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 칼럼] 코로나19 사태 속에 맞는 어버이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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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 칼럼] 코로나19 사태 속에 맞는 어버이날
  • 입력 2020-05-06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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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혁 본부장.

이산가족(離散家族)이 따로 있는 게 아니다. 생이별하면 그게 이산가족이다. 기자의 어머니는 요양병원에 계시는데, 두 달째 유리창 너머로 상봉하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한창 번져가던 지난 3월초부터, 요양병원들은 방문객들의 출입을 통제했다. 그 이전에는 1층 면회실에서 짧게라도 만날 수 있었다. 3월부터는 그런 기회마저도 허락되질 않고 있다.

가족들이 가져온 반찬과 과일 등은 병원현관을 통해 건네진다. 병원직원이 빼꼼 문을 열고 나와 물건을 받은 뒤 서둘러 문을 닫는다. 병원 측에 사전에 부탁을 해놓으면 휠체어를 탄 어머니가 1층 유리창 가에 앉아있다. 병원직원이 어머니께 물건을 건넨다. 눈으로 반갑게 인사를 한 뒤 기자는 핸드폰을 들어 보인다. 전화를 받으라고 어머니께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유리창 너머 어머니와 눈을 맞춰 가며 통화를 시작한다. 대면(對面)이지만 손을 잡거나 체온을 느낄 수 없기에 비대면(非對面)이나 마찬가지다. 대화를 시작하자마자 어머니는 눈물을 흘린다. 하루건너 뵙는 어머니인데도 뵐 때마다 얼굴이 더 야위고, 호호백발이 돼 가는 듯싶어 가슴이 미어진다. “언제나 이 일이 끝난다냐?…”유리창 너머의 어머니는 계속 울먹인다.

10년 전, 아버지를 먼저 보내고 난 뒤 어머니는 급속히 건강히 나빠졌다. 20년 전 부터 앓던 파킨슨 증세는 급속히 진행됐다. 허리디스크와 맞물려 여러 곳이 불편해졌다. 어머니는 어떻게든 요양병원에만큼은 가시지 않으려 애를 썼다. 그러나 ‘안간힘’을 써도, 결국에는 거동이 힘들어지자 어머니는 5년 전 요양병원으로 들어가셨다.

어머니가 했던 ‘안간힘’중의 하나는 아파트 주차장에서 열심히 걷는 것이었다. 파킨슨 증세의 하나는 근육의 힘이 떨어지는 것이다. 걷기 연습을 게을리 하면 앉은뱅이가 되고 만다는 의사의 말에 어머니는 하루에 한번 꼭 주차장으로 나가 걸었다. 어머니 집에 들를 때 보행보조기(walker)에 의지해 어머니가 겨우겨우 걷고 있는 모습을 보면 왈칵 눈물이 쏟아지곤 했다.

하루는, 주차장에서 어머니와 마주쳤다. 간병인에게 먼저 들어가 쉬고 있으라고 말한 뒤, 어머니를 부축하고 함께 걸었다. 어머니는 금방이라도 넘어질 듯 허청댔다. 두 손으로 느껴지는 어머니의 앙상한 팔에 마음이 아렸다. 주차장을 한 바퀴 돈 어머니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화단 곁의 돌에 주저앉았다. 그리고는 벽돌 틈에서 무엇인가를 꺼냈다.

기자가 물었다. “뭐에요?” 어머니는 빙그레 웃으며 “살구씨여야~”대답했다. 그러면서 하나를 집어 들었다. “한 바퀴에 하나씩. 여덟 개를 이쪽에다 놓으면 운동이 끝나야~”하며 씨 하나를 저쪽에다 두는 것이었다. 눈에 들어오는 어머니의 손. 힘없고 주름 잡힌 손가락. 그 손가락에 잡혀있는 씨 하나.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살구씨를 쥔 어머니 손만 내려다보고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 때가 행복했다. 그렇게라도 어머니가 걸을 수 있었고, 어머니의 팔짱을 끼고 걸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어머니는 아예 걷지를 못한다. 그런데도 어머니는 혼자서 화장실을 가려고 한다. 파킨슨은 조급증을 내는 병이기도 해서이다. 혼자서 움직이려다 넘어져 수차례나 손목과 손가락이 부러졌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막 기승을 부리기 시작하던 2월초에도 넘어져 손목 수술을 받았다. 지금도 반 깁스를 한 상태다.

코로나19 사태로 많은 이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 멀쩡하고 건강한 사람들도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요양병원에 계신 분들도 그 힘든 사람들에 속한다. 그렇지 않아도 자식들 보기가 힘든데, 요사이는 아예 자식들을 볼 수 없으니 그 상실감과 외로움이 무척도 깊을 것이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고 있지만 노년층은 여전히 ‘도시 속의 섬’으로 남아있을 공산이 크다.

코로나19는 최첨단 문명사회를 조롱하고 있다. 신기술의 궁극적 목표는 인류의 행복이다. AI(인공지능)산업의 지향점 역시 행복지수와 편의지수를 높이는 것이다. 코로나는 매년 계절병이 돼 우리 사회를 덮칠 것이다. 그렇다면 요양병원을 비롯, 가족과 떨어져 사는 부모님들은 코로나 사태가 재발할 때마다 지금과 같은 격리된 생활을 거듭해 겪을 수밖에 없다.

AI기술을 비롯해 우리가 마련해야할 미래기술들은 노년층의 외로움과 단절감을 어떻게 치유할지에도 초점이 모아져야 한다. 유아나 청소년들을 상대로 해서는 신기술과 신개념을 이용한 수많은 장난감과 게임들이 선을 뵈고 있다. 이에 반해 노년층의 고독감을 염두에 둔 감성적 사회적 장치나 기술들은 매우 더디다. AI가 개척해야할 분야가 아닌가 싶다.

최혁 기자
최혁 기자 hyuckchoi@aitimes.com 다른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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