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3만에 상가 1만개…공급 과잉 날로 심화
한전 개교 앞두고 정주여건 개선 적극 나서야
빈 상가, 경매 내몰려…주변 상가 시세도 폭락

나주 빛가람혁신도시의 상가 공실(空室) 문제가 수년째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 상가가 더 공급될 것으로 전망돼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나주 빛가람혁신도시의 상가 공실(空室) 문제가 수년째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 상가가 더 공급될 것으로 전망돼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나주 빛가람혁신도시의 상가 공실(空室) 문제가 수년째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 상가가 더 공급될 것으로 전망돼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전공대 신설’이 공실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였지만 큰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혁신도시 정주여건 개선’이라는 획기적인 근본대책이 서둘러 마련돼야할 것으로 보인다.

24일 나주시에 따르면 4월 현재 빛가람혁신도시 정주인구 규모는 1만3,555가구에 3만3,131명이다. 당초 목표한 자족인구 5만 명에 한참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인구 유입까지 더딘 상황에서 혁신도시 내 상가 수는 1만여 개에 달한다. 이 가운데 문을 연 상가는 3,000여개(30%)에 불과하고, 나머지 70%의 상가들이 공실로 방치돼 있다. 혁신도시 내 소비층이 현저히 부족한데다 공공기관 유치 효과에 대한 기대심리가 높아져, 상가가 과잉 공급된 결과라는 지적이다.

나주혁신도시 스마트파크 지식산업센터의 30%가 근린생활시설로 공급될 예정이라 공실 문제는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나주혁신도시 스마트파크 지식산업센터의 30%가 근린생활시설로 공급될 예정이라 공실 문제는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앞으로 상가가 추가 공급될 움직임까지 보이면서, 침체의 늪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한국농어촌공사와 한국전력거래소 등이 위치한 혁신도시 주요 상권에는 건축물이 잇따라 들어서고 있다. 15개동 규모로 공사가 진행 중인 나주혁신도시 스마트파크 지식산업센터는 전체 30%가 근린생활시설로 공급될 예정이다. 결국 상가 수는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공급 과잉으로 인한 공실 문제가 지속되자 상당수 건물주들이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다. 3~6개월 월세가 없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고 임차인을 구하는 실정이다. 전용면적 100㎡(약 30평)의 상가를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40만원 수준의 헐값에 내놓은 지경에 이르렀다. 이미 임대를 내주고 있는 건물의 경우도 임차인과 재계약이 쉽지 않다. 장사가 안 돼 계약기간만 채우고 나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계약기간이 끝나지도 않았지만, 임차인을 붙잡기 위해 월 임대료를 낮추는 사례까지 속출한다. 혁신도시 점포들이 대출금을 갚지 못해 경매시장으로 내몰리고 있다.

장기 공실 문제에 시달리는 점포 소유주들의 관리비 미납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장기 공실 문제에 시달리는 점포 소유주들의 관리비 미납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법원경매정보사이트를 살펴보면 23일 현재 빛가람혁신도시에서는 9건의 상가․근린시설 등 경매가 진행되고 있다. 일부 점포는 경매시장에 나온 이후 유찰이 계속돼 가격이 반 토막 났다. 절반 가격에도 찾는 이가 없다는 것. 혁신도시 내 빌딩을 소유한 한 건물주는 “2014년에 높은 분양가를 주고 건물을 마련했는데, 세입자가 들어오지 않아 야간 일까지 뛰는 건물주 분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대로라면 당분간 경영난을 견디지 못한 상가가 경매로 넘어가는 사례가 속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상주인구를 늘리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상주인구 부족은 혁신도시 활성화의 가장 큰 장애물이다. 혁신도시 공공기관 근무자들 상당수는 금요일 저녁마다 대거 상경해, 주말이면 도시 전체가 적막감에 휩싸인다. 이 때문에 실제 주말에 문을 여는 가게도 많지 않다. 빛가람혁신도시 중심부에 위치한 로데오 '포차 거리'도 밤 10시만 되면 상당수 상가가 문을 닫아 인적이 드물다. 텅 빈 상가는 밤이 되면서 도시를 흡사 ‘유령도시’로 만들고 있다.

빛가람혁신도시 곳곳에 임대를 알리는 현수막이 즐비하게 걸려있다.
빛가람혁신도시 곳곳에 임대를 알리는 현수막이 즐비하게 걸려있다.

상인 박 모씨(41)는 "병원은 최근에 생겼지만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 복지시설, 학교, 문화시설, 공공 어린이집 등 모든 것들이 갖춰져야 사람들이 들어오지 않겠냐"며 "지자체가 공실로 방치된 상가를 활용해 공공 인프라로 활용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정주인구를 늘리는 것이 급선무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주도하고 있는 한전공대가 최근 학교법인 설립 승인을 받아, 혁신도시의 정주여건 개선이 시급해진 상황이다. 공인중개사 A씨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법인세 인하 등 혜택을 줘야 나주로 올 것이다"며 "하루 빨리 사람 냄새나는 도시로 거듭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인 한전공대는 전남 나주 40만㎡ 부지에 대학원 600명, 학부 400명 규모로 2022년 개교를 앞두고 있다.

공급 과잉으로 인한 공실 문제가 지속되자 상당수 건물주들이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다. 사진은 수년째 임대가 되지 않고 있는 한 상가.
공급 과잉으로 인한 공실 문제가 지속되자 상당수 건물주들이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다. 사진은 수년째 임대가 되지 않고 있는 한 상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