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차원의 디지털 감시 기술 수출 관련 규정 재검토 촉구

(사진=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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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가 유럽연합(EU)에 중국을 비롯한 인권 침해 우려가 있는 국가들을 대상으로 디지털 감시 기술을 판매하지 못하도록 수출 규정을 강화할 것을 촉구했다.

국제앰네스티는 EU 기업들이 안면인식 시스템과 같은 디지털 감시 기술을 인권 유린의 위험이 국가를 상대로 판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들 기업의 디지털 감시 기술 수출에 대한 통제와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제앰네스티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발표했다고 2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이 보도했다.

국제앰네스티는 조사 실시 결과 일부 유럽 기업들이 중국에 디지털 감시 시스템을 판매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밝혔다. 아울러 국제인권법이 규정한 대로 해당 거래에 대한 인권 실사 의무 책임을 이행한 기업이 하나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감시카메라(CCTV·폐회로텔레비전)의 천국으로 불릴 만큼 전 세계 최고 ‘감시국가’로 손꼽힌다. 최근 영국 기술‧보안 전문업체인 컴패리테크의 조사 자료에 따르면 중국의 주요 도시들이 세계에서 감시카메라가 많이 설치된 도시 상위권에 줄줄이 이름을 올렸다. 중국의 정교한 감시 기술 네트워크 구축 노력은 인권보호단체들의 비난을 사왔다.

국제앰네스티는 보고서에서 “디지털 감시 기술이 적절한 보호 장치가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은 국가에서 자유‧인권 침해를 초래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EU는 대부분의 디지털 감시 시스템 판매를 제한하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또 EU의 개별 회원국이 유럽의회와 EU 집행위원회의 강력한 규제안 채택을 가로막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국제앰네스티는 "현행 EU 수출 규제 체제를 신속하게 바꿔야 할 필요가 있다"면서 EU가 이를 위해 적극 나설 것을 촉구했다. 특히 이 같은 기술들을 민‧군 겸용의 이중용도 품목과 같은 방식으로 취급하도록 요청했다. 즉 인권에 중대한 위협이 된다고 판단될 경우 수출 거래가 중단될 수 있도록 하자는 이야기다.

(사진=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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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앰네스티는 보고서에서 프랑스 IT기업 ‘아이데미아(IDEMIA)’의 전신인 생체인식 인증 솔루션 제공업체 ‘모르포(Morpho)’가 지난 2015년 상하이 경찰에 안면인식 장비를 공급했다고 밝혔다. 이에 아이데미아 측은 “해당 장비 판매는 실시간 감시가 아닌 녹화된 영상의 얼굴을 식별하는 구세대 시스템에 관련된 것”이라며 “중국에 안면인식 기술을 판매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또 국제앰네스티는 스웨덴 네트워크 카메라 제조업체인 ‘엑시스 커뮤니케이션즈(Axis Communications)’가 지난 2012년부터 중국 사법기관에 감시카메라를 판매해왔다고 말했다. 엑시스 커뮤니케이션즈 측은 “네트워크 비디오 솔루션은 전 세계적으로 보안‧안전성 향상을 위해 사용되고 있다”며 “수출통제 메커니즘과 고객의 체계적인 선별체제를 갖추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 밖에도 네덜란드 기업 ‘놀두스 정보기술(Noldus Information Technology)’이 중국 당국과 대학에 감정 인식 시스템을 판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놀두스 측은 “인간의 행동 연구를 위해 고안된 소프트웨어를 대중 감시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어 “우리 소프트웨어로 인한 인권 침해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면서 국제앰네스티가 반대 증거를 제시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EU 이사회 대변인은 관련 규정 재검토를 위한 논의와 협상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국제비영리단체인 '유럽디지털권리(EDRi)’의 엘라 자쿠보스카 정책‧캠페인 담당자는 “생체인식을 통한 대중 감시 기술이 초래할 수 있는 기본권 침해의 위험성을 언급하면서 이번 국제앰네스티의 보고서에 환영의 뜻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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