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축제 줄줄이 취소…상춘객 발길 이어져
“상춘객들 코로나19 때문에 누구도 반기지 않는 상황”
“동영상 서비스로 꽃 풍경 제공해야 방문객 억제”

전남 광양시 다압면 매화마을에 봄꽃을 찾아 방문한 상춘객이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27일 오후 전남 광양시 다압면 매화마을에서 봄꽃을 보러온 상춘객들이 마스크를 낀 채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코로나19 집단 감염 우려로 지역 축제들은 줄줄이 취소되고 있지만 상춘객들의 발길은 계속 되고 있다. 상춘객과 마을 주민들이 모두 피해를 입는 가운데 보다 적극적인 행정을 펼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난 27일 전남 광양시 다압면 매화마을 주차장. 평일인데도 주차장엔 마을을 찾은 차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매화와 벚꽃 나무 아래 돗자리를 펴고 소풍을 즐기는 사람들과 얼마 남지 않는 꽃봉오리를 찍으려는 사람들이다.

일찍이 광양시가 축제를 취소하고 현수막과 SNS를 동원해 방문을 자제해 달라고 호소했지만, 원래 축제기간이었던 6~15일까지 31만여명의 상춘객들이 방문했다. 이에 시는 방역을 강화했지만 언제 어디서에서 코로나19가 확산 될지 몰라 애를 먹고 있다.

매년 방문객들을 손님처럼 맞이했던 마을 주민들도 이번엔 달랐다. 길에서 마주친 마을주민은 “평일보다 주말에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골치 아프다”며 “코로나 때문에 손님들을 반길 수도 없고, 오지 말라고 할 수도 없어 답답하다”고 하소연 했다.

매화마을 길목에 핀 매화 꽃.
매화마을 길목에 핀 매화 꽃.

마을을 방문한 상춘객들도 꽃만 보고 얼른 마을을 벗어나려 하고 있다. 마을 입구 공용화장실 앞에서 만난 황모 씨(53)는 “코로나19 때문에 축제가 중단 됐다는 걸 알았는데도 꽃을 보고 싶은 마음에 찾아왔다”며 “아무도 반기지 않아 금방 보고 돌아가려 했다”며 아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함께 여행 온 남편 윤모 씨(55)는 “마을주민에게 피해주지 않으려고 음식점도 가지 않고, 잠도 차에서 잔다”며 “너무 불청객처럼 안 봐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친구들과 돗자리를 펴고 소풍을 즐기는 사람들도 보였다. 오전에 하동 벚꽃 축제에 다녀왔다는 이모 씨(26)는 “매화마을은 벚꽃 축제 갔다가 잠깐 들러 친구들이랑 피크닉을 하러 왔다”며 “코로나19로 사람들이 불안해하고 있지만 마스크를 잘 쓰고 사회적 거리를 잘 지키면서 위생수칙을 지키면 위험하진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지역축제가 취소되고 방문객을 막으면서 관광마을에 불친절한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코로나19 때문에 일방적인 축제 취소와 방문자제 문구로만으로는 사람들의 발걸음은 물론 마을에 대한 안 좋은 인상까지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홍매화
광양시 다압면 매화마을에 홍매화가 피어있다.

이에 동영상을 제공해 축제를 즐길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요구 되고 있다. 매화나무 아래 꽃 사진을 찍던 정모 씨(46)는 “아쉬워서 사람들이 더 오는 것 같다”며 “동영상으로라도 축제를 진행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시 관계자는 “현재 계획되고 진행되는 상춘객들을 위한 동영상 서비스는 없다”며 “추후 코로나19가 장기화 될 시 고려해 보겠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전남 지역 축제는 전면 중단된 상태다. 꽃 나들이를 하고 싶은 관광객들의 마음과 사회적 격리를 유지하려는 행정기관의 의도가 모두 충족되는 보다 적극적인 행정이 필요하다.

매화마을 관광안내도.
매화마을 안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