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영 뒤따라 화웨이 제재 경우 수출규제 시사
EU, 배제 공식화 계획 없어…각 회원국 판단해야
오히려 글로벌 공급망 재편성 기회란 의견 나와

(사진=셔터스톡).
(사진=셔터스톡).

유럽연합(EU)이 화웨이 5G 통신장비를 배제할 경우를 대비해 중국이 노키아와 에릭슨에 보복조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일(현지시간) 월스트릿저널(WSJ)은 중국 상무부가 노키아와 에릭슨이 중국 사업장에서 만든 제품을 다른 국가로 수출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무역전쟁을 치르고 있는 미국의 압박에 휘말리지 말라는 일종의 경고장을 날린 셈이라는 분석이다.

한 관계자는 이를 실제 추진하기보다는 향후 일어날지도 모르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했다. EU 전체가 화웨이를 배제하지 않는 이상 보복성 수출규제도 없을 것이라는 뜻이다.

영국은 지난 14일 화웨이의 5G 통신장비를 오는 2027년까지 단계적 절차를 거쳐 영구퇴출하기로 결정했다. 영국과 달리 EU는 현재까지 화웨이 및 중국기업 보이콧을 공식화한 적은 없다. 오히려 지난 1월 ‘화웨이 배제는 EU 차원이 아닌 각 회원국 정부 판단대로 하는 것이 옳다’는 권고문을 발표했다.

EU 중 가장 영향력이 큰 독일도 화웨이 배제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16일 중국 상무부는 화웨이를 배제한 영국정부를 향해 “중국 기업의 정당한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 측은 이 메시지에 어떠한 공식적 반응도 나타내지 않고 있다.

노키아와 에릭슨 모두 중국에 제조공장과 수천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중국이 보복성 수출규제를 할 가능성이 제기된다는 정보를 접한 노키아는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공급망을 재정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회사의 내부사정을 잘 아는 전문가는 생산네트워크를 아시아 다른 국가나 유럽, 북미로 이전함으로써 중국의 규제를 관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노키아는 여전히 중국에서 미국으로 수출하는 장비를 만들고 있다. 노키아는 미국 무선 통신사들이 중국산 부품을 탑재한 통신장비 사용을 금지하는 안을 놓고 지속적으로 미국에 로비를 벌여왔다. 현재 노키아는 중화권 지역에 약 1만6000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올해 에릭슨은 중국 내에서 3대 국영 무선통신사에 5G 장비 공급계약을 따냈다. 화웨이, ZTE에 비해 훨씬 적은 거래체결 수이지만 탄탄한 기술력을 내세워 중국내에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웨스턴 텔레콤 경영진은 중국 제조업체들이 서방 5G 기술을 도입·사용하는 것이 혁신을 위해 중국에게 이득이라고 강조한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보복성 수출규제를 강행할 경우 이를 시작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성 될 것이란 기대도 하고 있다. 이미 지난해부터 에릭슨과 노키아를 포함한 서방 통신장비업체들과 소규모 업체들은 몇 가지 이유를 들어 중국 외 지역으로 생산망을 옮기기 시작했다. 가장 큰 이유는 중국에서 제조를 마치고 미국으로 향하는 상품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를 피하기 위한 것이었다.

기업들의 글로벌 홍보 및 커뮤니케이션 컨설팅 업체 APCO의 짐 맥그리거 중화권 담당부서장은 “이러한 국가 사이 갈등은 세계를 무대로 사업을 펼치는 기업들이 가장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맥그리거 부서장은 이어 “중국의 이런 조치에 반발심이 생긴 기업은 제조시설을 중국 밖으로 이전하는 등의 또다른 강력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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