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물살 탄 '가짜뉴스'...공포감 타고 네덜란드 상륙

5G 반대 세력에 의해 영국, 네덜란드 5G 마스트가 방화되고 있다. (사진=셔터스톡)
5G 반대 세력에 의해 영국, 네덜란드 5G 마스트가 방화되고 있다. (사진=셔터스톡)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사회적 불안감이 집단광기로 표출되고 있다. 지난 주 영국에서 시작된 5G 음모론이 도버해협을 건너 네덜란드로 확산되고 있다. 영국에 이어 네덜란드에서도 5G 방송탑 방화 사건이 일어났고, 5G를 반대하는 시위 규모도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타임즈와 로이터통신을 비롯한 주요 외신은 최근 네덜란드에서 일어난 5G 방송탑 방화사건 현장에 스프레이로 남겨진 '5G 반대 표어'를 집중 조명했다.

지난주에 이미 영국 정부를 비롯해 다수 전문가가 코로나19와 5G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사실을 충분히 설명했음에도 5G를 대상으로 한 현대판 마녀사낭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유럽을 강타하고 있는 5G 음모론은 '5G가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생성하고 통신탑이 감염 확산을 촉진한다'는 내용의 가짜뉴스다.

얼마 전에는 '미국이 세계 인구를 조절하기 위해 코로나19를 중국에 퍼트렸다'거나 '코로나19가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생물무기다' '빌 게이츠가 백신팔려고 코로나19를 만들었다'는 등 근거 없는 가짜뉴스가 여러 소셜미디어를 통해 전파되기도 했다.

이들 가짜뉴스는 소셜미디어 기업들이 관리에 나서면서 금방 사그라들었다. 그런데, 이번 5G 음모론은 사뭇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코로나19 관련 가짜뉴스 사례 및 진위여부를 기록한 미국연방재난관리청(사진=FEMA)
코로나19 관련 가짜뉴스 사례 및 진위여부를 기록한 미국연방재난관리청(사진=FEMA)

이에 각국 정부와 소셜미디어 기업들도 가짜뉴스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기로 했다. 

미국연방재난관리청(FEMA: Federal Emergency Management Agency)은 가짜뉴스에 대응해 주요 가짜뉴스 사례와 대처 방법을 만들어 게재했다. 가짜뉴스와 관련한 5가지 질문에 공식 답변을 달아주는 형태다. 

예를 들어 '5G 휴대폰 기술이 코로나바이러스의 원인과 연결돼 있다'는 가짜뉴스에는 '어떤 상관성도 없다'고 해명했다. 또 '재정적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전화, 문자 또는 이메일 가짜뉴스는 '사기'라고 확인해주는 방식이다.   

FEMA가 만들어 배포한 가짜뉴스 사례 및 해명과 대처방법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과 같은 글로벌 SNS기업도 가짜 뉴스 차단에 나섰다.

트위터는 코로나19 발생 초기부터 바이러스 정보 검색 시 세계보건기구나 국가보건기구와 같은 신뢰할 수 있고 권위 있는 사이트 정보만 볼 수 있도록 관리했다. 수많은 코로나19 관련 허위정보가 감지된 때문이었다. 이를 위해 트위터는 기계학습 알고리즘을 적용해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치료법 홍보 글 등 허위정보를 걸러냈다. 

페이스북은 사용자가 쉽게 접할 수 있는 허위 코로나19 치료법에 대한 내용을 찾아내는 알고리즘을 구축했다. 얼굴마스크, 손세정제, 생필품등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공급 부족 품목을 대상으로 페이스북 판매 안내 금지 알고리즘을 적용했다.

인스타그램 또한 허위 또는 오해의 소지가 있는 정보가 포함된 게시물에 자주 사용되는 해시태그를 식별/추적하기 위해 알고리즘을 사용한다. 최근에는 검증되지 않은 정보 공유 축소를 위해, 코로나19에 대한 정보를 검색하는 사용자를 검증된 정보처로 리디렉션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같은 대책에도 불구하고 5G 반대론자들의 행동은 격해지고 있다. 뉴욕타임스 등은 11일(현지시간) 이번 달 영국에서 무선타워 및 기타 통신장비 방화 및 기물파손 행위가 30건 이상 발생했고, 전국에서 약 80건의 다른 사건에서 통신기술자가 괴롭힘을 당했다고 보도했다.

코로나19 음모론이 현실 세계로 번지고 있는 어두운 모습이라는 분석이다. 최근 이 음모론은 스위스, 우루과이, 일본 등을 포함해 30개국 이상에서 페이스북 등에 올라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염병에 대한 두려움이 불러온 비정상적인 모습이다.

브뤼셀에 본부를 두고 바이러스 음모를 추적해 온 EU 허위정보연구소(DisinpoLab)의 알렉산더 알라필리프 전무는 "대부분의 음모는 온라인에 머물지만 현실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전세계인이 질병과 관련한 정보를 찾고 있는 가운데 불거진 팬데믹관련 잘못된 정보 관리는 '새로운 문제'"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뉴욕타임스 분석에 따르면 487개에 이르는 페이스북 커뮤니티와 84개 인스타그램 계정, 52개 트위터 계정 및 수십개의 게시물과 비디오가 발견됐다. 특히 지난달 유튜브에 게시된 5G 음모론 관련 비디오물 10개는 580만회 이상 조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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