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법제연구원, 24일 제4차 규제혁신법제포럼서 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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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제4차 규제혁신법제포럼에 참석한 곽덕훈 아이스크림미디어 부회장

인공지능(AI)ㆍ빅데이터를 비롯한 신기술 등장과 코로나19 여파로 사회 전반의 디지털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 이 같은 변화 속에 지난 7월 정부는 '한국판 뉴딜 종합 계획'을 발표, 디지털 뉴딜 정책을 이용해 다양한 기술ㆍ인프라를 확보하고 비대면 시대를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아직까지 사회에 산적한 법ㆍ제도적 규제로 다양한 기술ㆍ서비스 개발을 제한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에 관련 업계에서 규제 혁식 정책 마련을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국법제연구원(원장 김계홍)은 24일을 시작으로 다음달 6일, 8일, 12일 총 4회에 걸쳐 진행하는 '2020 규제혁신법제포럼'을 온ㆍ오프라인에서 동시 개최했다.

이번에 열린 '제4차 규제혁신법제포럼 : 언택트 시대 규제 혁신 전략'은 ▲언택트 트렌드의 부상과 디지털 뉴딜 ▲언택트 시대와 원격 의료 ▲에듀테크 환경과 산업 발전을 위한 법적 이슈 3개 발제를 중심으로 진행했으며 각 분야 전문가가 토론자로 참석해 해당 의제를 두고 다양한 규제 혁신 방안을 논의했다.

◆ 디지털 뉴딜, 신산업 분야별 개별 법령 정비하고 플랫폼 노동자 권리 보호 마련해야

김정언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ICT통계정보연구실 선임연구원은 '언택트 트렌드의 부상과 디지털 뉴딜'을 주제로 현재 확산 중인 비대면 현상의 원인ㆍ현상을 분석하고, 향후 디지털 뉴딜의 정책 방안을 제시했다.

김정언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선임연구원 

그는 비대면 현상이 전 분야의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존 비대면 문화는 'MZ세대' 중심으로 성장했으나 최근 인구 구조 변화, 기술 진보, 코로나19 등에 따라 전 세대로 확대했다는 설명이다.

김 연구원은 "비대면 현상은 오래 전부터 언급된 개념"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존 비대면 현상은 디지털 기술이 발전하고 디지털 기기 활용에 익숙한 MZ세대가 소비 주체로 떠오르며 자리 잡았다"면서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비대면에 익숙하지 않았던 기성세대까지 트렌드가 퍼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해 김 연구원은 정부의 디지털 뉴딜 정책을 두 가지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위기 극복을 목표로 국가적 역량 결집이 필요한 만큼, 시의적절한 대응법을 마련했다는 점이다. 또 국가 주도로 비대면화ㆍ디지털화를 가속화 하려는 명확한 방향성을 제시한 산업 정책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규제 개선에 있어 아쉬운 점을 토로했다. 그는 "지속 성장 기반 구축을 위해 재정투입 외에도 규제 개선과 이해관계자 갈등 해결 방안 등이 부족한 것 같다"며 "관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제도적 방안을 마련해 추진해야한다"고 말했다.

또 노동시장 변화에 따른 고용 안전망 강화 방안이 부족하고 민간 투자 유도 정책 발굴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원은 "향후 스마트워크와 플랫폼 노동 등 노동시장 변화의 변화가 예상되는 만큼, 고용 안전망을 강화할 수 있도록 관련 정책을 병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국가 재정 부담 완화와 민간 분야 기술 개발 등 디지털 뉴딜의 효과적 추진을 위해 민간 투자를 활성화 할 수 있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정언 연구원은 ▲규제개선 ▲기술혁신 기반 구축 ▲이해관계자 갈등 해결 ▲스마트워크 확산 ▲플랫폼 노동자 권리 보호 ▲민간투자 유도 6가지 정책 과제를 제안했다.

자율주행차, 드론, 가상ㆍ증강 현실(VRㆍAR) 서비스 개발을 위해 공간 정보가 필요하지만, 현행 공간 정보 보안 관리 규정이 엄격해 관련 데이터 획득과 서비스 개발이 어렵다. 이에 공공 데이터 개방을 촉진하고 데이터 관련 보안 체계를 정비해 분야에 산재한 핵심 규제를 정비하자고 주장했다.

또 데이터ㆍ네트워크ㆍ인공지능(D.N.A : DataㆍNetworkㆍAI) 인프라를 강화할 수 있도록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하고, 특허와 표준화 등 무형 자산 축적ㆍ활용 기반을 위한 지식재산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해자간 갈등 해결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특정 산업의 혁신ㆍ보호 기준을 명확히 해 갈등 해결의 원칙을 세우고 혁신 투자의 불확실성을 낮춰 이해자의 적극적인 혁신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신산업 도입을 전제로 구체적 타협점을 찾을 수 있도록 정책적 역할을 수행할 거버넌스 구축도 조언했다.

노동시장 정책 방향도 제언했다. 김 연구원은 비대면 트렌드 확산에 따라 재택ㆍ원격 근무와 같은 스마트워크 인프라 구축을 강조했다. 운영 기준과 관리 체계 등 정부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사회적 취약 계층을 위한 스마트워크 지원을 제시했다.

이어 플랫폼 노동자 실태 조사도 필요하다고 봤다. 플랫폼 노동자는 앱과 SNS 등 디지털 플랫폼을 매개로 노동력을 거래하는 근로 형태의 종사자다. 이들의 유형과 직종이 다양한 만큼, 법률 관계도 다차원적이다. 플랫폼 노동의 현황과 특성을 파악할 수 있도록 실태 조사를 펼쳐 데이터 기반의 입법ㆍ정책 추진이 중요하다는 주장이다.

마지막으로 디지털 뉴딜 분야 민간 투자 사업을 강조했다. 정부의 재정 부담 완화와 민간의 효율적 활용을 기대할 수 있어 디지털 뉴딜의 지속적 추진이 가능할 것이란 설명이다. 이에 세제 혜택과 규제 완화 등 일반 국민의 투자 기회를 확대하고 제안자 우대를 비롯한 인센티브를 강화해 민간 제안 활성화도 조언했다.

◆ 원격 의료 범위 점진적 확대하고 의료인 책임 경감 필요

백경희 인하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언택트 시대와 원격 의료'를 주제로 발제를 진행했다. 그는 코로나19에 따른 비대면 여파로 의료 영역에서 원격 의료의 활용을 적극적으로 논의하고 있는 만큼, 향후 원격 의료의 입법 방향을 제언했다. 

백경희 인하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원격 의료의 출발지는 미국이다. 넓은 영토로 인한 물리적 한계를 극복하고 의료 환경이 열악한 곳에 있는 국민의 건강 보호를 목적으로 원격 의료를 처음 도입했다. 최근 신기술 발전에 따라 AI, VRㆍAR 등 기술을 일부 활용하기도 한다.

백 교수는 원격 의료가 편의성ㆍ효율성ㆍ비대면성의 순기능을 한다고 설명했다.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격오지 환자가 의료 기관에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의료인 사이 의료 기술ㆍ정보 교류를 활발히 할 수 있어 의료 서비스 이용 편의성이 높아진다는 분석이다.

또 실시간 원격 자문ㆍ모니터링과 온라인 상담ㆍ진료ㆍ처방이 가능해 의료 시스템의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으며, 감염병 환자 치료 의 경우 의료인과 환자 간 비대면성으로 의료인 보호가 가능하다.

하지만 역기능도 있다. 백 교수는 "대면 진료의 경우 질병에 따라 촉진, 청진 등 다양한 진단법을 행할 수 있으나 원격 진료 시 제한된 진단법으로 의료 과실 발생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또 "대형 병원을 선호하는 환자 경향으로 의원급 1차 의료를 붕괴시킬 수 있고, 해킹과 오류 등 ICT의 불완전성으로 인한 개인의료정보 유출 우려도 고민해야 한다"고 짚었다.

그는 국내 '현행 의료법 제34조 원격 의료'를 바탕으로 원격 의료의 법적 현황을 설명했다.

현재까지 국내 원격 의료 규정은 2002년 만들어져 의료인과 의료인 사이 원격 기술 교류, 의료 자문 형태만 규율하고 있으며 의료인과 환자 간 원격 의료 명문 규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의료인 사이 원격 자문에 따라 치료를 행할 경우 의료 과실이 발생해도 대면 진료하는 경우와 같은 법적 책임을 진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에 따라 보건복지부(장관 박능후)는 지난 2월부터 의사와 환자 간 원격 의료를 한시적으로 허용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백경희 교수는 "최근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많은 사람이 일정 부분에 있어 불가피하게 원격 의료가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얻었다"며 "현행 의료법 상 원격 의료와 처방전 발급 등이 불가하기 때문에 원격 의료를 확대할 경우 의료법 개정을 함께 진행해야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원격 의료의 범위를 급진적으로 확대할 경우 의료체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고, 의료 서비스의 안정성 확보가 중요해 편의성만 내세울 수 없다고 못박았다.

이에 기존 정부의 시범 사업을 참고해 원격 의료를 할 수 있는 환자 범위를 한정하고 만성질환자, 거동이 어려운 노인, 장애인 등으로 점진적 확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코로나19와 같은 특수 상황에서 원격 의료를 행할 수 있도록 예외적 허용 부분을 명문화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원격 의료 활용 시 의료인의 책임 경감 필요성도 언급했다. 백 교수는 "현행 의료법은 부득이한 여러 변수를 고려하지 않고 추상적으로 원격 의료의 책임을 규정하고 있다"며 "대면 치료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원격 의료를 수행한 의료인의 입장을 감안해 원격 의료에서 발생할 수 있는 책임의 일정 부분을 경감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 에듀테크 콘텐츠 질과 접근성 높여야

이날 마지막 발제자인 곽덕훈 아이스크림미디어 부회장은 '에듀테크 환경과 산업 발전을 위한 법적 이슈'를 주제로 포스트코로나 시대 교육과 에듀테크 환경 변화를 조망하고 관련 산업의 기술적 측면을 다뤘다.

곽 부회장은 에듀테크의 등장 배경을 기술ㆍ사회적 변화와 패러다임의 전환으로 꼽았다. 비대면 트렌드와 코로나19 등 불가항력적인 사회 변화와 '가르치는 것(Teaching)에서 학습하는 것(Learning)'으로의 교육 패러다임 전환이 함께 이뤄졌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AI,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ICT 기술의 발전이 더해지면서 에듀테크가 부상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이에 맞춰 모바일 기기와 SNS 등을 활용한 러닝학습, 실감 콘텐츠 학습, 비디오 기반 클립형 학습 등이 부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곽 부회장은 성공적 에듀테크 구현을 위해 ▲교육 자원에 대한 접근성 향상 ▲글로벌 차원의 발전을 위한 협력 ▲콘텐츠ㆍ서비스 품질 보증 ▲교육 자원 공유를 위한 표준화 ▲전문 인적자원 개발 및 확보 ▲교육 환경 변화에 대응한 법ㆍ제도적 개선 6가지를 꼽았다. 이어 이를 실현하는 데 산업적 관점에서 필요한 법ㆍ제도적 개정 과제를 설명했다.

그는 에듀테크의 질적 수월성과 접근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봤다. 미래 AI 시대에 맞춰 학생의 재능을 발견하고 향상시킬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나아가 미래 인적 자원을 개발하는 데 에듀테크가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를 위해 산ㆍ학ㆍ연을 연결한 에듀테크 바탕의 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에듀테크로 지역 격차 해소와 사회 통합을 지원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기존 교육과 비교해 에듀테크는 교육 접근성이 높기 때문에 저소득ㆍ다문화 가정 등 소외 계층에게 보다 용이한 교육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에듀테크 분야 글로벌 협력도 피력했다. 에듀테크는 첨단 ICT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지속적 정보 교류를 거쳐 서비스 품질을 제고할 수 있다. 이에 맞춰 국제 사회와 협력을 증진해 에듀테크 서비스를 고도화 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외, 에듀테크를 활용한 직업ㆍ경력 교육 개발 강화와 교육정보기술 국제 표준화 선도 등도 언급했다.

곽 부회장은 국내 '이러닝(전자학습)산업 발전 및 이러닝 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을 설명하며 에듀테크 발전을 위한 법률 개정을 제언했다.

그는 "이 법률은 2004년 제정 후 개정 작업만 총 18차례나 거쳤다"며 "필요에 따라 일부 변경만 해오다가 갑작스런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관련 전문가들이 국내 온라인 교육 법률 개정의 필요성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21대 국회가 에듀테크 관련 법률 개정을 재추진을 계획하고 있다"며 "산업계는 미래 교육을 위한 교육 거버넌스와 교육 데이터 관리를 위한 데이터 센터 신설, 에듀테크 콘텐츠ㆍ플랫폼 지식재산권 보호 등의 개정 사항을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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