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뉴딜, 사회적 약자 위한 '디지털 포용'으로 출발해야"...임순범 숙명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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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뉴딜, 사회적 약자 위한 '디지털 포용'으로 출발해야"...임순범 숙명여대 교수
  • 입력 2020-07-30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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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순범 숙명여자대학교 IT공학과 교수(사진=김재호 기자)
임순범 숙명여자대학교 IT공학과 교수(사진=김재호 기자)

"산업혁명 시대에는 개발을 우선하다 보니 다양한 차별과 격차가 생기게 됩니다. 그동안의 경험에서 우리는 기술만으로는 다양한 사회문제 해결이 어렵다는 사실을 배웠습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앞당기기 위한 정부의 '디지털 뉴딜' 정책은 약자를 배려하는 데서부터 출발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임순범 숙명여자대학교 IT공학과 교수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몸에 배어 있는 인물이다. IT 활용을 위한 연구를 수행하면서도 항상 디지털 격차 해소를 위한 노력을 함께 한다.

그가 정보통신기술(ICT)융합연구소장을 지내면서 디지털평등연구센터장을 겸직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다. 이같은 사실은 그가 건넨 명함에서도 그대로 전해진다. 오돌토돌한 점자가 새겨져 있는 명함이다. 연구를 하면서 자주 만나게 되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배려였다.

임 교수는 전자출판 연구를 수행하면서 시각장애인을 위한 전자책 리더에 주목했다. 책에 나오는 수식과 표나 그림을 어떻게 전달할 것인지가 고민이었다. 이후 그는 장애인을 위한 전자책 기술에 연구를 집중했다.

특수 기호 읽기와 음성 북마크 등 장애인의 디지털 격차 해소를 목표로 다양한 솔루션을 연구했다. 장애인을 위한 전자책 접근성 표준화 작업도 주요 과제였다.

지난해부터는 정보 취약 계층의 디지털 격차 해소를 목표로 숙명여대와 나사렛대학교 및 기업 닷이 공동 설립한 '디지털평등연구센터' 센터장을 맡았다. 

한국정보화진흥원(NIA)이 주관하는 '디지털 포용 포럼 운영위원회' 디지털 격차 해소 분과 위원장도 맡았다. 디지털 격차 해소를 위하나 제도 개선과 기술 개발을 위한 정책 제안이 주요 임무다.

지난달 정보문화의달 기념식에서는 이같은 정보격차 해소를 위한 노력을 인정받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표창을 수상하기도 했다.

임 교수는 정부가 최근 내놓은 '디지털 뉴딜' 정책도 같은 시각으로 보았다. 정보 사각지대, 디지털 사각지대에 놓인 사회적 약자를 향한 배려가 근저에 깔려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를 '디지털 포용'이라고 표현했다. 

◆'디지털 포용'은 모든 사람이 디지털 혜택을 누리는 것

"국민 모두가 디지털 세상에서 차별이나 배제 없이 디지털 혜택을 고르게 누릴 수 있도록 하는 사회적 노력입니다."

임순범 교수는 디지털 포용을 이렇게 정의했다. 디지털 기술이 기반인 사회에서 디지털 때문에 소외되는 사람이 생긴다면, 다양한 격차가 발생할 것이라는 얘기다.

디지털 차별 문제는 ICT를 바탕으로 한 정보혁명 후 주요 담론으로 자주 등장했다. 장애와 연령, 지역 등을 이유로 디지털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다양한 권리를 누리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올해 3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NIA가 발표한 '2019년 디지털 정보 격차 실태 조사'에 따르면, 일반 국민의 디지털 정보화 수준을 100%로 가정했을 때 정보 취약 계층의 디지털 정보화 수준은 69.9%로 나타났다.

부문별 디지털 정보화 수준을 살펴보면, 디지털 접근성은 91.7%로 준수했으나 디지털 역량ㆍ활용능력이 각각 60.2%, 68.8%로 평균 디지털 정보화 수준보다 낮았다.

임 교수는 "최근 4차 산업혁명으로 디지털 기술이 빠르게 발전해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등 지능정보기술로 신산업을 창출하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하며 "세상이 점차 빠르게 변화 중이기 때문에 디지털 접근 및 활용 능력 차이로 발생하는 사회ㆍ경제ㆍ문화적 불평등을 더욱 심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디지털 기술이 바탕인 세상에서, 디지털 격차가 벌어지면 단순히 빈부격차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문화 접근 기회를 상실하는 등 삶의 질을 결정지을 수 있는 다양한 2차 차별을 야기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가 '디지털 포용'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무리 열심히 추진한다고 해도 그 정책 때문에 소외되는 사람이 생기면 의미가 없습니다. 처음부터 경제 정책과 복지 정책을 함께 가져가는 것이 맞습니다."

◆ 기술 개발에 앞서 이용자 경험(UX)부터 이해해야

"코로나19로 온라인 수업을 시작하면서 시각장애인 학생이 휴학을 했습니다. 온라인 수업으로는 의사소통이 불가능하기 때문이었습니다." 

임 교수는 '디지털 포용'을 제대로 하려면 정보취약계층이 느끼는 감정과 경험을 공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술 개발의 목적은 사람을 위한 것'이라는 것이다.

그는 또 "고령층을 위한 키오스크를 개발한다면서 단순히 화면 속 글자 크기만 키우는 것으로 끝낸다면 한 화면에서 보여주는 정보량이 줄어들어 기기 사용 시간이 길어지게 될 것"이라면서 "이렇게 되면 실제 사용하는 고령자는 뒷사람을 의식해 키오스크 이용을 꺼려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제품 계획 단계부터 구체적인 목표치를 설정하고, 처리 절차를 간소화할 수 있는 '프로세스 이노베이션'을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정보 격차 해소를 위한 연구는 융합적인 사고가 많이 필요합니다. 인지과학뿐 아니라 사회 심리, 취약 계층의 경험 등 인문학ㆍ사회학적 소양이 필요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만약 이 분야를 소홀하게 여기면, 제 연구는 생명력이 없는 반쪽 연구가 될 거에요."

그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전자책 리더 연구를 10년 넘게 수행하고 있다. 처음에는 책을 잘 읽어주는 기술을 찾는데 힘썼지만 연구를 거듭할수록 시각장애인이 필요로 하는 보다 원천적인 기술을 찾게 됐다.

'음성 메모 기술'도 그 가운데 하나다. 리더가 읽어주는 오디오를 듣다가 말로 밑줄을 긋거나 강조 표시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연구다. 그 메모를 다시 찾아볼 수 있도록 해주는 기술도 연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임 교수는 "아무리 많은 기술을 개발해도 장애인이 아무런 제약없이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할수는 없겠지만 조금씩이라도 더 편하게 읽을 수 있도록 가능한 모든 방법을 찾아나가겠다"며 두 손을 불끈 쥐었다.

◆ 디지털 포용 정책의 길잡이 역할 하겠다 

"디지털 포용이 무엇을 의미하고 왜 필요한지는 모두가 알고 있을 겁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행해야 할지는 잘 모르죠. 디지털 포용 운영위는 포용 정책의 길잡이 역할을 합니다."

NIA는 지난해부터 디지털 격차 해소를 목표로 '디지털 포용 포럼 운영위원회'를 구성했다. 이후 올해 7월 디지털 포용 기업 분과를 추가 신설, ▲디지털 역량 강화 ▲디지털 격차 해소 ▲디지털 사회 혁신 ▲디지털 포용 기업 총 4개 분과가 담당 이슈를 해결할 수 있는 아젠다를 발굴하고 포용 사회 실현을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산ㆍ학ㆍ연ㆍ관별 전문가를 한자리에 모아 포용 정책 아젠다를 정하고 정책을 제안한다. 민ㆍ관 협력이 필요할 경우 함께 추진한다.

임 교수는 "올해부터 디지털 격차 해소 분과 위원장을 맡아 관련 제도 개선 및 기술 개발에 나선다"며 "포용적 디지털 이용 환경 조성을 목표로 농어촌 인터넷 망을 확대하고 취약 계층 통신료를 지원하며, 키오스크 사용 넘위도 넓힐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 디지털 포용은 최근 글로벌 추세…한국도 늦지 않아

"해외에서도 디지털 포용이나 복지 정책을 활발히 추진하고 있어요. 최근 3년 사이 일어난 움직임인 만큼, 우리나라의 디지털 포용 정책이 늦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임 교수는 디지털 포용 및 리터러시 정책이 국제 사회 디지털 정책 트렌드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지난 2017년 영국이 제시한 '디지털 전략'은 7대 과제 중 하나로 디지털 포용을 추진했다. 영국 국민의 디지털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지역 도서관을 거점으로 디지털 기기 활용 교육을 계획하고 취약 계층 대상 온라인 건강 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싱가포르의 경우, 2019년 '디지털 준비 청사진'을 발표하고 '디지털 준비성'을 증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디지털 준비성은 디지털 리터러시 역량과 디지털 참여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이에 농어촌 지역 통신망을 구축하고 지역별 디지털 교육센터를 운영해 신기술 체험 및 고령층 대상 IT 활용 교육을 계획했다.

같은 해, 뉴질랜드도 '디지털 포용 청사진'을 통해 디지털 포용 비전을 제시했다. 정부 역할로 ▲Lead(자료 구축 및 평가) ▲Connect(정부 내외의 정책 연결) ▲Support(투자 기준 설정) ▲Deliver(포용 서비스 제공) 4가지를 정의하고, 이를 바탕으로 전 국민이 디지털 세상에 참여 및 기여해 그로부터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골자다.

이외, 이스라엘과 호주 등도 자국민의 디지털 리터러시 향상을 목표로 다양한 디지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디지털 사회로의 변화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입니다. 선제적으로 활용해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AI을 활용해 더 많은 해결책을 개발하고, 언택트 환경에 미리 대처해 국제 사회를 이끌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의 디지털 뉴딜 정책이 국제사회를 선도할 수 있는 모범사례가 되기 위해서는 사회적 약자를 위한 '디지털 포용'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사실을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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