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태의 뒤뚱뒤뚱] 로봇 자본주의와 기본소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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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태의 뒤뚱뒤뚱] 로봇 자본주의와 기본소득
  • 입력 2020-05-05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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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부터 재난지원금이 지급되기 시작했다. 때맞춰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도 생활방역으로 완화되고, 학생들도 순차적으로 등교하게 된다고 한다. 숨통이 트이는 것 같다.

그래도 보이지 않는 적과의 싸움은 끝난 게 아니다. 미국을 비롯한 유럽, 일본 등 세계 각 국은 아직도 사투를 벌이고 있는 중이다. 미국은 확진자가 100만 명을 훌쩍 넘어섰고, 이탈리아, 스페인도 20만 명을 넘었다. 전 세계적으로 확진자 340만 명, 사망자 2만 명에 달하는 등 글로벌 재난은 언제 끝날지 모를 상황이다.

생존을 위해서 모든 일상이 마비된 지 석 달. 소비가 끊어지고, 생산도 차질을 빚게 된 초유의 상황이 벌어졌다. 대공황이 재연될 것 같은 위기에 직면했다. 전 세계는 국가와 정부가 국민의 사회경제적 생존을 위한 경제적 지원에 나섰다. 미국은 1인당 1000달러(약120만원), 독일은 최대 1만 5천유로(약1993만원), 일본은 최대 10만엔(약 113만원)을 긴급 재난 지원금으로 지급하기 시작했다. 일상적인 경제생활이 불가능해지면서 소비를 진작시키기 위한 긴급 조치에 나선 것이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재난지원금의 범위와 금액을 두고 논란이 불거졌지만, 국회는 정부를 설득해 4인 가구 100만원 전 국민 지급안을 통과시켰다. 중앙 정부 차원에서 진행되기 전에 이미 경기도를 비롯한 지자체가 긴급 재난 지원금을 투입해 국민들의 불안감과 어려움을 완화시켰다.

이 과정에서 이재명 경기도 지사는 지원금이 아니라 ‘기본소득(basic income)’임을 명확히 했다. 정부의 시혜가 아니라 헌법상 규정된 국민의 보장된 권리라고 주장했다. 김경수 경남도지사도 동일한 맥락에서 기본소득 지급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물론 현 정부는 기본소득과 재난 지원금은 전혀 다른 성격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물밑에 잠재되어 있던 기본소득이 뜻하지 않게 공동체의 주요 이슈가 된 것이다.

애초 기본소득은 재난과는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다. 기본소득의 개념은 “유토피아”의 저자 토마스 모어가 “아무리 처벌을 강하게 해도 도둑과 거지가 줄지 않는 근본적 원인은 생계유지를 할 수 없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라면서 “조금의 돈을 줘서 먹고 살 수 있게 해 주는 것이 이들을 없애는 방법”이라고 생각한 데서 비롯되었다고 본다. 본격적인 논의는 1986년 시작된 기본 소득 유럽네트워크(2004년 기본 소득 지구네트워크로 개명)가 조직되고 관련 연구와 활동이 축적되면서 30여 년에 걸쳐 진행돼 왔다.

최근에 와서 스위스, 핀란드, 알래스카 등에서 실험적으로 기본소득 관련 시도가 진행되고 있긴 하지만, 논란의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게 사실이다. 그러나 전무후무한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사람들은 기본소득의 필요성을 부분적이나마 체험하게 된 것이다. 마치 인공지능에 대해 사람들이 잘 모르고 있다가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 대결을 통해 직관적으로 이해하게 된 것과 일맥상통한다.

기본소득은 AI시대와 밀접하게 연결돼있다. 인공지능과 로봇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여 사람들 대신 로봇이 일을 하게 되는 사회. 그런 사회의 도래는 아주 먼 미래가 아니다. 이미 그 문턱을 넘어섰다.

코로나19로 봉쇄된 중국 우한 시에서 무인 자율주행차와 드론이 투입되어 도시 소독과 식료품 배달을 해 주민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배달의 민족도 식당에서 서빙하는 도우미 로봇을 만들어 주목받았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언컨택트 방식의 서비스도 전면화 되었다. 요컨대, 코로나19 재난으로 인해 전 세계는 현재 삶의 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꿀 것을 요청받고 있는 것이다. 사람만으로는 안 되는 사회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사람 대신 로봇이 주로 일하게 될 미래에는 노동자가 소득을 확보할 길이 없어지게 된다. 소득이 없어지면 소비도 어려워진다. 그러면 소비자가 없는 시장은 붕괴될 수도 있으며 사회적인 혼란 또한 매우 심각해질 수 있다. 때문에 “기본소득과 디지털 유토피아”의 저자 김석준 박사는 이러한 로봇 자본주의시대에는 소비 중심의 경제 체제를 만들어야 유지될 수 있으며, 이 체제의 핵심 조건으로서 기본소득의 불가피함을 강하게 주장한다.

기본소득을 도입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이 재원 확보인데, 로봇에게 세금을 매기는 방안을 제안한다. 물론, 이 문제와 관련해서 유럽 연합이 2016년부터 전자 인격(electronic person)의 개념을 도입했다. 자연인이나 법인과 동일한 과세 주체로 인정하고자 한 조치다. 그러나 이 개념에 대해서는 아직 논란이 많다. 최저임금 또한 기본 소득과 상충되는 부분이 있다. 이 또한 로봇세 도입과 함께 세부적으로 논의가 진행되어야 한다.

기본소득만이 유일한 미래 사회 대안은 아닐 것이다. 아니, 기본소득이 아니어도 좋다. 사람이 사람다운 일을 하게 되는 디지털 유토피아가 아니어도 좋다. 다만, 코로나19사태를 거치면서, 사람이 편안히 숨쉬며 일상적인 삶을 사는 게 얼마나 소중한 지 깨닫지 않았는가. 기본소득이 사람 중심의 인공 지능 사회 구축을 논할 때 빠져서는 안 되는 이슈임은 명확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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