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이롭게 하는 AI프로젝트 대중화 필요
'뎅기'를 없애기 위한 세계 모기 프로젝트에 AI 기술 적용 효과 높여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글로벌 기업의 소셜 프로그램 참여 의미 있어

 

(사진=셔터스톡)
(사진=셔터스톡)

인공지능 관련 기술들을 만드는 기업들의 목표는 세상을 이롭게 하는 데에 있다. 특히 인공지능 기술은 그 잠재력이 막강한 데다가, 삶의 영역에 밀접하게 다가오는 부분들이 많기 때문에 여러 가지 윤리적인 문제를 중심에 두게 마련이다. 당연히 그 기반 기술을 만든 기업들도 세상의 문제를 풀어내는 긍정적인 접근 방법이 되는 데에 기대를 하고 있고, 실제로도 여러가지 활동을 통해 세상을 바꾸는 사례들을 만들고 있다.

그 목표 중 하나는 건강에 있다. 근래의 코로나 역시 확산과 치료에 여러가지 인공지능 기술이 활용되고 있다. 이전에는 몇 년씩 걸리던 유전자 해석이 막대한 클라우드 기반의 AI 기술로 순식간에 이뤄지고, 여러가지 대응책과 그 효과까지 내다볼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세계 모기 프로그램(World Mosquito Program)’의 모기 퇴치 프로젝트는 지켜볼 만 한 사례다. 모기는 가장 위험한 해충이다. 작고 힘 없어 보이지만 전 세계 어느 곳에서나 쉽게 자라고 빨리 퍼진다. 특히 흡혈을 하기 때문에 사람 뿐 아니라 동물들에 대해서도 여러가지 질병을 옮기는 매개체가 된다. 모기는 뎅기열, 지카, 황열병, 치쿤구니아(chikungunya)처럼 치명적인 질병을 옮기는 주범이다 그저 가려움증에 대한 불만이 많겠지만 사실 나도 모르는 새에 병을 옮기기 때문에 그 공포는 요즘의 코로나19에 못지 않다. 이미 100여개 나라의 30억 명의 인구가 이 모기를 통한 치명적 질병에 대해 잠재적 위험을 안고 산다. 전세계 인구의 40%에 달한다.

이 모기는 꼭 특정 지역만의 일이 아니다. 지카 바이러스가 유행했던 2016년, 브라질은 올림픽을 개최했는데 이때 세계적으로 지카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불안이 커졌고, 올림픽 진행에 큰 걸림돌이 됐다. 이를 통해 세계 여러나라로 번질 우려도 있었다.

특히 모기를 통해 번지는 질병이 덥고 습한 지역에서 많이 일어나는 데다가, 모기 역시 이 환경에서 빠르게, 그리고 꾸준히 확산된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이 국가들이 대체로 개발이 많이 일어나지 않았고, 경제적으로 여유가 많지 않은 경우가 많아서 적극적인 모기 퇴치가 진행되지 못하곤 한다. 특히 가장 약한 아이들에게 더 치명적이기 때문에 적극적인 대응이 세계적으로 아주 오랫동안 이어져 왔다.

모기를 통해서 걸리는 병 중에서 가장 흔한 것이 바로 ‘뎅기(Dengue)’다. 엄청난 열과 함께 머리, 근육, 관절 등에 극심한 통증이 오는 질병인데, 더 심각한 것은 딱히 이 병에 걸렸을 때 치료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그저 열을 내리고 스스로 증상이 가라앉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다. 결국 병에 걸리지 않는 것이 가장 최고의 치료인 셈이다.

최근의 뎅기 확산 대책은 모기를 없애는 데에 있다. ‘모기를 없애는 모기’를 퍼뜨리는 것이다. 유전자를 만진 모기를 풀어놓기도 했는데 근래 주목받는 것은 ‘울바키아(Wolbachia)’라는 이름의 박테리아를 이용하는 것이다. 이 울바키아 박테리아는 뎅기를 비롯한 전염병 바이러스가 모기의 몸에 옮겨붙지 못하도록 하는 효과가 있다. 이 박테리아를 품고 있는 모기는 뎅기 바이러스를 갖고 있는 사람의 피를 빨아도 바이러스가 모기의 몸에 남지 않는 것이다.

호주 모나시 대학교에서 개발된 이 모기는 세계 모기 프로그램을 통해 숲에 뿌려진다. 이 울바키아는 특수 물질이 아니라 자연에 있는 박테리아의 한 종류이고, 지구상의 곤충 60%가 이 박테리아와 함께 살고 있다. 하필 전염병을 잘 옮기는 이집트 숲모기를 비롯한 모기들이 이 울바키아를 품지 않았다. 여기에 인위적이지만 박테리아를 심어서 퍼뜨리는 것이다.

이 퇴치 방법의 핵심은 번식에 있다. 울바키아를 품은 수컷 모기가 울바키아 없는 모기와 짝짓기를 하면 그 알은 부화하지 않는다. 반대로 울바키아를 품은 암컷과 울바키아를 갖고 있지 않은 수컷 모기가 만나 낳은 다음 세대 모기들은 울바키아를 품고 태어난다. 모기를 완전히 없애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보면 선택적으로 질병을 옮기지 않는 모기들만 살아남도록 하는 것이다. 살충제와의 싸움이 아니라 오랫동안 자연스럽게 위험 요인만 없애는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일이다. 모기 한 마리 한 마리가 비싸기 때문이다. 결국 한정된 모기 개체로 극도의 효과를 얻어내야 하는 상황이다. 세계 모기 프로그램은 머신러닝 기반의 AI 플랫폼을 이용한다. 해당 지역을 작은 가상의 블록으로 쪼개고, 각 블록의 인구밀도, 토지 사용 방법, 주변 환경, 날씨 등 여러가지 변수를 통해 해석된다. 이후에 울바키아 모기를 풀고, 그 효과를 학습하는 것을 반복한다. 즉, 모기들이 번식하기 좋은 지역, 극도로 울바키아 모기를 퍼뜨릴 수 있는 환경을 찾는 것이다. 으레 경험을 통해, '이 지역은 모기가 많다’, ‘여기는 웅덩이가 있어서 모기가 잘 자란다’처럼 판단을 내리고 막연히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그 판단 기준과 효과를 지속적으로 추적하는 것이다.

지역 뿐 아니라 이를 국가 단위의 모델로 해석해 정확도를 높이고, 세계를 대상으로 모기의 확산 흐름, 속도, 번식 조건 등이 해석되면 어느 순간 직접 모기를 풀어놓지 않아도 새로운 모기가 저절로 번질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는 것을 기대하는 것이다.

(원본사진=셔터스톡)

실제 모델을 만드는 과정은 그렇게 쉽지 않은 모양이다. 자연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변수가 많고, 분석에 방해가 되는 지저분한 데이터가 정확도를 떨어뜨리기도 했다. 머신러닝과 여러 인공지능 기술들을 바탕으로 이 분석의 오류가 급격히 줄어들었고, 결과의 정확성은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이 인공지능 프로그램의 기술적 바탕은 마이크로소프트가 참여하고 있다. 창업자인 빌 게이츠가 빌앤드멜린다게이츠 재단을 통해 오랫동안 여러가지 모기 퇴치 방법을 개발, 지원 해 왔던 것에 대한 영향도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기본적으로 마이크로소프트를 비롯한 최근 기업들의 사회공헌 방법이 단순히 돈을 풀어놓는 것이 아니라 인공지능 기술을 기반으로 한 투자를 통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쪽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점도 지켜볼 일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 모기 퇴치 프로그램에 ‘애저(Azure)’ 클라우드 자원과 기술, 그리고 비용을 제공하고 있는데, 이 외에도 ‘지구를 위한 AI’라는 이름으로 여러가지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선정된 프로그램들에 대해 적극적인 지원 활동에 나서는 것이다.

근래 기업들의 사회공헌 방식은 이렇게 각자가 할 수 있는 기술을 바탕으로 이뤄지곤 한다. 구글 역시 ‘AI 소셜 굿(AI Social Goods)’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지구상의 여러 문제들을 AI로 해결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질병의 진단부터, 홍수 피해를 예측하고, 멸종 위기 동물을 구해내거나 밀림의 불법 벌목까지 인공지능 기술을 통해 여러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는 데에 인공지능을 바탕으로 하는 기술적인 지원에 나서는 것이다.

인공지능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은 아직까지 ‘두렵다’와 ‘어렵다’에 많이 몰리고 있다. 하지만 인공지능 기술은 누구나 활용할 수 있고, 이를 통해 각자의 목표를 이룰 수 있다. ‘인공지능의 대중화’, '인공지능의 민주화’ 등으로 부르는 접근이 가까이에서 일어나는 것이다.

[관련기사] “AI가 답이다”…우주·기후 분야 새로운 활용방법으로 ‘급부상’

[관련기사] NASA “AI로 허리케인 심각도 예측 고도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