게 무엇을 가져다 줄까? AI 시대가 도래하면 기택과 같은 반지하 가구는 더 이상 생기지 않을까? 단언컨대 아니다. AI 시대에 벌어질 빈부격차는 현재보다 더 심각할 것이라는 데 많은 이들이 인식하고 있다. 대자본이 투입되는 첨단기술은 상류층의 전유물이 될 가능성이 높다.

AI 상용화에 앞서 법적 제도화, 분배에 대한 사회 제도적 장치가 필수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사회를 디지털화 하기 앞서 인간의 노동력 영역을 늘려야 한다. 가장 약하고 가난한 계층일수록 AI의 보급에 따라 일자리를 잃게 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수순일 것이다.

이제 새로운 화두가 던져졌다. AI 발전에 박수를 보내는 사이 더욱 더 심화되는 양극화, 사회갈등을 바라만 보고 있어서는 안된다. AI의 등장으로 새로운 패러다임 구축을 앞두고 있는 지금, ‘기생충’은 우리에게 또 다른 숙제를 안겨줬다. 이 영화의 뒷맛이 묵직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