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량 감소에 코로나19사태까지 '엎친 데 덮친 격'
코로나19로 해외 노동자 부족 수확시기 인력난 ‘우려’
매실농가 “수출 판로 막혀 도태될 수밖에 없을 것”

지난 13일 전남 광양시 다압면 도사리 매실농가에서 만난 조상현 광양매실연구연합회장은 강풍피해와 코로나 여파로 수확‧판매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걱정했다. 

“봄 개화기에 강풍이 불면서 낙화가 많이 된데다 자연 수정도 잘 되지 않았습니다. 5월 중순부터 6월 초순 사이가 수확시기인데 코로나19로 농가에 일할 사람이 없어 걱정입니다”

지난 13일 방문한 전남 광양시 다압면 도사리는 매실 주산지로, 이곳에서는 연간 9천여 톤의 매실이 생산된다. 전국 연간 매실 생산량의 23% 정도다. 30년 넘게 매실을 재배해온 광양 매실연구연합회 회장 조상현씨(57)가 가지에 몇 개 열리지 않은 매실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약 1만 7천 평 되는 조 씨의 매실 밭은 최근 강풍 피해로 매실나무에 열매가 많이 떨어졌다. 조 씨는 “생산량이 작년에 비해 저조할 것 같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코로나19로 농가 여건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로 국내 판매뿐 아니라 해외 판로도 막혔다. 조 씨는 “코로나로 인해 프랑스, 스위스, 미국으로 매실청을 수출했던 길이 다 막혔다”며 “사회적 거리두기로 지역축제와 직거래 장터가 취소되면서 올해는 상품을 직접 판매하지 못했다”고 한탄했다.

최근 강풍피해로 매실나무에 열매가 많이 떨어졌다.

5~6월에는 또 다른 고비가 찾아온다. 매실은 4~5월에 방제를 하고 5월 하순부터 6월 초 수확에 들어선다. 매실 특성상 수확을 할 때 사람 손을 일일이 거쳐 따야 하는데 그때까지 코로나19가 계속되면 외국인 노동자들을 구하기 어려워진다. 조 씨는 “우리 농가의 경우 15일 동안 8~9명의 사람들이 꼬박 매달려야만 수확을 할 수 있다”며 “한국 근로자 일당은 10~12만원을 줘야 하는 데 그럼 단가가 많이 올라 판매하기 어렵다”고 울상을 지었다.

다른 농가도 같은 실정이지만 대책마련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광양시 매실연구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조 씨는 “광양에 4000여개 농가들이 있다”며 “상황이 비슷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로 모임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 대책마련 회의조차 쉽지 않다”고 말했다. 또 “광양시는 매실과가 있어 행정 도움을 받기 쉬운 상황이지만 다른 지역 매실농가는 지자체의 적극적인 도움 없이는 도태되고 없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고 전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불법체류 외국인 중 자진신고 출국자는 2월 초 매주 1000명 안팎이었다. 그런데 코로나가 급격히 확산되면서 2월 마지막 주에 5000명을 넘어섰다. 국내에서 외국인 근로자가 빠져나가면서 인력난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조 씨는 “작년에는 러시아, 태국, 베트남 외국인 근로자들이 일을 했는데 올해는 외국인들이 전부 다 돌아가 버렸다”며 “소농가보다 대농가가 수확량이 많아 인력난이 심각할 것”이라고 걱정했다.  

매실농가의 어려움은 비단 광양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내 전체 매실 생산량은 2019년엔 평균 3만 8000톤 정도며, 2018년 3만 5000톤, 2017년엔 3만 6000톤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작년기준 광양매실 생산량이 전국 생산량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평균 23% 정도를 차지, 순천(평균 8500여 톤), 구례(평균 1300여 톤) 매실 생산량과 더하면 약 47%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