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17일 협상 중단 통보...EU 디지털세 부과 강행 예고

(사진=셔터스톡).
(사진=셔터스톡).

미국이 유럽연합(EU)과 진행하던 디지털세 협상을 일방적으로 중단, 유럽 각국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등 미국의 글로벌 IT 기업에 디지털세를 물리려는 유럽 각구과 이를 방어하려는 미국이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며 대치하고 있는 양상이다.

로이터통신은 미국이 17일(현지시간) 코로나19 사태 대응이 더 중요하다며 EU 각국과 진행하던 디지털세 협상 중단을 통보한데 대해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각국이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고 19일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미국의 일방적인 디지털세 협상 중단이 EU의 결속을 다지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미국은 얼마 전 '보복관세'를 들먹인데 이어 이번에도 "EU가 제안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보복 대응 가능성을 시사해 또다른 무역전쟁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디지털세를 둘러싼 갈등은 프랑스가 지난해 7월 거대 ITㆍ디지털 기업에 매출의 3%를 세금으로 부과하겠다고 나서면서 시작됐다.

미국은 프랑스가 언급한 부과 대상이 구글ㆍ애플ㆍ아마존ㆍ페이스북 등 모두 미국 기업이라는 점을 들어 처음부터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지난해 12월에는 무역법 301조에 근거해 24억달러(약 2조8000억원) 상당의 프랑스 제품에 최고 100%의 관세 부과를 예고하기도 했다.

이같은 미국과 프랑스간 갈등은 올 초 양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를 통해 디지털세에 관한 조세원칙과 세부안 마련 논의를 진행하기로 합의하면서 일단락 됐었다.

하지만 이번 미국의 일방적인 협상 중단으로 미국과 EU간 무역전쟁 촉발 가능성이 다시 높아졌다. 

이에 대해 앙헬 구리아 OECD 사무총장은 "양국이 해결책을 찾지 못하면 더 많은 국가에서 일방적인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이는 결국 세금 분쟁을 유발하고 불가피하게 무역 긴장을 고조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럽 각국도 기민하게 반응했다. 브루노 르 마이어 프랑스 재무장관은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 정부와 공동으로 미국에 서한을 보내는 등 공동전선을 펼치고 있다.

마이어는 프랑스 국영 라디오 방송에서 "미국이 OECD 모든 국가를 대상으로 도발을 일으켰다"면서 "프랑스 정부는 미국의 협상 복귀 여부에 관계없이 오는 12월부터 예정대로 디지털세를 부과하겠다"고 천명했다.

로베르토 굴티에리 이탈리아 경제부 장관도 "미국의 협상 중단이 이탈리아의 뜻을 꺾을 수 없을 것"이라며 "이탈리아 정부는 G20에서 논의해 온대로 프랑스, 스페인, 영국과 함께 연말에 디지털세 부과 해결책을 찾는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몬테로 마리아 스페인 정부 대변인은 "4차산업혁명 시대에 맞춰 디지털세 만큼 질서 정연하고 공정하며 현재 상황에 적응할 수 있는 법은 없다"며 "EU 동맹국은 인터넷 대기업 디지털세와 관련해 미국의 어떠한 위협에도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독일 정부는 미국의 일방적 협상 취소를 '외교적 예의에 어긋나는 행위'로 규정했다. 독일 재정경제부는 "디지털세 문제를 적절히 해결하고 공정한 세금으로 이어지는 해결책을 찾기 위해서는 협의가 중요하다"며 실망감을 내비쳤다.

'코로나19 수습'은 표면적인 이유이고 실제로는 디지털세 통과에 대한 부담이 크게 작용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타이 그린버그 조지타운대 법대 교수는 "디지털세 부과는 다른 경제 문제와는 다르다"면서 "디지털세 부과는 미국과 유럽 국가 사이의 자존심 싸움"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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