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태의 뒤뚱뒤뚱] 어쩌다 재택근무, 좋은 것? 나쁜 것? 혹은 이상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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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태의 뒤뚱뒤뚱] 어쩌다 재택근무, 좋은 것? 나쁜 것? 혹은 이상한 것?
  • 입력 2020-08-28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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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5 광화문집회로 촉발된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온 나라가 뒤숭숭하다. ‘누가 걸리더라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라는 정은경 질병관리본부 본부장의 말이 예사롭지 않다. 사무실에서도 마스크를 쓰고 대화를 해야 하는 상황이 올 거라고는 이전에 상상해본 적이 없다.

이 사태가 벌어지자마자 일찌감치 SK, 삼성 같은 대기업들과 카카오, 네이버 같은 IT 대기업들도 재택근무로 빠르게 전환했다. 바이러스와의 싸움에서 재택근무는 이제 전가의 보도처럼 없어서는 안 될 필수템이 됐다.

실제로 사람들은 재택근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지난 3월 구인구직 서비스업체 사람인이 직장인 1392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로 인한 재택근무 현황'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70%가까운 사람들이 재택근무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이유로 출퇴근의 불편함, 편안한 분위기와 복장, 회사일과 집안일의 동시 처리 가능, 대면하기 부담스러운 상사, 동료를 안 봐도 돼서 등을 주로 꼽고 있다. 만족도도 100점이 20.2%로 제일 많았다. 80점 이상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이들이 느끼는 업무 효율성은 평균 65%정도였다.

전반적으로 매우 호의적인 분위기이다. 그러나 이러한 조사결과만으로 전체 상황을 판단하기에는 생각해 볼 점이 적지 않다. 사실 재택근무를 바라보는 관점은 자신의 처지에 따라 다양하다. 재택근무를 시키는 사람과 그걸 하는 사람, 옆에서 영향을 받는 사람, 하고 싶은 데 못하는 사람, 하기 싫은 데 해야 하는 사람 등 조금만 각도를 틀어보면 판단하기 쉽지 않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다들 좋아하는 분위기일까? 유명한 IBM 사례를 보자. IBM은 재택근무의 원조라고 해도 과하지 않다. 1993년 사무실 이외 공간에서 근무하는 ‘원격근무제’를 도입했다. 전 직원 38만 여명의 40%가 이런 형태로 근무해왔다. 그런데, 2017년 전격적으로 원격근무와 재택근무제도를 폐지했다. 24년만이다.

2011년부터 한국은 ‘스마트워크’란 이름으로 모바일 오피스, 재택근무, 스마트워크센터, 영상회의 등을 나라 전체에서 전면적으로 확대하고자 노력하던 시점에 IBM과 뱅크 오브 아메리카 등 미국 기업들은 반대의 길을 가는 결정을 한 것이다. 애플, 구글 등 실리콘밸리도 비슷한 분위기였다.

핵심적인 시사점은 이들 기업이 “복도와 구내식당에서 불규칙하게 벌어지는 토론이나 대화가 최선의 깨달음으로 이어진다”, “동료와 함께 일하는데서 혁신이 일어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는 점이다. 창의성의 대명사라는 스티브 잡스나 구글, 페이스북 등도 가능하면 회사 내에서 다양한 소통이 일어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데 애쓰고 있는 점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실제로 재택근무자도 위의 조사 결과처럼 다 좋기만 할까? 재택근무 공간은 집이다. 집(home)은 모든 걸 내려놓는 휴식 공간이자 가족 간 소통하는 공간이다. 몇 해 전 큰 울림이 있었던 ‘저녁이 있는 삶’이란 모토가 대변하는 ‘워라밸’의 사회적 반향과 맞닿아 있는 부분이다. 재택 근무가 이러한 정신을 살리는 연장선상에 있는지 점검이 필요하다.

IT월드 에스터 신들러 CIO가 20년간 재택근무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재택근무의 17가지 단점’이라는 글을 보면, “가족이나 친구들이 집에서 일하고 있다는 것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아빠는 일하는 중’이라고 아이들에게 납득시키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라고 토로한다. 그냥 쉽게 이해되는 대목이다. 어느 대기업 홈페이지를 보면, ‘자녀가 있거나 가족과 함께 사는 경우 업무 중 방해를 받기 쉽다.’고 걱정하며 일에 집중해야 할 시간을 미리 가족에게 고지할 것을 제안한다. 애매하고, 모호하다.

이런 것도 있다. 재택근무를 해보니 본인이 잘 적응이 되지 않는 스타일임을 인정하게 되는 대목이다. 한마디로, 나태해지는 것이다. 심지어 ‘나는 안 돼.’하는 우울감을 갖는 상황에 빠지기도 한다는 얘기다. 집이라는 편안한 공간에서 긴장감을 유지해야 한다는 압박이 아주 불편한 심리상태를 만들 수도 있다.

한편으로, 사무실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잘 모르게 된다는 두려움, 특히, 상사와 동료들의 비언어적인 ‘감정상태’를 읽어내기가 어렵다는 점은 서로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하게 된다고 한다.

재택근무를 하지 말자고 주장하는 게 아니다. 이쯤에서, 4년간 재택근무를 이어온 에듀테크 벤처기업 ‘호두랩스’의 김민우 대표의 경험담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그는 재택근무를 경영자는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직원들은 ‘일종의 복지’라고 인식하는 상황에서는 재택근무는 성공하기 어렵다고 본다.

김 대표는 경험을 바탕으로 재택근무를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눈다. 생존형(비상상황에서 기업의 영속성 확보), 효율 추구형(목표가 명확하고, 목표달성에 유리한 근무형태를 선택), 전략적 재택근무(100% 참여한 홈오피스 구축)가 그것이다. 김 대표는 생존형을 기본으로 하고 효율 추구형을 기업 문화에 맞게 녹여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 세운 원칙은 ‘업무효율을 높이는 것만 한다.’는 것이다. 요컨대, 협업이나 회의가 필요한 업무는 피하고, 10분 안에 화상회의에 참석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 이 원칙을 적용하기 위해 IT도구들을 십분 활용한다. 협업 툴을 통해 개인 커뮤니케이션과 업무 커뮤니케이션을 구분하고, 소통의 품질을 높이도록 카메라 등 IT장비를 충분히 지원한다. 팀장과 팀원은 재택근무를 위한 세세한 가이드라인을 정하고 이를 공유한다. 대충 ‘잘하자’는 통하지 않는다.

2010년 창업 이래 10년간 자율출퇴근제, 재택근무를 잘 운영해오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스마트스터디(글로벌 어린이 서비스 플랫폼 ’핑크퐁‘ 운영사)’ 최정호CLO도 동료간 신뢰, IT도구들의 적극적이고 효율적인 활용, 축적된 경험을 통한 실험과 개선 과정이 성공을 뒷받침했다고 말한다.

많은 게 그렇듯이, 변화에는 대가가 따르는 법이다. 준비하지 않으면 더더군다나 그러하다, 재택근무는 이래저래 우리 생활 깊숙이 파고들었다. 개별적으로 세심하게 챙기는 기업문화를 유연하고 효율적으로 구축하지 않으면 실패하기 십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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