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타임스에 기고를 시작하고 페이스북에 새 글을 게재했다. 몇 년 만의 일이다.

‘잠수 탄’ 이유는 간단하다. 당시 뉴스를 보며 아버지와 자주 다퉜다. 아마도 서로 다른 뉴스(정보)를 보았기 때문이었을 거다. 현실 세계의 ‘우리’와 ‘국민’이, 페이스북 속 ‘우리’와 ‘국민’과는 서로 다른 의미라고 느꼈다고나 할까.

당시 페이스북 이탈자들은 ‘추천 알고리즘’에 의한 ‘필터버블’(Filter Bubble)을 이야기했다. 본인이 클릭한 ‘좋아요’ 데이터를 기반으로 새로운 정보를 추천받다가 결국 비눗방울 같은 곳에 갇혀 편향된 사고를 하게 되는 현상. 미국의 정치 참여 시민단체 ‘무브온’의 이사장인 엘리 프레이저가 2011년 저서와 강연을 통해 만든 용어다.

추천 알고리즘, 필터 버블의 세상

"00당이 몇 석은 얻을 줄만 알았어', "난 000이 당선된다고 확신했었다니까"

우리나라에서는 박근혜 대통령, 미국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이 시사 용어는 곧 엄청난 파급력을 얻게 됐다. 여기에 네이버가 뉴스 배치 알고리즘을 들고나와 불을 지폈다. 사람들은 내가 고르고, 기계가 만들어, 내가 보게 된 세상에서 편향적으로 살게 되고, 그 결과 세계가 얼마나 편향적으로 바뀔지 걱정했다.

그런데 지금, 필터버블은 그 용어 자체가 무색해졌다. 2020년. 새로 접속한 사회관계망(SNS) 세상은 뭔가 달랐다. 누구도 더 이상 필터버블에 대해 얘기하지 않는다. 그러고보니, 나와 아버지도 더 이상 싸우지 않는다.

이번 총선결과는 ‘우리’와 ‘국민’이 같다고 느껴서일까? 오히려 추천 알고리즘이 발전하면서 기계가 만든 세계가 정보의 객관적 이해를 도왔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추천 알고리즘 + 인간의 탐험성, 객관적 정보 이해 불러와

필터버블은 인간의 탐험성을 외면한 용어다. 2018년, 옥스포드대 인터넷연구소에 따르면 사람들은 비슷한 이슈에 대해 평균 5개 이상의 매체의 다양한 생각을 보이는 뉴스를 읽는다. 다양한 매체를 접할 수 있는 상황에서 한 매체만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상황. 즉, 바깥 활동이 줄면서 온라인 콘텐츠 소비 자체가 폭발적으로 늘었고, 이에 다양한 시각을 접하면서 객관적인 사고를 할 수 있게 됐다는 풀이도 이어졌다(지난 17일자 YTN “코로나19로 유권자들 후보자의 스펙보다 문제 해결 능력 보게 돼” 보도 중).

 

오히려 추천 알고리즘은 정보를 깔끔히 정돈하는, 실력 있는 비서가 됐다. 페이스북을 떠날 때, 뉴스는 너무 지저분했다. 쏟아지던 스팸 뉴스의 바다에서 맥락 없이 헤엄치다 단편적 뉴스만 봐야했던 기억과 달리, 추천 알고리즘은 이제 불필요한 뉴스들을 깨끗하게 해준다. 인간은 보고 싶은 뉴스로부터 시작해 알고리즘이 추가로 추천한 뉴스와 검색창을 넘나들며 그와 관련된 다른 뉴스들을 손쉽게 접할 수 있게 됐다.

필터버블이라는 용어로 추천 알고리즘이 위험성과 견제의 대상으로써 다뤄질 때, 세상을 이롭게 해보려 스타트업에 뛰어든 사람은 조금 위축되기도 했을 거다. 이젠, 내 취향에 맞는 정보를 잘 걸러 주는 것만으로도 세상을 더 잘 볼 수 있다니. 지금의 SNS와 총선 결과는, 플랫폼 사업자에게 ‘충분히 좋은 일을 하고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보내 주는 것만 같다.

2000년대 연예인 팬페이지를 만들며 웹프로그래밍에 진입했다. 서울대에서 산림과학과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졸업 후 동아사이언스에서 기자로 활동했다. 이후 바이오인포매틱스를 석사 전공하고 연구개발용 소프트웨어개발 회사 메이코더스를 창업했다. 최근에는 국내에서 쌓은 경험을 기반으로 동남아시아 대상 케이뷰티 추천 알고리즘과 이커머스 플랫폼을 개발 중이다. 육아와 창업을 병행하며 고된 일상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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