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지역별 수업방식 등 제각각…평가 공정성 화두
학교 현장 "교사·시설 모두 부족…현실성 떨어져"
교실에서는 거리두기 가능, 화장실에서는 ‘곤란’
고3 등교 앞두고 학부모 사이 의견 엇갈려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의 등교개학을 이틀 앞둔 18일 오후 한 고등학교에서 교직원이 책상 간격을 살펴보고 있다. 교육부 방침에 따라 고3은 오는 20일 '1단계' 개학한다. 27일에는 '2단계'로 고2·중3·초1~2·유치원생이, 다음달 3일에는 '3단계'로 고1·중2·초3~4, 다음달 8일에는 '4단계'로 중1·초5~6이 차례로 등교한다. (사진=News1)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의 등교개학을 이틀 앞둔 18일 오후 한 고등학교에서 교직원이 책상 간격을 살펴보고 있다. 교육부 방침에 따라 고3은 오는 20일 '1단계' 개학한다. 27일에는 '2단계'로 고2·중3·초1~2·유치원생이, 다음달 3일에는 '3단계'로 고1·중2·초3~4, 다음달 8일에는 '4단계'로 중1·초5~6이 차례로 등교한다. (사진=News1)

고3 개학이 이틀도 채 남지 않았지만 정부와 교육청의 미흡한 가이드라인 탓에 일선학교의 학생교육 및 생활지도에 큰 차질이 예상된다.

각 시도교육청이 급히 마련한 학교 단위의 가이드 라인을 제시하고 있지만 학교별 지역별 수업방식 등이 제각각인데다 원격수업 병행에 대한 평가의 공정성 문제, 교사 인력 부족, 학생 통제와 방역에 대한 어려움 등으로 여러 가지 부작용이 우려되고 있다.

광주광역시의 한 고등학교 전경.
광주광역시의 한 고등학교 전경.

◇격주제·격일제 선택? 최대 문제는 ‘평가 공정성’

교육부는 학교의 여건에 따라 자율적으로 교육방식을 선택하도록 했다. 학년별 격주제·격일제 등교 수업을 권고하고 학교 상황에 따라 스스로 방안을 만들어 가도록 한 것이다. 17일 교육부는 브리핑을 통해 “대도시와 중소도시, 농어촌 상황이 다르고 초‧중‧고등학교 마다 학생 수, 규모, 등 상황이 달라 일괄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 어렵다”며 “시도교육청과 학교에서 스스로 창의적인 방안을 만들어 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선 학교에서는 격주제‧격일제 수업방식을 결정하는 일은 평가의 공정성 문제 때문에 학생 수가 많더라도 학교단위에서 쉽게 결정하기 어렵다고 호소하고 있다. 특히 고3 학생들에게 원격수업 병행은 불가능한 이야기다. 예민한 수능이 걸려있어 온‧오프라인 수업에 따른 학생들 사이의 차이가 생길 수 있고, 교과목이 매일 다르기 때문에 과목마다 차이가 있어 공정성을 훼손하기 때문이다.

이에 시도교육청이 지역상황을 재빨리 파악해 전체적이 아웃라인을 제시해줘야 된다는 지적이다. 순천의 A 고등학교 교감은 “단일 학교가 격일제로 등교한다는 건 굉장히 어려운 부분이다”며 “빠른 시일 안에 학교 상황을 파악해 전체 학교 단위에서 큰 그림을 마련해줘야 사후에 저희가 움직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18일 오후 한 고등학교에서 교직원이 열화상 카메라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News1)

예를 들어 서울교육청은 재학중인 고등학교 3학년은 매일 등교를 원칙으로 하고 1~2학년은 학년별 또는 학급별 격주로 등교할 방침이다. 중학교와 초등학교는 원격수업과 등교수업을 병행하고 주1회 이상 등교 수업을 실시한다. 유치원은 교육부 지침에 따라 오는 27일부터 원격수업과 등교수업을 병행하며 원격수업을 수업일수로 인정한다.

하지만 전남도교육청은 아직까지 학생 등교수업 운영 방안에 대한 정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전체적인 학급 당 학생 수 25명 이상인 과밀학급과 대규모 학교의 경우 2부제 수업, 등교수업과 원격수업 병행 등 탄력적 운영한다는 지침만 있을 뿐이다. 전남도교육청은 “격주제‧격일제 수업방식 같은 경우 학교 측과의 상의를 통해서 학교 규모와 학생 수에 따라 결정 될 것”이라며 “아직까지 전라남도청에서 명확한 전체학교에 대한 지침이 나온 것은 없지만 곧 방안을 마련할 것이다”고 밝혔다.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의 등교개학을 이틀 앞둔 18일 오후 서울 용산구 용산고등학교에서 교직원이 거리두기 안내문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의 등교개학을 이틀 앞둔 18일 오후 한 고등학교에서 교직원이 거리두기 안내문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News1)

◇‘거리두기’ 가능할까? 시설‧인력 부족 등 난관 ‘불 보듯’

18일 순천의 한 고등학교에서 대면 개학을 앞두고 열린 교사 회의의 최대 쟁점은 '아이들의 안전에 대한 불안감'이었다. 20일부터 고등학교 3학년이 등교를 시작된다. 전남도청의 지침대로 방역과 생활지도를 하겠지만 학생들을 일상생활 부분 전부까지 관리하고 통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다음 달 새 학기부터 학급 담임교사 2명을 배치하는 복수담임제 시행을 예고했지만 1인 1담임제를 해도 부족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업무가 가중돼 현실적으로 어느 정도로 통제와 방역이 될지 우려된다. 고3 담임을 맡고 있는 B교사는 “담임 선생님이 쉬는시간에 복도, 화장실 출입까지 지도해야한다”며 “선생님들 업무가 어마어마하게 과중돼 사실은 학교가 아이들 수업 생활지도 뿐아니라 보건소 역할까지 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소규모 학교는 가능할지 몰라도 학생 수가 많고 규모가 큰 학교 일수록 엄청나게 많은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걱정했다.

학교 내 시설 구조에 대한 문제도 제기됐다. 중학교 학생부장을 맡고 있는 C교사는 “학생들 화장실은 한정돼 있고, 소변기 간격이 채 1m가 되지 않는다”며 “몇 백명의 학생들이 짧은 쉬는시간을 이용해 소변기 4~5칸 밖에 안되는 화장실을 이용하는데 거리두기가 실천 되겠냐”며 “1m 줄서기 발판을 설치하고 선생님들이 감독하려 하는데 화장실 시설상 문제가 있는 데 이런 수칙을 지킨다고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학교내 마련된 일시적 관찰실.
학교내 마련된 일시적 관찰실. (사진=News1)

◇"학교 가야 공부하지" “이태원 코로나 확산에 걱정” 학부모 사이 의견 엇갈려

온라인 수업이 장기화되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된 만큼 등교를 해야한다는 의견과 이태원 관련 4차 감염자가 발생하면서 교실 감염 등 우려의 목소리도 있어 등교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초등학교 1학년 자녀를 키우는 백지희씨(38)는 “온라인 수업이 지속돼 아이들을 통제하기 힘들어지고 사이도 안좋아지는 것 같다”며 “걱정반 기대반이지만 학교를 보내야 아이들이 공부를 따라가지 않을 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어 “5월 어린이날 아이에게 뭘 제일 하고 싶냐고 물었더니 학교에 가고 싶다고 말했다”며 “아이들도 학교를 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고등학교 3학년 학생 담임을 맡고 있는 최 모씨(34)는 “지역일수록 학부모들이 학교를 보내는데 찬성을 많이 하는 것 같다”며 “최근 학교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90% 넘는 학부모들이 학교 등교에 찬성했다”고 밝혔다. 이어 “지역일수록 코로나 안전지대라는 인식이 강하고 사교육이 활발하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며 “학부모들이 야간 자율 학습도 많이 원하지만 학교 측에선 아직 염두도 못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태원 클럽 관련 코로나19 확진자는 이날 정오 기준으로 168명을 돌파했다. 현재 2·3차에 이어 4차 감염 사례까지 확인됐다. 이 때문에 학부모와 학생들 사이에서는 교실 감염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등교를 미뤄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동의한 인원은 이날 오후 6시 현재 22만명이 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