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4월 설립…가을 학기부터 시작
지원자 기본 자질 못갖추면 정원 안 채워
교수진 젊은층으로 구성…국제학회 논문실적 4위
창의자율연구 프로그램으로 AI 분야 취·창업 지원

“우리가 기대하는 인재상은 두 가지, 혁신을 창조하고, 산업 변화를 이끌어 갈 인재다”

노삼혁 울산과학기술원(UNIST 이하 유니스트) AI 대학원장은 이렇게 말했다. AI 핵심을 비롯해 실제 AI 개발과 활용을 위한 AI 시스템, AI융합 분야에 대한 체계적 교육을 제공하겠다는 목표에 걸맞은 말이다.

유니스트는 지난 4월 AI대학원을 설립해 이번 가을 첫 신입생을 모집했다. 학생 모집에 있어 까다로운 교수진은 정원을 채우기에 급급하기보다 수학적 기본 바탕이 탄탄한 학생들로 구성해 대학원을 개원했다. 앞으로 전세계가 ‘한국의 AI’하면 유니스트를 떠올릴 수 있도록 AI분야에서 국내외가 주목하는 대학으로 우뚝 설 목표를 갖고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사진=

-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변수가 닥친 올해, AI 대학원을 개설한 소감은?

△ 전 세계가 코로나19 대응에 여념이 없는 가운데 우리는 모두 인공지능(AI)이라는 화두에 직면해 있다. 현재 분야를 막론하고 AI를 언급하지 않는 곳이 없다.

이러한 때에 유니스트 인공지능대학원 개설은 변화의 중심에 뛰어드는 것이기에 매우 기쁘고 영광스럽게 생각하는 동시에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게 된다. 특히나 대한민국 산업수도인 울산에서 우리 역할이 더욱 클 것으로 생각되기에 더욱 그렇다.

- 유니스트 AI대학원만의 비전 및 방향이 있다면?

△ 유니스트 인공지능 대학원의 방점은 연구에 있다는 점이다. 세계적인 연구 중심 대학으로의 도약을 목표로 세계 AI 연구 중심에 서고자 노력할 것이다. 결국 세계 학계에서 ‘한국의 AI’ 하면 유니스트를 떠올리며 전세계가 눈여겨보는 대학으로 우뚝 서는 것이 우리 비전이다.

- 대학원 입학을 원하는 예비 대학원생들이 많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입학한 1기 입학생들에게 거는 기대가 있다면?

△ 우린 이번 1기 입학생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학생 지원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교수님들께서 학생들이 준비되지 않았다고 판단해 정원을 채우지 않은 채 선발한 것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경쟁률이 아니라 지원자의 준비 상태라고 생각한다. 이분들에 대한 기대가 크다. 교수님들의 ‘벽’을 뚫고 입학한 학생들인 만큼 유니스트 비전에 걸맞은 훌륭한 연구자들로 성장하길 바란다. 또한 1기로서 이후 들어올 후배 기수들을 잘 이끌어 가며 유니스트 AI대학원이 좋은 터로 만들어질 수 있도록 역할을 해 주길 기대한다.

- AI대학원이 유니스트와 기업에 가져올 변화가 궁금하다

△ 유니스트의 인공지능 대학원 선정은 아주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 곳을 중심으로 핵심 AI 연구뿐만 아니라 본원의 모든 AI 융합 연구가 시작돼 결국 유니스트의 중심 기둥이 될 것이다. 또한 울산을 비롯한 동남권에 있는 기업들은 AI를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융합 산업으로의 변신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유니스트 AI대학원은 이러한 변화에도 큰 역할을 할 것이다.

- 전임교수 확보에 어려움이 많을텐데?

△ 현재 우리는 박사학위 취득 전이라도 연구 잠재력을 갖고 계신 분이라고 판단되면 적극적으로 찾아가 지원을 약속하고 있다. 유니스트는 지리적으로 수도권에서 떨어진 울산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전임 교수 확보에 불리한 면이 있지만 분명한 것은 연구하기 좋은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부분 교수들이 젊고 의욕이 넘칠 뿐만 아니라 학교에서도 적극적인 교원 충원 의지, 충분한 정착비 등을 제공해 젊은 교수들이 편안하게 정착하고 교원들 간 협력 연구를 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 특별히 소개할 만한 교수님이 있다면?

△ 백승렬 교수님은 임페리얼 컬리지 런던에서 박사 학위를 받으시고 옥스포드에서 박사후과정을 거쳐 금년 4월에 저희 학교에 부임했다. 연구 분야는 비전과 기계학습으로 최근 3년간 CVPR과 ECCV와 같은 세계적인 학술대회에서 6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윤성환 교수님은 카이스트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박사후과정을 하다가 3월에 저희 학교로 부임했다. 윤 교수님은 통신 분야에서 출발해 기계학습으로 옮겨 오신 분으로 최근 2년간 ICML, NeurIPS 워크샵과 같은 세계적인 포럼에서 메타러닝 알고리즘 개발, 점진적 메타러닝 같은 주제로 3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 커리큘럼 구성에 주안점을 두는 부분은

△ 요새 학생들은 개성도 강하고 재능도 다양하다. 저희는 창의자율연구 프로그램이라는 이름으로 학생들이 각자 재능에 맞게 교육과정을 풀어 갈 수 있는 길을 제공한다. 이는 학생의 재능에 따라 연구에 몰두하거나 산업체와 실용적인 공동 연구를 하거나, 창의적 아이디어를 근거로 창업을 하는 등 다양한 길을 스스로 만들어 갈 수 있도록 하고자 함이다.

- 학생들이 연구활동이나 프로젝트를 하면서 예기치 못한 어려움에 부딪히는 경우가 있다면 어떻게 해결하나

△ 제가 30년 가까이 교수 생활을 하면서 어떤 문제를 만나든 대처하는 원칙은 단 하나, ‘최대한 학생 편에서 생각하자’이다. 우리 모두 한때 학생의 입장이 되어본 적이 있지 않나. 물론 항상 학생 입장이 언제나 정당하고 타당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최대한 그 입장을 고려해 도와주고 문제를 풀어 가게 되면 좋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 생각한다. 인공지능대학원을 운영하면서도 이 생각은 변함 없을 것이다.

(사진=UNIST). 

- 특별히 AI대학원생들을 위해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나 혜택이 있다면?

△ 유니스트 AI대학원 학생들은 전주기적 인력양성 기간 동안 자율적인 팀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대학원은 이를 위한 공간, 비용 지식, 네트워크 뿐만 아니라 기업과의 협력 주선 등을 전폭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또 국제 경연대회 참여 모의, 창업 연습 공동, 연구 기업 매칭, 인공지능 동아리 활동 등 옵션제공을 통해 학생들은 자율적으로 AI 관련 연구개발을 시도할 수 있다. 글로벌·로컬 네트워크 기관은 물론 본 대학의 창업팀과 연계해 프로젝트 결과물이 취업과 창업으로 이어지도록 강력히 지원할 것이다.

재정적 지원도 아끼지 않을 것이다. 대학원 등록금은 물론이고 학생 생활비(stipend)까지 지원한다. 이 금액은 매년 조정이 되고 지도교수 별로 차이가 있지만, 현재 기준 최소 금액은 박사과정 학생의 경우 월 110만원, 석사과정 학생은 월 80만원이다. 그 외의 해외 인턴 기회 제공 및 지원, 해외 학술대회 참가 지원 등의 다양한 혜택들도 제공할 예정이다.

- 졸업 후 학생들의 진로는 어떻게 되는지 궁금하다

△ 유니스트 AI대학원 설립 취지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우수 인재 양성이다. 이런 면에서 저희는 석박사 통합·박사 과정 학생을 선호한다. 그러나 입학 시점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대학원 진학 모습을 보면 대체로 석사 과정 입학생이 더 많다.

어떤 형태로 입학을 했든지 유니스트 AI대학원을 졸업할 때 저희가 기대하는 인재상은 두 가지이다. 첫 번째는 이노베이션 크리에이터, 즉 혁신을 창조해 나가는 인재. 두 번째는 인더스트리 파이오니어, 즉 산업 변화를 이끌어갈 인재이다. 저희가 기대하는 인재로 성장을 한다면 이들의 진로는 명백하다고 생각한다. 첫 번째 인재상에 중점을 둔 인재들은 연구자로 대학이나 연구소로, 두 번째 인재상에 중점을 둔 인재는 기업체에서 산업 발전에 기여하는 자들이 될 것이다.

- 마지막으로 AI대학원 정책과 관련해 정부에 요청하는 부분이 있다면?

△ 첫 번째로는 예산이다. 현재 정부의 인공지능 대학원 지원은 연 20억원이다. 이를 갖고 글로벌 인재를 매년 50명 이상 양성하라는 것이다. 이는 다른 과제들의 규모와 비교해 보면 여실히 부족한 지원이라는 것이 드러난다. 물론 교육 사업이라고 주장할 수 있으나 실제 실적이 글로벌 인재 양성이기 때문에 양질의 연구 성과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러니 더욱 현실적인 지원을 해 주셨으면 한다.

두 번째로는 행정적 절차의 간소화다. 예를 들어 예산 변경 절차는 연구재단 과제에서 요구하는 절차보다 한 단계 이상 더 필요한 상황이다. 일단 재정 지원을 해 주셨으면 집행 기관을 믿고 맡겨 주시면 좋지 않을까 생각된다.

노삼혁 UNIST AI대학원장은 현재 유니스트 AI대학원장, AI 시스템 전임교수,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학부장을 겸임하고 있다. 학생들 사이에서 명강의·최고의 전문성·인품 3박자를 두루 갖춘 교수로 인기가 높다. 국제학회에서 다수의 최우수 논문상을 수상한 이력이 있으며 지난 2017년 미국 컴퓨터학회(ACM)에 특훈회원으로 선정, 2019년에는 한국인 최초로 국제컴퓨팅협회(USENIX) 프로그램에 의장으로 선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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