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떼' 한 잔] 이번엔 저부터 잘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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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떼' 한 잔] 이번엔 저부터 잘 하겠습니다
  • 입력 2020-05-27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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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대눈 위원

"오늘까지 다음주 일정 올려야 하는데 어떻게 할까요? 부장 일정은 그냥 또 비워둘까요?"

활판 인쇄 시대가 가고, 신문사에 컴퓨터가 도입되자, 기사 작성을 위해 워드프로세서만 적응해야 하는게 아니었다. 자 대고  줄 그어 그리던 도표는 스프레드 쉬트로 작성해야 했다. 외근 취재 하려면, 만나는 사람 연락처와 일정을 공유해야 했다. 팀 짜서 기획취재 하려면, 듣도 보도 못한, 프로젝트 관리 툴을 써야한단다. 아, 물론 오래가진 않았다. 팀의 평기자들만 이를 지켰을 뿐, 캡(틴)이나 데스크, 팀 리더의 일정이나 프로젝트 내 역할은 공개되지도 공유되지도 않았다. 잘 돌아갈 턱이 있나...

너희들은 지켜, 나는 빼고...

"이번 분기 챔피온 프로젝트 선정해서 제출하라는데요?"

분기, 반기 때마다 6시그마사무국에 프로젝트 제출할 때만 되면, 시니어급 들은 '적당한' 결과치가 예상되는 '적당한' 프로젝트를 궁리, 팀장과 국실장에게 제출해야 했다. 뻔한 제목에, 뻔한 내용이면 승인나질 않으니, 현업에 포함된 프로젝트처럼 보이면서 사실상 현업과 분리해 쉽게 결과치를 얻어 낼 묘수를 찾아야 했다. 물론, 만만한 현업부서 이야기. 부서명 앞에 '전략~' '미래~' 등등 붙어있던 소위 핵심(?)부서는 챔피온 프로젝트에서 제외. 기밀을 다룬다던가?

복잡다기하게 구성된 조직의 전사적 자원을 관리함으로써, 고객 입장에서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해보자는 게 도입취지였다. 잭 웰치 열풍을 타고 유행처럼 번졌던 6시그마 경영 방식은 그렇게 '나는 빼고 너만'으로 변해갔고, 어느 순간 사라졌다.

제가 잘 할게요

코로나19의 확산은 언택트 학습 환경, 근무 환경을 요구하고 있고, 우리 모두 이에 적응 중이다. 슬랙, 트렐로, 노션, 지라, 플로우, 아사나... 뭐가 이렇게 많다니? 각종 업무용 메신저와 프로그램이 랩탑 컴퓨터에 깔리고 5G로 서로 접속되기 시작한다.

'삐삐' 무선호출기 허리춤에 차고, 플로피 디스켓을 컴퓨터에 넣었다 빼었다 반복했던 '라떼'에 비하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그리고 통신까지 원격 근무환경은 정말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라떼'문화의 청산, 기업 문화의 혁신은, 말처럼 간단하지도 않지만, 반대로  어렵고 복잡한 방법론 도입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H/W, S/W, 통신 속도로만 해결되지도 않는다. 분명한 건, 코로나19 확산이 가져다 준 혁신의 기회도 '나는 빼고 너희들만' 식이면, 어차피 도루묵.

제발, 이번엔 저부터 잘 하겠습니다.

글쓴이

62년생 81학번. 중앙일보 기자(공채25기)로 취재 일선에서 인터넷 시대를 겪었다. 인터넷을 교육에 활용(Internet in Education)하자는, '교육 정보화 캠페인'을 펼친 공로로 대통령표창(단체)을 받았다. 중앙일보 정책사회데스크, 프리미엄섹션 편집장, CRM실장을 역임했다. 중앙일보교육법인과 중앙일보플러스 대표이사를 거쳐 퇴임. 올 2월 인공지능 관련 뉴스를 취재 보도 하겠다는 포부를 갖고, '시니어 인턴' 계약직 사원으로 AI타임스에 입사했다. '라떼'를 입에 달고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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