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 역량 결집…호남 250만 서명
지진 안전성 타 후보지보다 월등
과기부 8일 우선협상대상지 발표

호남권 3개 시도지사가 지난 3월 23일 방사광가속기 공동 유치에 합의하고 나섰다. (사진=전남도 제공).
호남권 3개 시도지사가 지난 3월 23일 방사광가속기 공동 유치에 합의하고 나섰다. (사진=전남도 제공).

“원형 방사광가속기 들어설 최적지는 전남 나주입니다.”
호남권에서는 방사광가속기 나주 유치를 위해 막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1조원 규모의 초대형 국책 사업인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유치를 위해 지역 민·관·정가에 이르기까지 각계각층의 유치 활동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방사광가속기 유치를 위한 범국민 서명 운동이 한 달 만에 250만 명을 돌파하는 등 지역민들의 관심도 점점 고조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한민국 경제 활력의 블루칩이 될 거라고 기대를 표한 '청정 전남 블루 이코노미' 실현과도 맞닿아 있어 그 결과가 주목된다.  

 

◇ 방사광가속기가 뭐길래

방사광가속기는 한 마디로 '초정밀 거대 현미경'이라 할 수 있다. 방사광가속기는 태양보다 100경배 밝은 빛으로 1000조 분의 1초 단위로 순간을 잡아내 물질의 기본입자를 관찰 할 수 있는 시설이다. 방사광가속기를 이용하면 금속의 내부 구조와 성분까지 분석할 수 있다. 전남이 유치에 나선 4세대 방사광가속기는 3세대(태양의 1억 배 밝기의 광원)보다 광원이 100억 배 밝고 1000배 빠른 속도를 지녔다. 3세대 방사광가속기에서는 볼 수 없었던 살아있는 세포까지 관찰 할 수 있다.
활용분야는 물리, 화학, 생물, 의학 등 기초연구는 물론 응용분야인 반도체, 디스플레이, 철강, 바이오 신약, 촉매, 나노정밀소자, 2차 전지, ESS, 신소재 개발 등 모든 과학 분야 연구에 활용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을 치료할 수 있는 신약개발이나 마이크로 의학용 로봇 개발에 필요한 모든 기초과학분야 연구에도 활용이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기초과학 역량을 좌우하는 사업이라 경제적 파급 효과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라고 분석한다. 전남을 비롯한 여타 지자체가 앞 다퉈 유치전에 뛰어든 이유로 보고있다. 

 

◇ 국가대형연구시설 유치 위한 '10년의 노력' 

호남권에서는 지난 10년간 국가 대형연구시설 유치를 위해 노력해 왔다. 특히 국정과제인 한전공대 설립과 연계해 방사광가속기 유치를 추진해 왔으며, 지난해에는 방사광가속기 유치 내용이 포함된 한전공대 설립 기본계획이 국무회의에 보고되기도 했다. 김영록 전남지사는 "방사광가속기 유치를 위해 도정의 모든 자원과 역량을 쏟아 부었다"며 "이제는 공정한 평가를 기다리겠다"는 입장이다. 나주는 안전성·확장성·편의성·균형성을 모두 갖추고 있으며, 어느 곳보다 이용자들의 편의와 방사광가속기 연구 효과 극대화를 위한 지자체의 지원 의지가 뛰어나 선정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김 지사는 "부지 안전성과 미래 확장성은 물론 이용자들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지, 가속기 효과 극대화를 위한 지자체 지원 의지가 뚜렷한지 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면서 "나주는 이런 점을 모두 충족하는 최적지다. 현장에 와서 직접 보면 바로 알 수 있다"고 피력했다. 아울러 "호남권 국가대형연구시설 유치를 위한 지난 10년간의 노력이 결실을 맺을 때가 됐다"며 "방사광가속기 유치를 위한 모든 준비를 마쳤고, 반드시 유치해 국가 과학기술 백년대계를 완성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영록 전남지사. (사진=전남도 제공).
김영록 전남지사. (사진=전남도 제공).

 

◇ 전남도 "나주, 안전성·확장성 최적 입지"

전남도는 방사광가속기 유치를 위해 나주에 위치한 광주·전남 빛가람혁신도시 일원을 방사광가속기 조성 지역으로 선정했다. 전국 10개 혁신도시 중 유일하게 2개 광역 지자체가 힘을 모아 조성한 광주·전남 공동혁신도시는 전국 10개 혁신도시 중 가장 우수사례로 꼽힌다. 5년 만에 430개 기업 유치에 성공했으며, 한전공대 설립을 확정했다. 이어 에너지산업융복합단지, 에너지신산업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되면서 전국 어느 곳보다 빠른 성장을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 김영록 지사는 "나주는 전국 어디서나 2시간 이내 접근 가능한 고속철도와 고속도로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며 "특히, 고속철도 역사에서 시설까지가 8분 거리로 후보지들 중 가장 가까워 연구원들이 실제 이용하는데 가장 편리하다"고 설명했다. 예정부지는 혁신도시와 바로 연접해 있으며, 5.5㎞ 인근에 인구 150만명의 광주광역시가 공동 생활권을 형성하고 있어 생활, 교육, 의료여건 면에서 우수한 생활 인프라를 자랑한다. 나주는 안전성과 확장성 면에서도 타 지자체에 비해 압도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화강암 기반으로 진동, 소음, 홍수, 산사태 등 자연재해가 전혀 없다. 특히, 가장 중요한 지진 안전성과 관련해서는 기상청의 자료가 확보된 50년간 3.0 이상의 지진이 단 3회로 충북, 경북 등 타 지자체보다 월등히 적다. 방사광가속기 구축이 1조원이 투입될 초대형 국가시설로, 효과 극대화를 위한 업그레이드가 필수적인 만큼 미래 확장을 대비한 부지확보도 중요하다. 나주는 가속기 부지 외에도 인근 클러스터 부지 등 160만평의 부지가 있어 가속기 관련 추가 연구시설 및 사업체 부지 등 확장이 용이하다.  

김 지사는 "고도차가 커 부지 개발이 어려운 타 지역과 다르게 나주 예정부지는 표고 30m 이하가 약 90%인 평지로 부지 평탄화 등 공사가 쉽다"면서 "가속기 시설을 짓기 위해 필요한 부지 공사기간을 1년 이상 단축하는 등 신속한 도시관리계획 변경 등을 통해 최종적으로는 2년 이상 공사기간을 단축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제21대 국회의원 호남권 당선자들이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앞에서 대한민국에 노벨상을 안겨줄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호남권 구축 대정부 건의문을 발표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조오섭ㆍ윤재갑ㆍ이용빈ㆍ양향자ㆍ이병훈ㆍ김승남ㆍ송갑석 당선자, 김영록 전남도지사, 서삼석ㆍ이개호ㆍ신정훈ㆍ김원이ㆍ주철현ㆍ소병철ㆍ김회재 당선자. (사진=전남도 제공)
제21대 국회의원 호남권 당선자들이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앞에서 대한민국에 노벨상을 안겨줄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호남권 구축 대정부 건의문을 발표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조오섭ㆍ윤재갑ㆍ이용빈ㆍ양향자ㆍ이병훈ㆍ김승남ㆍ송갑석 당선자, 김영록 전남도지사, 서삼석ㆍ이개호ㆍ신정훈ㆍ김원이ㆍ주철현ㆍ소병철ㆍ김회재 당선자. (사진=전남도 제공)

 

◇ "호남 발전 위해 반드시 나주로" 민·관·정 힘 모아

이번 전남도의 방사광가속기 유치를 놓고 지역사회 각계각층이 하나로 뭉쳤다. 정·관·학계는 물론 도민들까지 유치에 힘을 보태고 나섰다. 특히 방사광가속기 나주 유치를 위한 범국민 서명 운동은 한 달 만에 250만 명을 돌파했다. 이는 호남권 전체 인구의 절반에 가까운 숫자다. 전남도는 지난해 9월부터 전문가 자문단을 출범하고 방사광가속기 호남권 구축 용역을 추진하는 등 유치 활동을 역점 추진해 왔다.

지난 3월 대학 총장, 시장·군수의 지지 성명과 광주·전남·전북 시도지사 공동건의문 발표로 유치 열기가 급속도로 확산됐다. 지난 4월부터 대학교수와 총학생회를 비롯해 상공회의소, 광주시상인연합회 등 호남권 전역에서 지지 성명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3일에는 호남권 국회의원 당선자 28명이 방사광가속기 유치 건의문을 청와대와 과기부 등에 전달하는 등 전방위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에 과학기술인들도 팔을 걷어붙였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광주·전남지역연합회 소속 과학기술인 2,200여명도 지난 17일 방사광가속기 호남권 유치 지지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과학기술 분야에서도 균형발전이 이뤄져야 효율성을 담보할 수 있다”며 “충청권과 영남권에 편중된 대형연구시설의 분산 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방사광가속기가 호남권에 들어서야 과학기술 분야에서 국가 균형발전 실현의 큰 전기가 된다는 설명이다.

한편 방사광가속기 구축사업은 총사업비 1조원이 투입되는 과기부 공모사업이다. 고용 13만 7,000여명, 생산 6조 7,000억 원, 부가가치 2조 4,000억 원을 유발할 것으로 추산(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된다. 이번 공모에는 전남 나주, 충북 오창, 강원 춘천, 경북 포항 4곳이 유치계획서를 제출했다. 과기부는 5월 6~7일 발표 평가와 현장 평가를 통해 후보지를 확정한 뒤 오는 2022년부터 구축에 들어가 2028년부터 방사광가속기를 운영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