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꽃, 냉해 피해로 수정 어려워”
코로나 여파로 인력부족 고통
농작물재해보험 보상도 불투명

 

전남 나주시 왕곡면 배농가에서 만난 신영훈씨는 저온현상으로 심각한 냉해피해와 코로나19까지 덮쳐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걱정했다.

“서리피해가 심하게 와서 보시다시피 배가 열려 있는 게 없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외국인 인부 구하기가 힘든데 품삯도 올려 달라 요구하고 있어 앞으로 더 힘들 것 같습니다”

전남 배 주산지인 나주시 왕곡면 한 배 농가. 이곳에서 10년 넘게 배를 재배해 온 신영훈 씨(61)가 5천 평 되는 과수원을 보며 한숨을 푹 쉬었다. 4월 초부터 기온이 영하 4℃ 이하로 떨어지는 저온 현상이 발생해 배꽃이 냉해 피해를 입어 수정이 잘 되지 않고 있어서이다. 게다가 수정이 된다 해도 상품가치가 어느 정도 될지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신 씨는 코로나19 여파로 인력난까지 예상돼 올해 농사가 힘들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신 씨는 “냉해로 배가 많이 열리지 않은 것도 큰 문제지만 당장 5월 말이면 적과작업을 시작해야하는데 외국인 인부들을 구하기가 힘들다보니 걱정이다”며 “배 적과가 끝나면 배 봉지를 씌우는 작업도 해야 하는데 사람 구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전남 나주시 왕곡면 신영훈씨 배농가. 냉해피해로 배꽃수정의 어려움과 코로나 여파로 인력난을 겪고 있다.

농가들의 피해를 지원하는 농작물재해보험의 보상 수준에 대해서도 불만을 나타냈다. 열매솎기(적화작업) 전에 발생한 재해에 대해서는 보상 수준이 낮기 때문이다. 신 씨는 “적화작업 전에 발생한 재해에 대해서는 50%를 보상해주는데 여기서 자기부담금 20% 빼면 실제로 받을 수 있는 보상이 얼마 되지 않는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에 농가지원과 농작물재해보험에 대해 농가의 실정을 제대로 반영해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신 씨는 “보험 관련해서 농가들의 불만이 크다”며 “대부분 농가를 운영하시는 분들이 나이대가 있는 분들이라 약관을 보거나 이해하기 힘든데, 농협에서 약관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처리하는 것도 문제다”고 말했다. 이어 “농가 실정을 제대로 파악하고 보상기준을 완화해 농가에 도움이 되는 재해 보험이 돼야한다”고 주장했다.

4월 초 저온현상이 잦아 배꽃에 수정이 제대로 되지 않고 검게 변하고 있다.

신 씨는 또 나주 배의 가치가 맛이 아닌 모양과 크기로 분류되고 있는 것이 나주배의 명성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간 상인들이 팔기 좋은 신고라는 품종이 주로 거래 된다”며 “배가 맛이 있어야하는데 모양만 좋고 크기만 큰 것들이 상품가치를 인정받으니깐 나주배 산업에 발전이 없는 것이다”고 말하며 경각심을 나타냈다.

신 씨가 겪는 고통은 다른 과수농가들도 비슷하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저온피해는 지난 2009년부터 2018년까지 9차례가 발생해 농작물 피해가 증가하는 추세다. 올해의 경우 경남 1천 985ha, 경기 1천 581ha, 전남 1천 519ha, 등 전국 9개 시·도에서 저온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특히 나주 피해면적은 972ha에 달한다. 나주시 관계자는 “나주 농가에 대한 피해 지원 접수는 23일부터 시작된다”며 “피해 접수가 되면 농림부 재해 대책 업무편람대로 실시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전남 나주시 왕곡면 배농가에서 만난 신영훈씨는 저온현상으로 심각한 냉해피해와 코로나19까지 덮쳐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걱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