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안 발표 후 22개국 IT기업 의견서 제출
인텔 “발명가는 절대적으로 인간이어야”
과학자 “AI에게도 소유 권리 필요하다”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가 AI에게도 인간처럼 소유권·재산권·특허권을 주자는 초안을 발표했다. (사진=IP Watchdog). ©AI타임스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가 AI에게도 인간처럼 소유권·재산권·특허권을 주자는 초안을 발표했다. (사진=IP Watchdog). ©AI타임스

(AI타임스=박혜섭 기자)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가 AI에게 특허권을 부여하자는 초안 발표 후 22개국 100개 기업의 회원들이 찬반의견을 전달했다. AI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 아닌, AI 자체에게 소유권·재산권·특허권을 주자는 이야기다. 이같은 내용은 지난 24일 IT 소프트웨어 지적재산(IP) 정보를 알리는 인터넷 매체 IP워치도그(IP Watchdog)가 보도했다.

WIPO에 의견서를 제출한 국가는 미국과 중국을 비롯해 영국, 프랑스, 독일, 스위스, 러시아, 일본 등이다. 기업별로는 인텔, IBM영국, 화웨이, 텐센트, 블랙베리, 필립스 등이다. 유럽연합(EU)과 유럽지적재산권기구(EUIPO) 역시 의견서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WIPO의 AI 특허권 초안작성은 지난해 12월 착수해 발표됐다. 특허권 외에도 저작권, 데이터, 디자인, 기술 격차 및 역량 구축, IP 관리 책임에 관한 문제를 다루고 있다. 일부 의견서 제출자는 초안이 상표권이나 영업비밀 관련 사항에 대해 자세히 명시되어 있지 않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이 초안을 두고 기업마다 의견이 분분하다. IBM영국은 WIPO에 “기업에서 필요한 내용 중 결여된 부분이 많아 두 번째 초안 작성”을 제안했다. 그러나 인텔은 “지적재산권 및 특허권 관련 법안은 AI가 발명가로 명명되는 것을 허용해선 안 되며, 발명가는 절대적으로 인간이어야 한다”는 강력한 반대의견서를 제출했다. 필립스 또한 비슷한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필립스는 “AI 기술을 기반으로 한 개발상품 특허권에 대해서는 일반적인 기준을 무시해선 안 될 것”이라는 내용을 WIPO에 전달했다.

최근 AI와 안면인식 규제 등을 포함한 ‘새 디지털 시대 전략’을 발표한 EU 역시 “인간이 발명한 기술이 인간과 같은 권리를 법적으로 인정받을 경우 생기는 혼란을 대비해 근본적인 질문을 포함해야 할 것”이라고 제시했다.

IT 전문가와 과학자들은 AI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나 기관이 아닌 AI가 지적재산권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진보성향의 아드리언 힐튼(Adrian Hilton) 영국 서레이대(University of Surrey) 정치철학과 교수와 미국 스티븐 탤러(Stephen Thaler) 박사는 각각 영국과 미국에 ‘AI 특허 신청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두 국가 모두 발명가가 사람이어야 특허권을 취득할 수 있다는 법안이 있어 신청서는 거부당했다.

한편, WIPO가 1950년대부터 2016년까지의 세계 AI 특허 현황을 조사한 결과, 총 3만 4천여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IBM이 약 8200건의 AI 기술특허를 보유해 1위이고, 뒤를 이어 마이크로소프트(MS)가 약 6000건으로 2위, 국내 삼성은 5102건으로 4위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