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업계, 초기 로펌용 AI 만들었지만 채택 더뎌지며 발상 대전환

로펌과 경쟁···연간 529조 들여 법률 상담하는 로펌 고객층 공략

복잡한 조항 검토·비교·계약검토 등 자동화해 중기 틈새시장 노려

코로나팬데믹에도 2분기 법률 AI기업 투자액 지난해보다 46% ↑

법률AI업체들이 초기 공략대상인 로펌을 넘어서 이젠 기업과 일반인들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물론 법적 분쟁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로펌으로선 법률AI를 허용하는 법규 시행때까지 그대로 가든지, 이를 도입하든지 갈림길에 서 있게 된 셈이다. 사진=위키피디아
법률AI업체들이 초기 공략대상인 로펌을 넘어서 이젠 기업과 일반인들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물론 법적 분쟁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로펌으로선 법률AI를 허용하는 법규 시행때까지 그대로 가든지, 이를 도입하든지 갈림길에 서 있게 된 셈이다. 사진=위키피디아

법률 인공지능(AI) 기술업체들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법률 AI 업체들은 그동안 공들였던 변호사사무실(로펌)을 뛰어넘어 기업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시장 공략에 나섰다. 로펌 고객들은 매년 4500억달러(약 529조)의 비용을 로펌에 지불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15일(현지시각) AI 계약 관리 서비스회사인 매카시 핀치의 닉 화이트하우스 최고경영자(CEO)의 말을 인용, 법률 AI 2.0시장의 변화 추세와 미래의 법률AI(법률 AI 3.0)의 모습을 함께 전했다. 

이미 기업 내부 법률부서는 AI 기술을 소정절차에 따른 조사용으로 활용하는 것은 물론 그날그날  계약 심사에 활용해 생산성과 정확성을 높이고 있다. 법률 IT 분야의 전문가들은 이러한 법률AI 활용이 더 이상 초기 단계에 있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즉, 법률 AI사업이 호황이란 얘기다.

실제로 코로나19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경제에 영향을 미쳤음에도 올해 2분기 법률 IT(AI)기업에 대한 투자액은 지난해 2분기보다 46% 성장한 1억7800만달러(약 2094억 원)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법률AI의 성장과 번영을 가리키는 또다른 강력한 지표는 이미 지난해 여름 톰슨로이터가 하이큐(HighQ)를 인수한 데서 보았듯 ‘통합’이다. 강력한 벤처캐피털(VC)과 합병은 법률 IT 툴이  훨씬 더 발전할 것이며, 시간이 많이 걸리는 법률 업무를 계속해서 자동화해 나가리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요소들은 법률 AI 2.0으로 불리는 새로운 ‘법률AI SW시대’로 우리를 이끌고 있다.  이 시대는 두가지 장애물, 즉 법률 AI가 모든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는 부풀려진 기대, 그리고 법률AI의 약속이 과장됐고 잘 이행되지 않는다는 AI 도입 초기의 냉소주의를 모두 제거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새로이 성숙한 법률AI 시장의 해결책은 어떤 모습이며 누구를 위한 것일까?

◆법률 AI ‘제1의 물결’은 로펌 대상이었지만

법률 IT 분야에서 개발된 첫 번째 AI 제품들(법률 AI 1.0)은 대규모로 고가의 법률 작업을 하고 있는 로펌을 지원하기 위해 이에 맞춰 만들어졌다. 그러나 시장은 더이상 AI 채택이 더딘 로펌을 쫓아가지 않았다. 대신 로펌에 연간 4500억 달러를 쓰는 로펌 고객으로 옮겨가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법률시장 파괴(disruption)가 가속되는 것을 보게 된다. 

오늘날 기업내 법무부서에서는 소송문제를 다룰 때 e디스커버리(eDiscovery)같은 제품 및 계약 검토 솔루션을 사용한다. 이 툴은 더욱 효율적인 소정의 업무 처리 절차를 가능케 하며, 그날그날의 계약을 검토해 생산성과 정확성을 높여준다.

그러나 법률 AI 2.0 사용에 논란이 없는 것은 아니다. 법률AI 제품 공략 대상이 로펌에서 기업·소비자 중심으로 옮겨 가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독일 함부르크의 변호사들은 일반인들에게 법률문서를 판매한 독일 계약 플랫폼 회사의 모회사인 볼터스 클루베르((Wolters Kluwer)와 법정소송을 벌이고 있다. 함부르크변호사협회가 “계약발생 문서는 법률 서비스”라며 법률서비스 면허없는 볼터스 클루베르를 불공정 경쟁 혐의로 제소한 것이다.  

쾰른 법원은 예비 구술 심리에서 “소비자들은 생성된 계약이 실제 인간의 자문의 결과가 아니라는 점을 이해하고 개별 자문을 기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판부의 말을 빌리자면 계약 플랫폼은 “기존 계약 템플릿(판형)을 단순히 고도화한 유용한 디지털 도구”라 할 수 있다.

이처럼 법률 IT(AI)는 느리지만 확실하게 모든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더 널리 보급되고 있다.

◆법률 AI 2.0의 현재 상황은?

현재 법률 AI 2.0은 계약검토(contract review), 청구 비용 예측(billing prediction) 등 2개 항목에서 가장 밝은 전망을 보였다. 이미 이 IT는 광범위한 일반 문서를 비교하고 검토하는 능력에서 큰 발전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최근까지 이러한 AI 도구들은 일반 소비자들이 갖지 못한 고유한 법적 지식을 필요로 했다.

계약 검토용 AI 도구는 더욱더 자동화된 복잡한 조항 검토, 개선된 비교 기능, 계약 검토 템플릿 등을 통해 중소·중견기업 대표같은 틈새 고객 시장을 지향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법률AI가 원래 타깃 고객이었던 변호사들과 갈라서는 것은 아니다. 변호비용 청구 관리는 법률 AI 2.0의 또 다른 큰 성장 영역이다. 변호사들은 법률AI를 이용해 예측 가능한 가치 기반의 변호비용을 설정하는 데 필요한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이제 기업 법무팀 변호사들은 이 기술을 이용해 외부 변호사의 수수료를 관리하고 자체 예산을 예측할 수 있게 됐다.

기술 관점에서 볼 때, 우리는 희박한 데이터 학습을 향해 더 많이 움직이게 될 것이다. 즉,  AI는 기업의 표준과 기대치를 배우기 위해 수백 건의 법적 계약을 업로드하는 대신 첫 계약서를 올릴 때 처음 학습을 시작하게 된다.

AI는 조직들이 법정과 규제기관에 합법적으로 방어할 진술을 할 필요가 있을 때 법률 AI 도구에 의해 수행된 작업을 설명할 수 있어 더욱 투명해지고 있다.

◆법률AI 도입의 미래는?

아무도 미래를 보여줄 수정구슬을 갖고 있진 않지만, 미래의 법률AI(법률 AI 3.0)는 독특한 사용자 맥락을 가지고 있고 사용자를 대신해 역동적 행동을 취하는 법률 채팅봇에 의해 정의될 것으로 보인다. 즉, 이전 계약으로 다시 연결하는 능력과 이전에 가졌던 대화 등으로 연결하는 능력 등을 갖추게 될 것이다. 

가트너는 오는 2023년까지 가상법률비서(VLA)가 대기업 내부에서 법무팀에 요청한 내용의 25%를 처리하면서 팀의 운영능력을 높여줄 것으로 전망했다.

물론 이런 AI 기반 챗봇이 완수할 수 없는 특정한 과제도 있다. VLA가 대답을 못 하면 질문은 인간 변호사에게 보내진다. 

여러 면에서 법조계의 파괴는 연예계의 파괴와 비슷하다.

기술은 결코 후퇴하지 않고 앞으로만 나아간다. 넷플릭스의 부상, 케이블 TV의 쇠퇴, 그리고 디즈니가 디즈니+에 쏟아부은 기념비적 투자는 우리가 지지하든 않든 간에 파괴가 일어날 것임을 보여준다.

법률업계가 더욱더 ‘법률 AI 2.0’ 등에 투자함에 따라 로펌이 취할 수 있는 노선은 2가지다. 즉, 결국 바뀔 관련 법규에 기대는 길, 또는 미래를 수용해 법률AI를 채택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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