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두기 무너진 광주 유흥가, 청년들로 밤마다 북새통
클럽·유흥주점 문 닫자 구시청·상무지구 헌팅 술집 몰려
2030 청년들, 안전불감증 심각…다닥다닥 붙어 '즐기자'
지역 확진자 감소세에 경각심도 바닥…"가족·지인 위협"

이태원 집단감염사태에도 불구하고 12일 자정 광주광역시 동구 구시청의 한 유헌팅포차에는 여흥을 즐길려는 청년들로 가득했다.

"광주는 확진자 없다면서요? 젊으니까 놀아야죠"

이태원 클럽발(發) 코로나 확진이 급증하고 있어 전국에 또 다시 비상이 걸렸다. 이 와중에 광주 지역 청년들이 밤마다 유흥가로 몰려들고 있어 집단 감염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밀접 접촉이 수시로 발생하는 '헌팅 포차'는 청년들로 매일 북새통을 이루고 있어,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 그동안 온 국민들의 노력으로 일궈낸 ‘생활 속 거리두기’ 방역체계 전환도 물거품이 될 수 있다.

12일 자정에 찾은 광주광역시 동구 구시청 거리. 지난 8일 전국 유흥업소 집합금지 명령이 내려진 가운데 손님이 뜸하다는 월요일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젊은이들로 북적였다. 거리에는 음악소리가 요란했고, 손님들을 불러들이는 간판들이 반짝였다. 특히 헌팅포차 가게들 안에는 빈 테이블을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로 손님들이 가득 차 있었다.

12일 자정, 광주광역시 동구 유흥시설 밀집지역 구시청거리는 젊은들로 북적였다.
12일 자정, 광주광역시 동구 유흥시설 밀집지역인 구시청거리에는 손님이 뜸하다는 월요일에도 불구하고 청춘들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았다.

코로나19 우려는 온데간데 없었다. 사람들이 밀집돼 있는 실내에서도 마스크를 쓴 사람들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특히 주점 입구의 청년들은 ‘거리두기 유지’를 비웃기라도 하듯 서로 뒤엉켜 입장을 기다리는 모습이었다. 잔뜩 흥이 오른 한 테이블에서 “광주는 코로나 확진자 없으니깐 괜찮아”라며 웃음을 터뜨리자 몇몇 테이블에서 환호성도 터져 나왔다.

반면 헌팅포차를 제외한 음식점들은 다시 코로나여파를 맞았다. 구시청 거리 인근 상인은 “이태원 클럽 집단 감염사태 이후 다른 음식점들은 손님이 확 줄었는데 헌팅포차는 손님들이 항상 많다”며 “주말에는 이보다 10배정도 많다”고 말했다. 이어 “젊은 사람들은 코로나에 관심이 없어 보인다”며 “나이든 사람들에 비해 경각심이 없고 너무 무디다”고 지적했다.

12일 자정, 광주광역시 동구
12일 자정, 광주광역시 동구 중심거리에 삼삼오오 모여 있는 청년들은 대부분 마스크를 끼지 않은 모습이다.

이에 반해 인근 상인들은 젊은 층이 절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근에서 고기집을 운영하는 상인은 “이태원 클럽 무증상자들이 돌아다니고 있는 만큼 클럽, 술집을 많이 가는 젊은 친구들이 그곳에서 감염돼 가족 지인 등의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생각을 했으면 좋겠다”며 “방역 수칙을 철저히 지키고 자제해야한다”고 말했다.

12일 자정, 광주광역시 서구 상무지구 유흥거리
12일 자정, 광주광역시 서구 상무지구에 위치한 한 유흥업소는 청년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같은시각 상무지구 일대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대부분 20대로 보이는 이들이 삼삼오오 무리지어 밤새 즐길 만한 곳을 찾아다니고 있었다.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도 많았다. 곳곳에 붙어있는 사회적 거리두기 현수막이 무색할 정도였다.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가 일어난 지 불과 며칠도 되지 않았지만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그나마 마스크가 있다 해도 턱 밑으로 내리고 있어 쓰나마나다. 클럽 앞에 나와 담배를 피우고 있는 20대 무리는 이태원 클럽 사태로 확진자가 날로 늘어가는 상황에서 감염에 대한 우려를 묻는 질문에 불쾌한 기색을 보이며 “말 안해요”라고 짧게 거절했다. 이 밖에 다른 젊은이들도 대답을 회피하며 클럽과 술집 안으로 얼른 발길을 옮겼다.

12일 자정, 광주광역시 서구 상무지구에 위치한 한 유흥업소 입구에서는 '거리두기'가 제대로 실천 되지 않은 채 청년들이 모여있었다. 

밤이 깊을수록 취해서 몸을 가누지 못하는 사람, 흡연하며 돌아다니는 사람들로 거리가 북적였다. 프랜차이즈 한 술집은 열 다섯명 정도 인원이 줄을 서서 입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라 테이블 한 칸씩 떨어져 앉아달라는 안내문과 달리 손님이 가득 찬 모습이었다.

유흥가 한복판에 위치한 유명 소주방, 실내포차 대부분이 영업을 하고 있었다. 클럽 등 유흥업소가 문을 닫는 월요일인 것을 감안해도 꽤나 북적였다. 한 업소에 들어가 보니 테이블마다 남녀가 짝을 이뤄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점원에게 이태원 클럽발 확진자 발생 후 영업에 영향이 있냐는 질문에 “우린 그런 것과 무관하다”며 “평소 월요일에도 주말에도 장사가 잘된다”고 대답했다.

술집들 사이로 덩그러니 걸려있는 '코로나19 확산방지 캠페인' 현수막.

반면 이같은 청년들의 행동을 놓고 우려를 표하는 시민들도 더러 있었다. 한 소주방 주인은 입구에 방역 안내판을 설치했지만 마스크를 쓰지 않고 들어오는 손님이 점점 많아져 곤란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주인 김 모씨는 “손님이 지침을 안 따르다 감염되면 욕 먹고 피해 보는 건 업주들”이라며 “이태원 감염상황은 먼 얘기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마스크를 쓴 20대 초반 커플은 이태원 클럽 사태에 대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포차 업주들도 문제가 있는 것 같다”며 “클럽을 찾는 젊은이들보다는 방역수칙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업소가 안일하지 않나”라며 비난했다.

12시 자정, 광주광역시 상무지구 한 헌팅포차에서 테이블을 가득 메운 손님들이 술을 마시고 있다. 

한편 광주시는 12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이날 오후 6시부터 26일 오전 6시까지 광주 모든 유흥주점, 감성주점, 콜라텍에 집합금지 행정 명령을 발동했다. 하지만 헌팅포차는 유흥업소가 아니라 일반음식점으로 등록돼 있어 실효성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일반음식점으로 등록된 ‘감성주점’도 클럽과 유사하다는 이유로 포함됐지만 헌팅포차는 제외돼 사각지대가 발생할 것으로 여겨진다. /글=유형동·구아현·박혜섭·윤영주 기자 /사진·영상=설재혁 기자

12시 자정, 광주광역시 상무지구 한 헌팅포차에서 테이블을 가득 메운 손님들이 술을 마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