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임 가천대 교수
조영임 가천대 교수

미국 스탠포드대 인간중심연구소는 2017년부터 'The AI Index Annual Report’를 발간하고 있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인공지능(AI) 수준을 측정하고, AI 관련 활동과 발전을 추적하는 것이 목적이다.

AI 인덱스는 AI 100년 연구에서 구상했다. 지난해 보고서는 맥킨지와 구글 등이 협력해 작성, 최근 공개했다. 연구개발, 컨퍼런스, 기술성과, 경제, 교육, 자율시스템, 다중의 인식, 사회적 고려사항, 국가전략과 세계적 반향 등 9개 핵심내용을 중심으로 지수를 산출해 AI 수준을 분석한 것이 특징이다.

이 보고서에는 몇가지 눈여겨 봐야할 사항이 있다. 먼저 연구개발측면에서 1998년부터 2018년 사이 AI 논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3배 증가해 동종 학술지의 3%, 학술대회 논문의 9%를 차지했다는 대목이 눈에 띈다.

대륙별로는 유럽과 중국이 가장 많은 AI 간행물을 발행했고, 기업과 협력한 AI 논문은 미국이 가장 많았다. 이 부분에서는 간행물의 영향력을 다룬 부분을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

중국은 미국보다 많은 AI 간행물을 발간했지만 영향력면에서는 미국 AI 간행물이 50%정도 더 높게 나타났다. 미국은 상대적으로 많은 수의 AI 논문이 산학협력을 통한 결과물을 담았다. 기업과 연계한 AI 논문이 중국보다 7배, 유럽보다 약 2배 정도 많았다.

우리나라도 기업과 연계해 발간한 AI 논문이 나오고는 있지만 중국이나 일본보다 적은 편이다.

컨퍼런스는 머신러닝, 자연어처리, 비전이 3대 주제로 등장했다. 

기술성과측면에서는 클라우드 인프라에서 대규모 이미지 분류시스템을 학습하는 데 2017년 10월까지만 해도 3시간 걸렸던 것이 2019년 7월에는 약 88초로 줄었다. 놀라운 ICT 기술발전이다.

경제측면에서는 싱가포르, 브라질, 호주, 캐나다, 인도 등이 2015년부터 2019년까지 5년 사이에 AI 채용을 가장 빠르게 증가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는 25위권에도 들지 못했다.

미국에서는 AI 관련 일자리 비중이 2010년 전체 직업의 0.26%에서 2019년에는 1.32%로 증가했다. 소프트웨어와 IT서비스, 하드웨어 및 네트워킹, 교육, 재무, 제조 등 세계적으로 AI 기술보급률이 가장 높은 상위 5개국에는 미국, 인도, 중국, 프랑스, 이스라엘이 꼽혔다.  

미국은 모든 분야에서 AI 기술 보급률이 상위 5위에 포함됐고, 중국은 교육관련 기술보급률이 상위 5위에 들었다.

2018년 중반부터 2019년 중반까지 AI 윤리에 관한 기사는 3600개가 넘었다. 주로 AI 윤리적 사용, 데이터 프라이버시, 안면인식사용, 알고리즘 편향 및 중요기술의 역할에 대한 프레임워크와 지침 관련한 내용이었다.

이같은 AI Index 2019 보고서에서는 몇 가지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첫째는 미국과 중국의 강세가 돋보이는 상황이라 우리나라가 AI 선진국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강점을 찾아내 집중적이고 체계적으로 연구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기본적인 AI 논문이나 연구는 지속해야 하지만 동시에 우리나라가 세계적으로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분야에 선제적으로 접근해 투자를 집중해야 한다. 또 AI가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챌린지나 프로젝트 활동 등 다양한 행동에 나서야 한다.

둘째는 언어와 비전 등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인공지능 분야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역량 있는 인재를 필요로 하는  수요가 늘고 있다. 인공지능 보급률이 계속 높아지는 추세를 감안해 파급력이 높은 분야는 선제적으로 정책연구에 나서야 한다.

셋째로는 인공지능은 다양한 이해 관계자가 협력해야 좋은 결과를 도출한다는 점이다. 이번 AI Index 2019도 깃허브 스타지표를 제외하고는 타 기관에서 조사한 2차 데이터를 활용했다. 다양한 주체의 참여와 거버넌스 구축은 인공지능 적용 분야 확대에 따라 필수적일 뿐 아니라 연구결과의 신뢰성 향상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AI Index 2019에 우리나라가 거의 언급이 되지 않은 것은 매우 아쉬운 대목이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인공지능 국가전략을 수립하여 발표했다. 또 산업통상자원부도 올해 산업지능화 추진전략을 발표하는 등 AI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대대적인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저평가된 이유가 무엇일까. 물론 스탠포드대의 AI Index가 절대적인 AI 수준을 말해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AI Index에서 검토하는 항목들은 꽤 현실적이고 의미도 크다.

국가 전략에 따라 연구의 흐름이 바뀌는 것은 사실이다. 중복성을 배제하기 위해 어느 한쪽이 선점하면 다른 쪽에서는 연구하겠다고 나서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러다보면 연구가 편중되기도 하고 대학이나 연구기관의 ‘간판’이 중요한 열할을 하기도 하다.

투자를 집중하기 위해서는 시작도 하기 전에 중복을 논하기 보다는 우수한 연구결과를 내놓는데 주력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인 방책으로 보인다. 평가는 결과물이 얘기하기 마련이다.

스탠포드대는 매년 AI Index 보고서를 발간한다. 내년에도 우리나라가 배제된 결가가 나온다면 우리 정책방향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IT강국이다. 스마트시티, 전자정부 등은 이미 세계 톱 수준이다.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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