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행 보조 시스템을 착용한 정준영 ETRI 연구원 

국내 연구진이 전기를 활용해 근육과 관절을 제어하고 일상 활동 및 근육 발달을 도와주는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걷기와 계단 오르기 등 특정 동작뿐 아니라 모든 신체 활동에 적용이 가능해 근감소증이나 재활 활동, 보행 장애 개선 등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ㆍ원장 김명준)은 근육에서 발생하는 근활성 신호에 전기 자극을 줘 착용자가 원하는 대로 관절을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보행 보조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23일 밝혔다.

ETRI는 원하는 근육 위치에 패치를 붙이고 활동하면, 시스템이 사용자의 동작 의도를 파악한 후 동작을 제어해 자유도가 높고 편한 활동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우리 몸의 근육은 작은 양의 전류에도 반응하기 때문에 전기를 활용해 인위적인 근육 수축이 가능하다. 저주파 자극기, EMS 장비, 물리치료기 등이 이 원리를 이용한 제품이다.

ETRI 연구진이 개발한 보행 보조 시스템 작동 원리

기존 전기 자극을 이용한 근육 강화 및 근 수축 방식 제품은 작동 시간과 패턴 등이 이미 프로그래밍 된 대로만 작동한다. 이에 사용자 의도를 파악하지 못하며, 반복 동작만 가능해 효과적인 활용에 한계가 있었다.

연구진은 근육 신호로부터 실시간으로 사용자 의도를 파악해 사용자별 적합한 미세 전기 신호(5~35mA)를 근육에 전달해 운동을 보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사용자가 움직일 때 근육에서 발생하는 신호를 받아 관절 방향과 동작 세기를 파악하고, 전기 자극으로 근육 수축을 제어하는 방식이다.

신체에서 실시간 측정한 근육 활성 신호로부터 빠르게 동작 의도를 감지한 후, 이에 맞는 전기 신호를 보냄으로써 정밀하고 자연스러운 보행을 보조할 수 있다.

연구진은 신체 활동 보조 효과를 알아보기 위해 삼육대학교와 위탁 연구를 수행, 고령인을 대상으로 보행 기능 개선 임상 시험을 2년간 진행했다.

ETRI 연구진이 개발한 보행보조시스템을 임상 실험하는 모습

그 결과, 기존과 비교해 걷거나 계단을 오를 때 신체기능평가 점수도 향상했으며 근육 사용률 및 활동에 필요한 에너지가 감소했다. 순심폐대사 에너지 비용이 평지 보행 시 4.51%, 계단을 오를 때 8.28% 가량 떨어졌다. 또 보행 속도와 근육량이 증가했고 지면 반발력이 뚜렷해졌다.

연구진은 복잡한 근활성 신호 중 자발근 활성 신호 검출 정확도를 98%까지 향상시키는 알고리즘을 개발, 이를 이번 연구에 적용했다.

ETRI가 개발한 보행 보조 시스템은 데이터를 얻어 연산 및 전기 신호를 지시하는 17㎝x6㎝ 크기 패치와 근육 신호를 센싱하는 센서 및 전기자극 모듈, 컨트롤러 등으로 구성돼 있다.

현재 원하는 위치에 부착할 수 있는 전극이 선으로 연결돼 있지만, 향후 상용화 시 무선으로 전환이 가능하다. 배터리를 포함해 약 1㎏으로 가볍고 패치 부피가 크지 않아 착용 부담이 적다.

ETRI는 이번에 개발한 시스템으로 고령인 활동성을 높이고, 재활 및 근육 강화 홈트레이닝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신형철 ETRI 휴먼증강연구실장은 "늘어나는 고령자 및 장애인의 재활을 도와 사회 활동을 증가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도록 향후 다양한 방안도 연구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이완희 삼육대 물리치료학과 교수는 "임상 시험에서, 계단을 오를 때 대사 에너지가 약 8% 감소했고 평지 보행에서 보행 속도가 약 13% 증가했다"며 "상용화 시 근쇠약 고령인 맞춤형 재활에 큰 도움을 줄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연구진은 운동 상황 및 근육 관련 임상 실험 데이터를 모아 완성도를 높이고 관련 업체에 기술 이전을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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