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청, 부랴부랴 원격수업 준비 ‘진땀'
학부모들 "수업 제대로 이뤄질까" '불안'

코로나19 여파로 사상 처음 신학기 '온라인 개학'이 실시되면서 학사일정 운영 등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순천의 한 초등학교.
코로나19 여파로 사상 처음 신학기 '온라인 개학'이 실시되면서 학사일정 운영 등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순천의 한 초등학교.

코로나19 여파로 사상 처음 신학기 '온라인 개학'이 실시되면서 학사일정 운영 등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순천 교육지원청이 급하게 원격수업 준비에 나서고 있지만 원격수업이 가능한 교사 역량 확보 및 컴퓨터, 스마트 기기 보유 등 꼼꼼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교육당국은 31일 “고등학교 3학년과 중학교 3학년부터 4월 9일에 온라인 개학하고, 나머지 학년은 4월 16일과 20일에 순차적으로 원격 수업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대학수학능력시험도 2주 연기됐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최소한 모든 학생들에게 단말기와 인터넷 접속이 보장돼야 하고, 적응기간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교사‧학부모‧학생들은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막막하다는 입장이다. 또 물적·인적 인프라 부족에 대해 지역실정에 맞는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순천 지역은 초등학교 44곳, 중학교 22곳, 고등학교 15곳으로 초등학생의 비율이 가장 높다. 특히 신대지구 경우 초등학생만 3,400여명, 중학생 1,200여명의 학생이 밀집돼 있다.

신대지구에서 초등학생 연년생 아이들을 키우는 백 모씨(39)는 온라인 개학 확정에 한숨부터 내쉬었다. 아이들이 초등학교 저학년이라 아직 집중력이 높지 않은 데다 엄마 혼자서 통제가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매일 아이들 옆에 붙어서 수업을 진행한다는 것도 한계가 있다. 백 모씨는 “아이가 한 명일 때는 괜찮은데 두 명이다 보니 수업이 시작하고 끝날 때까지 집중시킬 수 있을지 걱정이다”라며 “학교에서도 자녀가 많은 가정에 대해서는 물어보지 않아서 이런 부분을 생각해 줬으면 한다”고 요구했다.

온라인 강의 실시에 부담과 불편을 느끼는 학생들도 많았다. 수능을 앞둔 순천 복성고 고3 수험생 박 모씨는 “집에서 하는 온라인 수업은 공부 분위기 조성 측면에서 힘들 것 같다”며 “집에 컴퓨터가 잘 안 되는 편인데 학교에서 빌려주는 컴퓨터가 인터넷이 느리면 PC방이라도 가서 해야하는 건지”라며 하소연을 했다. 창평중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서 모씨는 “고등학생 오빠가 과제가 많아서 맨날 컴퓨터 가지고 싸운다”며 “온라인 강의를 들어야 하는데 시간이 겹친다”고 걱정했다.

정부는 교육환경의 격차가 학생들의 격차로 되지 않게 노력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상 학부모와 학생들은 온라인 수업에 대한 제대로 된 지침을 받고 있지 못한 상황이다. 신대지구에서 초등학생을 키우는 한 학부모는 “카톡으로 온라인 개학으로 될지도 모르니 컴퓨터가 필요한 가구는 신청을 하라고 설문조사를 했다”며 “컴퓨터나 인터넷을 어떻게 지원해주겠다는 건지 안내 받은 게 아직 없다”고 말했다.

물적·인적 인프라 부족 뿐 아니라 원격 교육에 대한 교사들의 경험 부족 문제도 제기됐다. 교사들은 줌(Zoom)이나 구글 행아웃 등으로 원격수업을 해본 경험이 없다. 취약계층에 대한 대책도 아직 세워지지 않았다. 취약계층에 대해선 아직까지 전수 조사와 지원 대책이 지역에까지 나와 있지 않은 실정이다. 컴퓨터가 없는 가구에 학생 수에 대해서만 파악을 하고 있다.

전남도 순천 교육지원청 관계자는 “현재 순천 각 학교 마다 원격교육 관련 환경 실태조사를 해 스파트기기 보유학생 수와 대여 희망 학생 수, 대여 가능 수 파악하고 있고, 오후에 도 교육청에서 화상수업 관련 된 교사대상 연수를 실시했다”며 “아직까지는 취약계층에 대한 대책을 논의 중이며, 점차적으로 교육장과 장학사와 협의해 온라인 수업에 문제가 없도록 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한편, 순천 교육지원청은 최근 초‧중‧고등학교를 대상으로 컴퓨터‧스마트기기 대여 희망 학생 수를 조사했다. 대여 희망 학생 수는 1,130여명이며 교육청에서 보유한 대여기기 가능 수는 컴퓨터 3,000여대, 태블릿 3,000여대다. 학교에서 보유한 기기도 3,200여대로 총 보유 기기는 9,200여대이다. 아직까지는 희망 학생 수보다 지원 가능한 기기가 많지만 순천 지역의 학생 수는 3만 4,000여명으로, 늘어날 가능성에 대해 배제 할 수 없어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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