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기능이 탑재된 스마트폰·냉장고·세탁기·자동차 등등 요즘 들어 온통 AI 일색이다. 이제 AI 기술이 접목되지 않은 분야를 찾기가 더 어려울 지경이다. 도대체 AI의 오지랖은 어디까지일까. AI가 음악도 만들고 그림도 그리고 글도 쓰고 심지어 정치도 하려 한다. AI 상담사, AI 의사, AI 판사 등 안 끼는 데가 없을 정도다. AI의 활용 분야가 공학을 넘어 인간에 대한 이해를 필요로 하는 다양한 영역으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인간을 이해하는 학문인 인문학은 여전히 외면 받고 있는 게 현실이다.

AI가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지면 커질수록 다음과 같은 물음표가 뒤따라온다. “AI가 인간을 대체하는 것은 아닐까?” 이미 많은 일자리에서 인간은 AI에게 자리를 내줬다. 개발자나 기술자가 아닌 일반 시민들에게 AI는 아직 어렵고 생소하다. 그런데도 삶 곳곳에 침투해있는 AI를 발견할 때마다 편리하면서도 두렵다. 좋든 싫든, 알든 모르든 어느새 다가온 AI 시대. 기술 발전에 멍하니 끌려다니며 주객이 전도되도록 할 것이 아니라 좀 더 주체적인 관점을 길러주는 교육이 필요하다.

광주광역시가 올해 초 ‘인공지능 중심도시 광주’ 비전 선포식을 열고 AI 광주시대를 맞이하는 원년으로 삼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현재까지 광주시의 행보를 보면 이는 공수표만은 아닌 듯하다. 시장부터 공무원에 이르기까지 광주시 전체가 나서서 그야말로 AI 열공 중이다. 그렇지만 시민들의 AI 체감도는 아직 낮다. 현재 시민들을 대상으로 시행하고 있는 AI 교육은 대부분 기술 위주다. 물론 일자리 창출과 연계된 실질적인 교육이라는 점에서는 유용한 측면도 있다.

광주시는 궁극적으로 유치원부터 대학원까지 AI 인재 양성 사다리를 구축해 AI 평생시민교육을 실시한다고 한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으로 AI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접근 방식도 필요해 보인다. 결국 인간에 대한 이해가 없는 기술만으로는 AI 산업을 이끌어갈 창의적 인재도, AI 시대를 살아갈 성숙한 시민도 길러질 수 없다. 인문학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AI 기술에 좀 더 친숙하게 다가가 일반 시민들의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교육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AI에 사활을 걸고 있는 도시는 광주시만이 아니다. 하루에도 전국 곳곳에서 AI 관련 기술 개발 사업과 협약 체결 소식이 심심찮게 들려온다. 하지만 아직은 시‧도 차원의 노력이 대부분이다. 시민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공감할 수 있는 광주시만의 차별화된 AI 중심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AI에 대한 통찰력을 길러주는 인문학적 접근의 교육도 함께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기술적 성과에만 몰두하기보다는 기술공학과 인문학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한다. 인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시민을 행복하게 만드는 AI 생태계를 조성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