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셔터스톡).
(사진=셔터스톡).

영국이 화웨이 5G 통신장비 배제를 두고 오락가락하던 끝에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BBC와 로이터통신 등 복수외신은 12일(현지시간) 보리스 존슨 영국총리가 오는 14일 ‘단계적 화웨이 퇴출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화웨이는 영국정부에 최소 2025년 총선일까지 퇴출 수순을 연기해달라고 요청하는 등 협상을 시도하고 있다.

화웨이는 물론 화웨이와 협력하는 영국 통신장비업체도 정부지침을 예의주시하는 상황이다.  존슨 총리가 화웨이 5G 네트워크 관여만 중단할지, 아니면 기존 광대역 및 모바일 시스템에서도 화웨이 장비 제거를 명령할지가 관건이다. 

영국의 이번 결정은 초고속 데이터 구축뿐 아니라 다른 나라가 화웨이 관계를 재고하는 데도 영향이 클 것으로 보인다.

영국정부는 올초 국가안보회의(NSC)를 열고 화웨이 장비를 FTTP(가정 내 광케이블) 및 비핵심 부문에서 점유율 35% 채택하기로 했다.

이후 보다폰과 BT 등 일부 모바일 통신업체는 5G 네트워크망 구축을 위해 화웨이 장비를 설치하는 데 거액을 지출했다. 현재 이들 기업은 화웨이 장비를 다른 것으로 대체하는데 최소 5년에서 7년이 걸린다고 주장하고 있다.

BBC는 만약 존슨 총리가 기존에 구축된 화웨이 장비까지 모두 철수하도록 지시한다면 ‘보이는 것보다 더 큰 일’이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5G에서 4G로의 교환은 인프라의 많은 부분을 교체해야 하기 때문에 여간 까다로운 작업이 아닌 것이다.

현재 영국은 화웨이 장비를 4G로 교체하는 대신 자국내 2개 업체를 활용해 FTTP 용량을 늘려 상한선을 맞추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그러나 이 또한 고가의 추가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BBC는 또한 존슨 총리가 화웨이를 ‘완전 배제’할 경우, 기존 광대역 연결을 제공하는 7만개 통신망도 다시 장착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대안으로는 에릭슨과 노키아가 거론된다. 에릭슨은 이미 많은 영국 네트워크에 5G 키트를 공급하고 있다. 가격 경쟁력을 갖춰 추가 수요를 수용할 수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노키아 역시 견고한 공급업체로 평가된다. 정치권에서는 화웨이가 물러난 자리에 삼성과 NEC를 도입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화웨이의 견제와 공격도 만만치 않다. 화웨이는 총선 이후 영국 정권이 교체될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그러기에 총선까지 퇴출 연기를 희망하는 것이다.

화웨이는 영국정부에 줄 또 다른 당근을 준비하고 있다. 기존 2G, 3G, 4G 통신망에 사용하는 장비를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제안이다. 통신망 교체에 막대한 비용을 투입해야 하는 영국이 혹할만한 제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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