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 웨이퍼 위에 옮겨진 제곱센티미터 규모 다층 그래핀 사진

국내 연구진이 층수가 균일할 수 있도록 메탄 기체를 활용해 고품질 다층 그래핀을 제조하는 데 성공했다. 향후 고집적 전극 및 다양한 소자 기술에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기초과학연구원(IBSㆍ원장 노도영)은 이영희 나노구조물리연구단장 연구팀이 삼성종합기술원ㆍ부산대학교와 공동 연구를 진행해 4층짜리 다층 그래핀을 단결정으로 성장시키는 합성법을 개발했다고 27일 밝혔다.

IBS는 연구팀이 개발한 기술로 장비 크기에 따라 대면적 합성이 가능해 반도체 고집적 전극 및 다양한 광전극소자 등에 응용할 것으로 기대했다.

흑연의 원자 한 층인 그래핀은 우수한 전기 전도도와 신축성을 갖췄으며, 투명한 특징 때문에 반도체 전극으로 많이 쓰인다. 또 몇 개의 단층 그래핀이 겹쳐 있는지에 따라 응용성이 크게 달라진다. 그래핀을 여러 겹 쌓으면 집적회로 소형화가 가능하고 밴드 갭을 조절할 수 있다.

고성능 그래핀 합성에 대부분 화학기상증착법(CVD)이 쓰인다. 구리와 같은 금속 박막 위에 그래핀을 성장시키는데, 금속 기판이 촉매 역할을 해 주입된 탄화수소를 분해하고 흡착하는 원리다.

이 때 사용하는 금속의 탄소 용해도에 따라 층수를 조절한다. 구리처럼 낮은 용해도를 가진 금속은 단층 그래핀을 만들고, 니켈처럼 높은 용해도의 금속은 다층 그래핀을 만든다. 하지만 다층 그래핀은 층수가 불균일해지는 문제 때문에 고품질로 만들기 어려웠다.

구리-실리콘 합금을 통한 다층 그래핀 성장 모식도
구리-실리콘 합금을 통한 다층 그래핀 성장 모식도

이에 연구팀은 탄소 용해도가 높은 구리 기반 합금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춰 구리-실리콘(Cu-Si) 합금을 만드는 방법을 개발했다. 먼저 CVD 장비에서 기판이 들어가는 부분인 석영(SiO₂) 튜브에 구리 기판을 넣고 900도의 고온으로 열처리했다. 이 때 튜브에 포함된 실리콘이 기체로 승화하면서 구리판에 확산, 구리-실리콘 합금을 형성한다.

이후 메탄 기체를 주입해 메탄의 탄소 원자와 석영 튜브의 실리콘 원자가 구리 표면에 균일한 실리콘-탄소(Si-C) 층을 만들도록 했다. 이 층은 앞서 합성한 구리-실리콘 합금의 탄소 용해도를 제어한다. 공동 제 1저자인 반루엔 뉴엔 박사는 "아이디어를 내고 균일한 실리콘-탄소 층 제조법을 찾아내기까지 2년 동안 시행착오를 겪었다"고 설명했다.

1~4층 그래핀의 전자 현미경 사진

이렇게 만든 기판으로 실험한 결과, 기존 불균일한 다층 그래핀 합성법과 비교해 4층의 균일한 다층 그래핀 제조에 성공했다. 메탄 농도에 따라 층수 조절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연구팀은 이번에 만든 다층 그래핀이 각 층마다 정확히 같은 각도로 겹치면서 반도체 웨이퍼에 견줄 수 있는 크기라며, 대면적 고품질 다층 그래핀을 4층까지 합성한 최초의 연구라고 설명했다.

IBS는 이 기술이 향후 구리 전극을 대체할 고집적 전극 연구와 그래핀을 반도체 기판으로 이용한 소자 기술 등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했다. 연구진은 앞으로 대량 합성 실험 반복 시 석영 튜브 손상 문제를 해결하고 품질 안정성을 높이는 연구를 수행할 예정이다.

이영희 연구단장은 "이번 연구는 높은 온도의 구리-실리콘 합금 합성으로 균일한 다층 그래핀을 성장한 새로운 방법이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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