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혁 본부장.
최혁 본부장.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 중의 하나는 절망 가운데 희망을 꿈꾼다는 것일 게다. 시나브로, 사람들은 코로나 19가 몰고 온 팬데믹(pandemic)의 끝이 보인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성급하게 마스크를 벗어던지고 밖으로 나서고 있다. 30일 부처님 오신 날을 시작으로 해 5월 5일까지 이어지는 주말과 징검다리 휴일을 즐기려는 사람들로, 전국 유명관광지에 숙박예약 손님이 꽉 찼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봄이 왔건만 모두들 집안에 꽁꽁 묶여 있었던 봄이었던지라, 밖으로 나오는 사람들은 잰 발걸음을 하고 있다. 모두들 빼앗긴 봄 뜰을 다시 찾게 됨을 행복해 하고 있다. 사랑싸움 하는 연인들, 혹은 나이든 부부들이 주고받는 말이 절실하게 다가오는 요즘이다. “없어져 봐야 소중한지 알지~ 있을 때 잘해!” 언제나 곁에 있기에 귀한 줄 모르고 타박만 해대던 무신경, 일상의 무료함에 하품을 하던 우리의 안주에 대단한 변화가 생겼고, 생기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305만 명이 확진판정을 받고 21여 만 명이 목숨을 잃은(2020년 4월28일 기준) ‘코로나19 강습’(强襲)은 분명 재앙이자 비극이다. 그렇지만 재앙과 비극은 야누스의 또 다른 얼굴처럼 축복이자 기회일 수도 있다. 많은 이들이 여전히 고통을 받고 있으며, 또 수많은 이들이 가족을 잃은 슬픔에 잠겨 있지만, 더 많은 이들이 소소한 것에 감사의 마음을 지니게 된 것은 축복이다. 사람들은 이제 거리에 나설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을 느끼게 됐다.

태풍이 몰아친 바다는 선원과 어부들에게는 재앙이다. 하지만 단기간의 아픔이다. 태풍이 훑고 가면서 뒤집힌 바다는 장기적으로는 더 풍요로운 물속이 된다. 어린 것들이 성장통(成長痛)을 앓는 것과 같다. 일부러 균을 집어넣어 면역력을 키우는 예방주사의 이치다.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는 것은 그런 것일 게다. 더 건강해질 수 있다는 것은 분명히 기회다. 사람들의 자족(自足)도, 지구환경도 ‘코로나 19 성장통’에 따라 더 성숙해지고 더 깨끗해졌다.

많은 이들이 코로나 19 이전의 세상(BC: BEFORE COVID 19)과 이후의 세상(AD:AFTER COVID 19)은 명확히 달라질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필자도 전적으로 동의한다. 쇼핑과 회의·공연·모임·교육·야외활동·개인위생 행태 등등 사는 방법이 확 바뀔 것이다. 각 국가의 미래전략도 수정될 것이다. 국가의 선후진국 구분이 문명지수나 국부(國富)의 크고 적음에 따라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보건시스템의 질과 작동력(作動力)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 19 발병 초기 한국은 경계하며 멀리하는 경원(警遠)의 대상이 됐다가 부러움과 찬탄의 대상이 됐다. 국격(國格)이 수직상승했다. 건국 이래 한국의 의료보건시스템이 이처럼 세계의 본보기(모델)가 된 것은 처음이다. 문제는 변종 바이러스가 올 겨울에도 다시 세계를 휩쓸 것이라는 점이다. 각 나라의 최우선 과제는 이 바이러스로부터 국민들을 어떻게 잘 지켜내느냐가 될 수밖에 없다. 어쩌면 먹고사는 문제보다 어떻게 살아남느냐가 더 중요시 될 수도 있다.

개인들은 위생수칙을 지켜서 자신의 건강을 지켜야 하고, 국가는 효율적인 보건시스템과 빅 데이터에 기초한 미래예측으로 국민들의 안전을 지켜야 하는, 대명제가 놓여 있다. 이번 코로나 사태에서 우리가 얻은 가장 큰 교훈은 개인위생 준수와 최악의 경우에 대비한 국가차원의 의료시스템 구축이 서둘러져야 한다는 것이다. 또 AI(인공지능)의 분석과 능력을 통해 향후 있을 코로나 창궐을 예방하는 미래형 대응력을 갖춰야 한다는 점이다.

유럽 공동 혁신 이니셔티브 '제다이(JEDI)'는 슈퍼컴퓨팅 파워와 AI 알고리즘을 활용해 코로나 바이러스 규명과 퇴치·복제력 억지, 코로나백신개발 등에 주력하고 있다. 제다이는 다양한 연구개발 경진대회를 통해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처할 ‘인류의 방패’를 찾고 있다. 제다이는 이 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해 세계 최고 수준의 과학자를 자문위원으로 초빙했는데 한국에서는 이상엽 카이스트 생명공학과 특훈교수가 합류한 상태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바이러스 예방과 퇴치 분야에서 AI 기술은 급속한 발전을 이룰 것으로 기대된다. 그렇지만 AI를 이용한 예방 및 퇴치방법이 개발되기 전까지는, ‘마스크를 쓰고, 손을 잘 씻고 사회적 거리를 지키는’ 이 단순한 행동들이 ‘생활 속의 코로나극복 혁신 알고리즘’임을 강조하고 싶다. 이 기본적인 알고리즘이 지켜지지 않으면 절망은 계속될 것이다. 펜데믹의 끝도 보이지 않을 것이다. AI시대와 상관없이 절망이든 희망이든, 모두 우리에게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