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진이 필드테스트를 수행하는 모습(왼쪽부터 권해찬 ETRI 연구원, 주재우 AGOS 과장)

국내 연구진이 북미 지상파 표준 ATSC 3.0 동일 채널 중계기를 개발했다. 향후 음영 지역을 해소하고 방송 구역을 확대하는 데 활용할 수 있어 초고화질(UHD) 방송 인프라 확보에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원장 김명준)은 국내 지상파 UHD 표준 규격인 ATSC 3.0의 동일 채널 중계기를 세계 최초로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9일 밝혔다.

ATSC 3.0은 미국 디지털 TV 방송 표준 규격으로 2016년 국내 지상파 UHD 방송 표준 규격으로 채택됐다.

중계기는 송신소 전파를 증폭해 재송신하는 방식으로, 산이나 건물 등 장애물이 전파를 차단하는 지역에 설치해 방송 시청을 가능하게 한다.

적응형 배열 안테나 기술이 적용된 수륜TVR의 송신탑

일반 중계기는 간섭을 피할 수 있도록 송신소 주파수와 다른 주파수로 신호를 중계하지만, 연구진이 개발한 동일 채널 중계기는 송신소와 동일한 주파수로 중계 신호를 재송신할 수 있다. 이에 주파수 이용 효율을 높일 수 있으나 동일 주파수 사용으로 생긴 간섭 신호를 제거해야 한다는 문제가 남는다.

전파를 동시에 송수신하는 중계기 특성상, 송신 안테나와 수신 안테나 사이 간격이 충분하지 않거나 격리도가 낮은 경우 발진 현상이 나타날 수 있으며 동일 주파수 사용으로 간섭 신호가 발생할 수 있다. 이를 차단하기 위해 피드백된 신호 제거 기술 고도화가 필수적이다.

연구진은 이번에 개발한 중계기에 6개의 안테나를 사용, 자동으로 필요한 신호를 증폭하고 간섭 신호를 억제하는 적응형 배열 안테나 기술을 적용했다. 이 기술로 송수신 안테나 사이 격리도를 증가시켜 중계기 출력을 증가시킬 수 있게 했다.

중계기 성능 지표 중 하나인 간섭 신호 제거 능력도 확인했다. 연구진이 개발한 중계기의 간섭 신호 제거 범위는 28dB로 세계 최고 수준 외산 장비의 제거 범위인 25dB보다 3dB 높게 나타났다.

출력 신호 품질 지표인 입출력 MER 차이는 3dB로 외산 장비보다 2dB 낮아 비교적 높은 품질을 보였다. 입출력 MER은 방송 신호 대비 재송신 신호 품질 저하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다.

연구진은 송신소와 중계기 사이 전송 채널에 의해 왜곡된 신호를 원상태로 복원하는 기술을 이용해 주변 환경이 열악한 중계소도 고품질 신호를 중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ETRI는 이 기술이 지난 6월 KBS인증센터의 인증을 취득했으며 현재 실증을 위해 방송 음영 지역의 KBS 중계소에 설치운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흥묵 ETRI 미디어연구 본부장은 "세계 최고 수준의 UHD 동일 채널 중계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높은 기술적 진입 장벽을 구축했다"며 "이번에 확보한 기술을 활용해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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