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다리를 유도 선수 다리처럼 안전하게 만들고 싶어요"
구글 브레인과 디즈니 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활동
"열정 쏟을 분야 정하라" 후배들에게 조언도

[편집자 주] 4차산업혁명을 선도하는 국가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인공지능(AI) 기술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은 피할 수 없는 도전적 과제다.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강대국들의 틈바구니에서 우리의 목소리를 키워나갈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그 첫걸음이 인재 양성에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때문에 해외 여러 곳에서 특히 미국 등 선진 국가에서 인공지능 전문가로 성장하고 있는 한국인 연구자들을 발굴하고 탐색하는 것은 매우 의미있는 일이다. 또, 미래의 한국 인공지능 기술 개발과 산업을 이끌어갈 인재들의 현재와 그 성과를 만나보는 건 즐거운 일이기도 하다.

'로비' '스피디' '큐티' '데이브' '하비' '네스터10호' '브레인' '바이어리'. 

SF소설의 거장 아이작 아시모프의 소설에 등장하는 로봇 이름이다. 아시모프는 1942년 소설 '런어라운드(Runaround)'에서 로봇 3원칙도 제시했는데, 지금도 로봇개발과정에 인정받고 있다. 그는 2019년이 되면 산업 현장과 가정에서 컴퓨터와 로봇이 일상화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물론, 학교가 없어지고 홈스쿨링이 대세가 된다는 예상은 빗나갔지만, 인공지능 기술과 로봇 기술의 빠른 발전에 힘입어 머지않아 동일한 이름의 로봇이 반려견처럼 가정에서 양육(?)되는 현실을 마주하게 될 것 같은 요즘이다.

소설에나 나올 법하던 로봇을 실제로 만들어 가는 작업은 어떠할까? 일반인들이 언뜻 생각해봐도 고려할 게 너무나도 많겠다는 생각이 든다. 손동작, 발동작 하나하나를 모두 설계하고 개발해야 한다. 게다가 사람을 해치지 않고 사람에게 복종하는 로봇3원칙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목적도 다양할 것 같고, 기능도 세분될 것 같다. 할 일이 많다.

해외파 젊은 AI/ 로봇 연구자들을 찾아서

인공지능과 로봇 개발에 선두에 있는 미국에서 연구에 몰두하고 있는 젊은 한국인 개발자들은 어떤 연구들을 하고 있을까, 앞으로 어떤 인공지능과 로봇들을 개발해낼 것인지 자못 궁금하다. 먼저, 미국 조지아공대(Georgia Institute of Technology)에서 로봇개발을 연구 중인 하세훈 교수를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하 교수는 카이스트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하고 조지아공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구글 브레인과 디즈니 리서치 연구소에서 연구원 생활을 했으며 올해 모교인 조지아공대 조교수로 임용됐다.

하 교수는 로봇의 다리에 관심이 많다. 로봇이 실생활에 적용되기 위해서는 ‘안전성이 최우선’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로봇의 이동성에도 관심이 많을 뿐만 아니라 사람에게 친근한 동물에 가까운 형태의 로봇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하 교수는 2015년 박사 후 연구원 시절 지도교수인 카렌 리우(Karen Liu)박사와 공동연구를 통해 로봇이 낙상 시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새로운 알고리즘을 개발해 언론지상에 이름이 알려졌다. 외부에서 밀칠 때 발을 살짝 옮기는 방식으로 균형을 잡거나 넘어질 때 유도 선수가 하는 것처럼 낙법을 구사하는 방법까지 연구했다.

현재는 4족 보행 로봇이 강화학습을 통해 안정성과 효율성을 어떻게 가지게 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연구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사람과 같은 휴머노이드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 로봇 개발 수준도 세계적

미국 대학의 로봇 개발 수준은 분야별로 원천기술로는 최고이지만, 전문가 수에 있어서는 보스턴 다이내믹스 같은 기업에게 당해낼 수 없다고 인정한다. 각자의 역할 분담이 이루어져 있다고 말한다. 그는 미국 내 연구 중인 한국인 개발자가 다른 나라에 비해 적어 아쉬워했다. 하 교수에 따르면, 한국의 로봇 개발 수준도 아주 훌륭하다. “앞으로 기대해볼 만하다.”하고 말하며 특히, 네이버 랩스를 주목했다. 앞으로 한국의 로봇개발자들과 교류가 앞으로 활발해지기를 희망하기도 했다.

이론지향적인 AI개발자와 문제해결중심의 로봇 개발자 간의 간극이 계속 줄어들고 있다는 보는 하 교수는 AI개발자가 되고 싶어하는 후배들에게 수학의 기초를 잘 다질 것을 조언했다. 자녀의 꿈을 키워주려는 학부모들에게도 어떤 학교를 가느냐 보다 ‘본인이 흥미로운 분야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내에서 공부하는 것도 좋지만, 다양한 기회가 주어지는 해외 유학도 추천할 만 하다라고 말했다. “학생 본인의 확고한 의지와 계획, 능동적이고 열정적인 공부”가 뒷받침되는 것이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하 교수 자신도 지도교수에게 그러한 열의를 인정받은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다음은 하교수와 일문일답한 내용이다.

-조지아텍 조교수가 되신 걸 축하드린다. 언제 조교수가 됐나요?

“감사합니다. 올해 초부터 조지아텍 인터랙티브 컴퓨팅스쿨(School of Interactive Computing)에서 조교수로 시작했습니다. 이전에는 디즈니 리서치에서 3년, 구글 브레인에서 1년 가량 있었습니다.”

-구글에서도 잠시 근무했던데요. 거쳐 왔던 곳에서 어떤 연구를 했는지 궁금해요.

“구글에서는 구글 브레인 랩에 있었습니다. 비전, 음성인식, 자연언어처리, 의학 등 많은 분야에서 선도적인 연구를 하시는 훌륭한 분들이 많은 랩입니다. 저는 그 중에서 강화학습을 통한 로봇 인공지능 개발 팀에서 어떻게 하면 로봇이 더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지 연구를 했습니다. 특히 로봇이 실제에 우리 생활에 적용되기 위해서는 안전성이 최우선으로 확보되어야 하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 중점적으로 연구를 했습니다.”

-공개한 자료를 보면, 2011년 이후 휴먼 모션(인간 동작)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에 참여했던데요,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인간/캐릭터/로봇의 움직임에 대한 연구는 카이스트 재학 시절 신성용 교수님께 캐릭터 애니메이션 세미나 수업을 들으면서 시작되었던 것 같습니다. 신 교수님께서 당시 최신 논문들을 자세히 소개해 주셨는데요, 다양한 모션들을 수학적으로 풀어내는 것이 재미있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공부하고 프로그램을 작성하면 화면에 캐릭터가 실제로 움직인다는 점 역시 흥미로웠던 것 같습니다.”

-박사 취득 후, 2015년에 낙상 시 충격을 최소화하는 낙법 가능 로봇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데 참여한 것으로 언론 보도가 나왔어요. 이후에 지속적으로 휴먼 모션에서 로봇 다리 동작과 연관된 쪽으로 연구 방향이 집중되는 것 같은데,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요?

“두 가지 이유가 있겠네요. 첫 째로 로봇의 이동성(mobility)은 아주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해서 입니다. 로봇이 더 다양한 환경에서 움직이기 위해서 다리는 필수라고 생각하거든요.

예를 들어 집 안만 고려하더라도 바닥이 깨끗이 정리 되지 않았을 수도 있고, 문턱이나 계단이 있을 수도 있는 거니까요. 두 번째로는 개인적으로 동물에 가까운 형태의 로봇을 더 선호하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사람들도 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을 테니까요.”

-요즘 관심을 가지고 계신 연구 방향은 어떤 분야인가요?

“요즈음에는 로봇이 학습을 할 때 실제 로봇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강화학습(reinforcement learning)을 하는 연구에 큰 관심이 있습니다. 기존에는 컴퓨터 시뮬레이션에서 학습을 해서 실제 로봇에 적용을 하였는데요, 시뮬레이션이 현실을 100% 반영하지는 못하다 보니 로봇이 현실에서는 종종 기대와 다르게 움직이는 경우가 많거든요.

이런 문제를 가상이 아닌 실제 로봇에서 강화학습을 적용하여 현실에서도 잘 동작하는 모션을 학습하도록 하는 것이죠. 최근에는 특히 실제 4족 보행 로봇에 강화학습을 적용할 때 안정성과 효율성을 어떻게 개선할 수 있는지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고 있는 중입니다.”

-지도교수인 카렌 리우 교수와 계속 논문을 발표하고 있는데, 호흡이 잘 맞으신 거 같아요.

“캐런 교수님은 너무 좋으신 분이시지요. 벌써 10년째 함께 연구하고 있네요. 워낙 아이디어도 많으시고 논문 지도도 세심하게 잘 해주시는 분이라, 아직도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저도 교수를 시작했으니 학생들을 어떻게 이끌어 주시는지를 열심히 배우고 있습니다.”

- 개인적으로 가장 좋게 평가하고 자신의 논문이나 연구가 있다면?

“개인적으로는 2017년 논문인 “Joint Optimization of Robot Design and Motion Parameters using the Implicit Function Theorem”을 가장 좋아합니다. 로봇의 디자인을 음함수 이론 (Implicit Function Theorem)으로 최적화하는 방안에 대한 논문인데, 문제의 정의, 해결 방안, 결과까지 아주 깔끔하게 풀어내었다고 생각하거든요. 로보틱스 사이언스 시스템(Robotics Science & Systems)이라는 학회에서 최고 논문에 추천되기도 했습니다.“

-로봇 개발로는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독보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미국 대학의 로봇 개발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요? 그리고 보스턴 다이내믹스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요?

“미국 대학들이 각 부분들에 대한 원천 기술 자체는 조금 더 뛰어나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물체 인식이나 학습, 제어 등등 한 분야에서는 보스턴 다이내믹스보다 더 뛰어난 교수님들이 다 학계에 계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정말 많은 전문가 분들이 조직적으로 움직여 여러 기술을 하나로 녹여내어 세계 최고의 로봇을 만들었고, 이 노하우는 대학의 규모에서는 당장은 따라가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학계와 회사 양쪽 모두 로봇 개발에서 각자가 맡은 역할이 있다고 봐야겠지요.“

-한국의 로봇개발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고 있나요?

“아주 훌륭합니다. 국내 대학들에 좋은 연구를 하시는 교수님들도 많으시고, 잘하시는 젊은 교수님들도 한국에 많이 들어오셨고, 또 회사 차원에서도 최근 많이 투자해 주시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최근 네이버 랩스가 로봇과 AI 분야에서 괄목한 만한 성장을 하는 것 같아 기대 중입니다. 다만 한국 내 로보틱스의 분위기가 조금 오르내림이 있는 것 같더군요. 장기적으로 현재의 좋은 분위기가 이어진다면 기대해 봐도 좋지 않을까요.”

-향후 10년 내에 로봇은 어느 정도까지 발전할까요?

“어려운 질문이네요. 관심 있는 4족 보행 로봇에 대해서 말씀드리자면, 어쩌면 생각보다 많이 발전해있을 수도 있겠네요. 효율적이고 자연스러운 움직임, 주변 상황에 대한 인식, 사람과의 의사소통 등 많은 부분에서 개선이 이루어져 실제로 사람들을 집이나 일터에서 도와주고 있을 수 있겠지요. 하지만 반대로 사람과 같은 휴머노이드는 실제 사용되기 위해서는 무언가 큰 도약이 필요할 것 같은 느낌입니다.”

-AI 개발자와 로봇 개발자는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을 텐데, 어떻게 봐야 할까요?

“굳이 말하자면 디즈니에 있던 연구원 분들이 로봇개발자에 해당되겠고, 구글에 있던 연구원 분들이 AI 개발자라고 할 수 있겠네요. 일단은 로봇 개발자들은 문제의 해결에 현실적인 방안을 찾으시는 편이면, AI 개발자분들은 근본적인 이론을 연구하시는 분들이 많기는 합니다. 하지만 이 간격은 점점 좁혀지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로봇 개발자 분들도 AI 기술을 많이 사용하시고, AI 개발자 분들도 인공지능 이론과 실제 로봇의 간극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거든요. 아마 곧 그 경계는 큰 의미가 없어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한국의 로봇 개발자들과 교류가 있는가요? 혹시 있다면, 앞으로 어떤 식으로 발전해 나가면 좋을까요?

“아쉽지만 박사 때부터 해외에 있어 한국의 로봇 개발자 분들과 많은 교류를 하지 못했습니다. 개인적인 희망으로는 국제학술대회 (ICRA/IROS/RSS 등)에서 더 많이 뵈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그런 곳에서 한국인들끼리 더 인사 나눌 수 있는 모임이 있어도 좋겠네요.”

 

-과학고와 카이스트를 나왔는데, 한국의 AI개발자가 되고 싶어 하는 후배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일단은 전반적인 수학의 기초 - 미분, 통계학, 이산수학 등등-를 잘 다져두라고 조언 드리고 싶네요. 기초만 잘 닦여 있다면 AI 이론 자체는 금방 배우실 수 있으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유명한 국내 및 해외 연구자 분들 중 에 AI 자체에 대한 공부는 시작하신 지 얼마 되지 않은 분들도 많으세요. 본인이 열정을 가진 분야의 공부도 많이 해두면 더 좋을 겁니다. 그 쪽 분야에 AI를 적용할 때 훨씬 전문성 있게 접근하실 수 있으실 거예요.”

-중2 학생들은 인공지능 개발자가 되면 돈을 많이 벌고 유명해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학부모로서 중2 자녀의 꿈을 잘 키워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게 제일 어려운 질문 같군요. 수학 및 과학을 좋아하는 학생이라면 어쩌면 과학고든 영재고든, 혹은 국내에 있든 해외에 있든지 큰 상관은 없을 수도 있을 것 같네요. 주변에 연구자 분들을 봐도 그렇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본인이 흥미 있는 분야를 찾는 것, 그리고 그 분야에서 국제 학술지 등에 꾸준한 연구 활동을 하시는 교수님께 수업도 듣고 랩에서 인턴도 하면서 많이 배우는 것일 듯 합니다.

해외 유학은 전반적으로는 추천 드리는 편입니다. 연구 및 수업을 잘하시는 교수님들도 워낙 많고, 좀 더 연구 기회도 많은 것 같아요. 저도 조지아텍으로 교환 학생을 가서 캐런 교수님을 직접 만나고 함께 일해 보면서 박사 진학의 기회를 잡은 경우거든요.

다만 학생 본인이 해외 생활에서 무엇을 얻을 것인가에 대한 확고한 의지와 계획이 없으면 오히려 잃을게 많을 수 있다는 점은 알려드리고 싶네요. 아래와 중복되지만, 특히 해외에서는 본인이 능동적이고 열정적으로 공부하지 않으면 실력이 늘지 않는 것 같아요.“

-AI분야로 미국이나 해외로 유학 가고자 희망하는 분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특히 한국 사람들은 능동적으로, 공격적으로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요. 평소에도 오픈소스 프로젝트 등에 참여하면서 실력을 키우는 것도 좋고, 교환학생 기회가 있으시면 가서도 수업에서 최대한 좋은 성적을 내면서 교수님께 함께 연구하고 싶다는 열의를 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캐런 교수님께서도 제가 보통 아시아 출신 학생들과 달리 적극적으로 배우고 싶어하는 열의를 좋게 봐주셔서 뽑아주셨다고 하시더군요. 원하시는 분야 및 교수님을 정하고, 성실히 준비 한 다음 적극적으로 연락드리면 좋은 결과를 얻으실 수 있으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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