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이버시 중시 유럽도 확진자 급증에 선택 기로에 서
일부 반발에도 강력한 보호정책 앞세워 도입 서둘러

(사진=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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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 방지냐 프라이버시 사수냐'

유럽이 딜레마에 빠졌다. 유럽은 오랜 기간 많은 희생을 치르면서 시민권을 쟁취한 곳이라 '프라이버시'를 매우 중시한다. 빠른 근대화 과정을 거친 아시아 지역과는 문화ㆍ역사 배경이 많이 다르다. 그런데,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됐다.

이는 '감염자 위치 추적 또는 접촉 추적 앱'을 둘러싼 갈등으로 표출됐다. 추적 앱은 어떤 형태로든 개인정보 활용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프라이버시 보호라는 유럽의 오랜 규범 또는 가치와 상충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흑사병 트라우마가 남아 있는 유럽이 전염병을 그대로 방치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 고민이 길어지고 있다. 

BBC를 비롯한 외신을 종합하면 최근 들어 유럽 각국의 기본 입장은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추적 앱을 도입해야 한다는 쪽으로 모아지는 추세다. 가능한 한 프라이버시를 침해하지 않도록 강력한 제한을 두거나 기술적인 처리 방법을 모색하면서 과정이 길어지고는 있지만 최근 상황이 더 심각해지면서 도입을 서두르는 국가가 속속 나오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방역 활동이 개인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비난을 하던 프랑스도 코로나19 추척 앱 도입을 적극 추진하고 나섰다.

코로나19 감염 접촉 추적앱 도입 국가 현황
코로나19 감염 접촉 추적앱 도입 추진 국가 현황

경제적 타격과 국민 불편을 고려해 봉쇄조치를 완화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봉쇄를 푼 이후 확산 위험을 막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대책으로 감염자 접촉 추적 앱을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사진=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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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일각에서는 아직도 코로나19 앱 도입에 따른 프라이버시 침해 위험을 경계하고 있다. 

뉴욕타임스 등은 지난달 30일 미국 공화당 상원의원들이 코로나19 접촉 추적 앱 관련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한 입법 의사를 밝혔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공적인 목적이라도 기업이 개인정보를 사용하면 소비자에게 책임을 져야한다는 것이 골자다. 데이터 수집 시 명시적 동의를 얻어야 하고, 데이터 사용처를 공개해야 한다는 내용과 익명화 및 향후 정보 삭제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사진=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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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코로나19 사태 속에 공중보건이라는 공익과 데이터 프라이버시라는 개인의 자유를 두고 제기된 윤리적 쟁점은 비단 코로나 앱 도입에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지역 봉쇄와 방역을 위한 열 감지 시스템이나 안면인식 모니터링 시스템 등 AI 기술이 활용되면서 감시 사회 즉 21세기형 ‘빅브라더’ 시대 도래에 대한 우려가 더욱 확산되고 있다.

일부 전문가는 이번 팬데믹 위기가 끝난 이후에도 사회 전반에 걸친 감시와 통제 상황이 과연 다시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을지에 의문을 제기한다. 코로나19 확산 저지라는 명분으로 빠르게 도입되고 있는 AI 기반 솔루션이 적절한 관리나 제어 없이는 중요한 개인적 가치를 위태롭게 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제임스 코베일러스 애널리스트는 코로나19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동시에 프라이버시 침해 우려도 최소화하기 위해 AI 데브옵스에 안전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예를 들어 데이터 관리자는 명확하고 시간 제한적인 비상 시나리오 저지선을 설정해야 하고, 이에 따라 AI와 기타 데이터 기반 앱에서 개인 식별 정보의 접근‧사용‧모델링에 대한 통제 완화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지난달 국제사면위원회와 100개 이상의 단체는 공동성명을 통해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디지털 감시 기술 사용 시 인권을 존중하도록 각 정부에 촉구한 바 있다. 공동성명에 따르면 감시는 합법성‧필요성‧비례성을 갖추어야 하고 제한적 기간 동안에만 이뤄져야 한다. 이 밖에도 수집 데이터는 코로나 대응 목적으로만 사용돼야 하고 데이터 보안과 익명성을 보장해야 하며 제3자와의 데이터 공유는 법률에 규정돼야 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코로나 방역과 개인의 자유, 두 가치 가운데 어느 하나에 우위를 두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 같은 논란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각 정부는 자국 내 여론과 셈법에 따라 끊임없이 입장을 재고하며 신중하게 양 가치의 균형을 이루려는 노력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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