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떼' 한잔] 이끌든지, 따르든지, 비키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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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떼' 한잔] 이끌든지, 따르든지, 비키든지
  • 입력 2020-03-26 15: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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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이 바뀌었으니, 처음 한 칸은 들여 써야 한다니까, 공채 시험 합격하고 입사한 거 맞아?"

 기사 몇 줄이라도 써올리면, 원고지 사용법부터 맞춤법까지 데스크 잔소리 듣기 일쑤('라떼'는 원고지에 기사를 써야 했다). 온갖 형태 화살표를 비롯, 기괴하기까지 한 수정 기호로 붉게 뒤덮인 원고를 되받아, 곱게 다시 쓸 시간이 주어지면 그나마 다행이었다. 마감 시간 급박하면 너덜너덜 한 기사 원고지가 에어슈터(Air Shooter)를 타고 편집국에서 곧바로 공무국으로 쏘아졌다('라떼'는 편집국에서 원고를 공무국으로 보내 납활자를 한 자씩 문선해 조판하는, 활판인쇄로 신문을 제작했다).

 CTS(Cool Typesetting System, 또는 Computerized Typesetting System)가 도입되자 하루 아침 공무국은 사라졌다. 원고지와 붉은 펜은, 워드프로세서와 컴퓨터로 대체됐다. 에어 슈터로 원고지를 쏘아 댈 필요도 없었고, 마감 직전 축축한 신문 (초벌 인쇄)대장을 들고 편집국장 승인을 받기 위해 줄서는 장면도 사라졌다. 그저 컴퓨터 모니터를 확인하고, OK를 누르면, 그 뿐이었다.

 

단축키는 모르지만, 자판은 칠 줄 안다고

자판 타자가 더딘 기자들은 마감 시간마다 애를 먹어야 했다. 단축키라도 써야 할 때면, 사용법을 몰라 후배들에게 통사정 해야 했다. 눈 감고도 활자 문선, 조판을 해낼 자신 있다던 선배들은, 영어 투성이('라떼'는 한글화되지 않은 소프트웨어가 부지기수였다)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레이 아웃을 해내지 못하면 회사를 떠나야 했다.

 기자가 되려면 원고지 사용법, 맞춤법 시험을 통과해야 했다. 느닷 없이(?) 컴퓨터가 도입되자 도스(DOS) 명령어를 익혀야 했고, 인터넷 접속하기 위해서는 통신 에뮬레이터에 익숙해져야 했다. 어디 그 뿐이었나? 애니메이션 기능 활용해서 프레젠테이션 해야 폼 좀 났고, 피벗테이블 자유자재로 뽑아내야 스프레드 쉬트 다룰 줄 안다는 소릴 들었다. 얼마간 00타자교실만 꾸준히 연습해도 분당 이삼백타 속도가 붙고, 그 정도면 사무 서식 작성에 아무 어려움이 없다. 그런데, 굳이 독수리타법으로 버텨 보기도 했다.

인공지능(AI) 공부는 이번 생에 처음이라

 '라떼'만 변화에 무감각했을 뿐, 지금은 안 그런다고?

 한국어는 물론이고, 각국어 버전으로 매뉴얼이 온-오프라인에 천지인데 인트라넷, 스마트앱 버전 업그레이드 될 때마다 후배 불러다 알려달라, 해달라 시킨다. 아! 그러지 않고 계시다면, 참! 다행이다.

 "AI 입문하려면 파이썬 꼭 배워야 하는 거야?" "문송인데 이 나이에 선형대수 공부해야는 거냐고?"... 어떻게든 안 배우고 버텨보려는 질문이 끝도 없이 이어진다.

 왠 기시감? '라떼'에도 이야기 프로그램 사야 하냐고, 로투스 배워야 하냐는 질문 입에 달고 다닌 사람 많~았다. 

 AI기술과 산업을 이끌어 가는 선두 기업들은, 자신들이 개발(또는 인수합병으로 확보)한 기술 플랫폼을 아낌 없이 공개한다. 전 세계 개발자 등이 더 많이, 더 자주 사용하라고, 시도 때도 없이 이를 수정보완한다. AI를 공부하기 시작한 세대는 스스로 연구하고 학습한다. 심지어 자신의 경험을 깃허브에 기록으로 남겨 공개하고, 오픈채팅으로 쏟아지는 질문에 기꺼이 시간과 공들여 답한다. 서로 알리고 나누며 '아하'하는, 그야말로 크라우딩 플랫폼 세대, 시대다.

'족보'나 비법이 난무하던 도제식 문화, 질문이라도 하려면 잔소리 한 바가지 각오해야 했던 '라떼' 세대와 다르다. 함께 공부하면 그만이다. 어차피 누구에게나 인공지능 학습은 이번 생에 처음 아니든가.

이끌든지 따르든지 비키든지

이끌든지, 비키든지

AI선진국에 비해서는 뒤늦었지만, 부산시교육청(교육감 김석준)은 지난해 5월 전국 최초로 '인공지능 기반 교육 가이드북'을 발간했다. 이어 지난 2월에는 교사들을 위한 '인공지능이 만들어 갈 똑똑한 교육’을 펴냈다. 15차시 프로그램에서 AI기반 교육의 이해와 수업 활용 사례를 소개한다.

 이제 나의 후배, 또는 자녀, 어쩌면 손자 손녀가 인공지능 교육을 받고 자란다. 코 앞이다. 어쩌겠는가? 무엇이라도 해야지! 이끌든지, 따르든지, 비키든지. ( Do Something! Lead, Follow or Get out of Here! '라떼'에 언론계에 한 획을 그은 테드 터너가 한 말이다)

글쓴이

62년생 81학번. 중앙일보 기자(공채25기)로 취재 일선에서 인터넷 시대를 겪었다. 인터넷을 교육에 활용(Internet in Education)하자는, '교육 정보화 캠페인'을 펼친 공로로 대통령표창(단체)을 받았다. 중앙일보 정책사회데스크, 프리미엄섹션 편집장, CRM실장을 역임했다. 중앙일보교육법인과 중앙일보플러스 대표이사를 거쳐 퇴임했다. 올 2월 인공지능 관련 뉴스를 취재 보도 하겠다는 포부를 갖고, '시니어 인턴' 계약직 사원으로 AI타임스에 입사했다. '라떼'를 입에 달고 산다.

 

라대눈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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