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신러닝 학습으로 탄생한 새로운 항생물질 '할리신'
대장균 및 기존에 치료 불가능했던 각종 박테리아 사멸

할리신이 어떻게 대장균을 억제하는지 보여주는 이미지. (사진=Collins Lab). ©AI타임스
할리신 분자가 어떻게 대장균을 사멸시키는지 보여주는 이미지. (사진=Collins Lab). ©AI타임스

(AI타임스=박혜섭 기자)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의공학 및 과학연구소(IMES) 연구진이 최근 인공지능(AI)과 머신러닝 알고리즘으로 새로운 항생제 개발에 성공했다. 미국 뉴스위크(Newsweek)와 영국 BBC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이 항생제는 대장균 및 병원성 박테리아는 물론 기존에 치료가 불가능했던 변종 박테리아까지 모두 사멸시켰다.

IMES는 이 항생제의 이름을 할리신(Hallicin)이라고 지었다. 할리신은 연구진의 개입 없이 분자의 빅데이터만을 기반으로 탄생한 새로운 항생물질이다. BBC는 연구진이 AI를 일부분이 아닌 전체적으로 활용해 개발했다는 점에 현재 과학계에서 높은 평가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할리신 개발을 위해 연구진은 먼저 2,500개의 약물 분자의 특성과 기능을 AI 모델에 학습시켰다. 이는 FDA 승인을 받은 1,700여개의 약물과 800여종의 천연물질이 포함된 것이다. 이렇게 훈련시킨 분자를 다시 대장균을 막는 데 효과를 보이는 100여종의 슈퍼항생제로 나누었다. 할리신은 이 100여종에서도 각종 박테리아를 억제하는 데 가장 뛰어난 성질의 항생제이다.

할리신 발견 후 연구진은 실제 환자들의 신체에서 채취해 연구실에서 배양한 박테리아에 할리신의 분자를 주입시켰다. 그 결과, 기존 항생제로는 별다른 효과를 보이지 않았던 결핵균 등이 사멸됐다. 또한 연구진은 가장 강력한 박테리아로 알려진 아시네토박터 바우마니(Acinetobacter baumannii)를 생쥐에 주입시켜 할리신으로 치료하는 실험도 성공했다. 아시네토박터는 지난 아프간(2001년), 이라크(2003년) 전쟁 당시 많은 미군을 감염시킨 박테리아균이다.

IMES 연구소의 레지나 바질레이(Regina Barzilay) 교수는 “우리 연구소는 그동안 AI의 힘을 이용해 새로운 항생제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해왔다”며 “할리신의 개발을 위해 AI가 학습한 과정은 앞으로 신약개발 때도 쓰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연구진을 이끈 제임스 콜린스(James Collins) 석좌교수는 “AI 기술로 할리신을 찾은 것처럼 앞으로는 퇴행성 신경질환 치료제와 항암치료제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MIT는 앞으로도 미국내 비영리단체와 제약사, 세계 타 대학들과 협업해 할리신의 추가 연구를 해 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