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장 수준 장마 왜 예측 못 했나 '뭇매'
구글·IBM, 기후변화 대응 AI 기술 연구 활발
수해 복구·재난 구호 등 로봇·드론 활용도 높아져
광주‧전남 지역의 수해 피해가 심각하다. 예보나 예방, 사후 복구에 AI를 이용했더라면 큰 피해를 줄이고 신속하게 복구를 할 수 있었지 않느냐는 일부 의견도 나온다. AI시대에 걸맞은 재난 대비 시스템이 요구되고 있다.
◇ "쓰나미가 밀려왔습니다" 광주·전남 지역 물난리에 태풍까지
광주·전남 지역이 물난리로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 7일부터 사흘간 600㎜가 넘는 집중호우로 역대급 피해가 속출했기 때문이다. 이번 비로 인한 산사태 등으로 10명이 사망하고 1명이 실종되는 등 인명피해도 발생했다. 주택과 농경지는 물에 잠겼고, 길이 끊기고 비닐하우스도 무너져 내렸다. 삶의 터전을 잃는 등 곳곳에 큰 생채기를 남겼다.
쑥대밭이 된 광주와 전남에서는 수해 복구 작업이 며칠째 이어지고 있다. 주민들은 쉴 새 없이 쓸고 닦기를 반복하는 중이다. 지자체도 침수된 주택과 건물 내외부 토사를 제거하고, 무너진 제방 보강작업 등 수해 복구 작업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10일 한반도에 근접하는 태풍 '장미'가 광주·전남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돼 수해 복구에 비상이 걸렸다.
◇ "침수 발생 지역·예상 범위 알았더라면…"
이번 폭우로 재해를 입은 시민들은 '많은 비가 내릴 줄 며칠 전에만 알았더라도'라는 아쉬움을 토로한다. 시민 한선윤씨(39)는 "저희 동네는 저지대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물에 잠겼다"며 "침수 발생 전에 위험 지역이나 피해 예상 범위 등을 알 수 있었다면 수해를 최소화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최근 국내 연구진이 침수 예측 관련 기술을 개발했지만 아직까지 상용화되지 않은 실정이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는 인천시가 구축한 지역의 데이터에다 '인공지능, 슈퍼컴퓨팅 기술과 데이터 분석 능력을 결집해 ‘데이터 기반 국민생활안전문제 해결 솔루션’ 4종을 개발해 왔다.
KISTI가 만든 솔루션 가운데 침수 예측 솔루션은 침수 발생 3시간 전 침수 위험, 침수 발생 지역, 범위 및 발생 원인을 예측ㆍ분석해 실시간으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지자체는 침수 위험 예측 정보를 바탕으로 인명 대피, 교통 통제, 차량 이동 등 피해를 최소화하는데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첨단 기술이 이번 홍수 대응에 활용되지 못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고 한다.
◇ 구글 "자연재해 AI로 예방…홍수 예측도 90% 수준"
최근 구글, IBM 등 글로벌 기업들은 빅데이터 기반 AI를 통해 수 천년간의 자연 변화와 과거 재해 기록을 분석해 대형 자연재해의 조짐을 예측하는 연구를 활발히 수행 중이다. 구글은 최근 인공지능 기반 기상예측모델 '나우캐스트'를 공개했다. 나우캐스트는 몇 시간 걸리는 기상 예측 작업을 5~10분으로 줄이고, 최대 6시간 이후의 날씨까지 예측할 수 있다. 구글 측은 현재로서 나우캐스트를 상용화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지만, 연구 과제를 넘어 상용화될 시 향후 지구촌 재난재해 예방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구글은 지난해 홍수 예측 AI 알고리즘을 공개한 바 있다. 어느 지역에서 홍수가 날 가능성이 높은 지를 예상해 인근의 주민들에게 경고를 해주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해당 기술은 물의 흐름을 관찰하는 데이터 학습을 통해 AI가 물의 이동을 관찰하고 예상한다. 홍수 예측 시스템은 인도를 시작으로 다른 국가에도 시범적으로 적용될 전망이다.
기술 발표 당시 요시 마티아스(Yossi Matias) 구글 부사장은 "최근 구글의 홍수 예측 AI 알고리즘의 정확도가 90% 수준에 도달하면서 내부적으로 굉장히 고무된 상태"라며 "이 알고리즘을 올해 인도에 본격적으로 적용해 주민들에 대한 알람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도에서 예방 효과를 확실히 입증한 뒤에 추후에 홍수로 인한 피해가 심각한 나라에 해당 기술을 보급하겠다는 계획이다.
IBM도 수 년전부터 재난재해 위기관리 솔루션 '지능형 운영센터(IOC)'를 운영 중이다. 이 솔루션은 실시간 기상데이터를 분석해 재난 상황을 예측, 적절한 자원을 사전에 배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다양한 센서로부터 감지된 데이터 및 과거 데이터 수집, 심층 분석, 데이터 시각화, 실시간 협업 기능을 제공한다.
특히 IBM은 데이비드 클라크 커즈 재단과 리눅스 재단 등과 함께 ‘2020년 콜 포 코드 글로벌 챌린지(글로벌 개발자 대회)’를 통해 오픈소스 기반의 기술을 활용해 기후 변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실용적이고 혁신적인 애플리케이션 개발에 나섰다. 오픈소스 기반 기술에는 레드햇의 ‘오픈시프트’, ‘IBM 클라우드’, ‘IBM 왓슨’, ‘IBM 블록체인’ 및 웨더 컴퍼니의 ‘데이터’ 등이 포함된다.
밥 로드(Bob Lord) IBM 코그너티브 애플리케이션 및 개발자 에코시스템 담당 수석 부사장은 “기후 변화에 대한 대응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에서 IBM은 생명을 구하고, 사람들의 능력을 강화하며, 미래 세대를 위한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는 기술 솔루션을 찾아내고, 이것이 널리 활용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라며 “이를 위해 기후에 대한 정책에서부터 AI 및 슈퍼컴퓨터가 제공하는 IBM의 일기 예보 기능에 이르기까지 IBM 전체가 동원되고 있다”고 말했다.
◇ '퍼내고 치우고' 수해 복구 비지땀…재난 구호, 로봇의 몫 될까?
광주·전남 지역 곳곳에서는 수해 복구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삽시간에 집과 논,밭이 물에 잠기는 걸 속수무책으로 지켜봐야 했던 시민들은 비가 그치기 무섭게 복구 작업에 나섰다. 바가지나 양수기로 물을 퍼내고, 집 안까지 들어온 진흙을 치우는데 애를 쓰고 있다.
물난리에 마비가 된 광주·전남 피해지역의 빠른 정상화를 위해 관할 공무원들과 자원봉사자 등이 힘을 보태고 있다. 이들은 물에 떠내려온 쓰레기와 폐자재 등을 수거하고 진흙으로 뒤덮인 길을 청소하며 폭우가 휩쓴 아픔들을 지워나가고 있다.
재해현장에 인공지능 로봇과 드론이 투입됐다면 어땠을까. 학계에서는 굉장히 효과적이고 미래 지향적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 재난구호용 로봇은 수 년전부터 속속 개발되고 있다. 예컨데 카이스트에서 개발한 국내 최초 인간형 로봇(휴머노이드)인 '휴보'가 대표적인 사례다.
길이 175㎝에 무게 80㎏으로 상단에 카메라와 레이저 스캐너를 장착하고 가슴 부분에 고성능 컴퓨터를 탑재하고 있다. 이 밖에 무릎 아랫부분에 바퀴를 설치해 직립보행과 바퀴를 통한 이동이 모두 가능하고 사고 현장에서 재난 구호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드론의 역할도 기대된다. 드론은 인간이 쉽게 드나들지 못하는 재해 현장에 투입돼 상황을 전달하는 역할을 해내고 있다. 드론은 산불 진화 현장에서도 효과적으로 쓰일 것으로 전망된다. 산림청은 내년부터 드론진화대 2개 팀을 산림항공본부와 강릉산림항공관리소에 배치한 뒤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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