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응급상황, 중증환자, 입퇴원 시기 예측
의료진 감염 위험 감소·보호구 절약·병상 확보 등 활약
통합 모니터링으로 환자 위험 줄이고 업무 간소화

벽 하나가 스크린으로 가득 덮인 방이 있다. 보안을 위해 CCTV로 단순히 장소를 비추는 경비실보다 훨씬 큰 규모다. 마치 수많은 비행기가 오가는 비행 경로를 관리하는 관제탑, 아니 SF영화에서 보던 NASA의 컨트롤센터 같다. 스크린은 입원 환자, 한 명이 아닌 병상에 있는 모든 이들의 심박수, 호흡을 실시간으로 비춘다. 갑자기 빨간색으로 변하는 스크린. 누가 봐도 위험을 경고하는 알람이다. 위험 환자로 스크린에 자주 등장했던 심장질환을 앓는 코로나19 감염자 상태가 심상치 않다. 이제 의사가 직접 나설 시간이다.

AI 커맨드센터. NASA의 컨트롤센터와 같이 모니터가 가득한 방 하나에서 병원의 모든 데이터를 관리하고 실시간 모니터링하는 방식이다. 실시간 모니터링으로 수집한 병원 데이터를 중앙에 집약, AI 분석으로 환자 관리와 병원 운영에 대한 전략을 제공하는 시스템이다. 응급 상황과 중증 환자 발생 가능성을 예측하는 AI 기능 덕분에 의료진은 중환자실 출입을 줄여 감염 위험을 줄이고 마스크와 방호복을 절약할 수 있었다. 환자 완치와 입퇴원 시기를 계산, 병상을 미리 확보해 입원환자를 돌려보내는 일도 줄였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비상상황에 처한 전세계 병원이 미래 병원 모델로 제시됐던 AI 커맨드센터를 주목하고 있다.

AI 커맨드센터는 코로나 시대를 겪으면서 본격 현실화할 추세다. AI 커맨드센터는 환자 편의 개선과 병원 업무 효율화를 목적으로 개발됐으나 코로나19 유행 이후 의료기관 내 감염 관리 효과를 새로 입증하면서 현장 도입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원격 모니터링으로 환자를 진단하고 위험상황에 대비할 수 있게 되면서 의료진과 환자 접촉을 줄인 덕분.

 

(사진=GE헬스케어)
(사진=GE헬스케어)

 

휴스턴 메소디스트 병원은 코로나19로 인한 위기 극복을 목적으로 지난 3월 AI 커맨드센터를 본격 도입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에 밝혔다. 특히 중환자실 내 코로나19 환자를 원격으로 관리, 의료진과의 접촉을 줄여 감염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이 병원이 도입한 AI 커맨드센터는 총 120병상을 항시 모니터링하며 의료진은 센터 안에서 스크린을 보는 것만으로 환자를 진단할 수 있다. 인공호흡기, 산소펌프, 심전도기계, 웨어러블 전자기기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갱신되는 환자 데이터를 수집하면 머신러닝 알고리즘이 이를 분석해 환자 상태를 판단한다. 주요 심혈관 질환 발병률이 높은 경우와 같이 주의해서 봐야할 환자를 발견할 시 커맨드센터 스크린이 빨간색으로 변해 위험을 알린다. 경증환자가 증상이 심화될 가능성을 예측해 위험 상황에 대비하고, 예상 치료기간 등을 예측해 감염자를 수용할 수 있는 입원 병상을 미리 확보할 수도 있다.

로베르타 슈와츠 휴스턴 메소디스트 병원 혁신팀장은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판단하는 일과 동시에 감염자 케어까지 기하급수적으로 업무가 늘어난 의료진을 지원하기 위해 (AI 커맨드센터를) 도입했다. 개인 보호 장비 부족으로 미국 의료진이 코로나19 감염 위험에 노출된 사례가 많은 만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환자 퇴원일 예측 AI로 병상 없어 입원 못하는 환자 줄여

응급실 환자·수술 후 대기·복도 대기 감소 효과

중환자 케어에 집중·위험 예측 가능

 

(사진=GE헬스케어)
(사진=GE헬스케어)

 

AI 커맨드센터 시스템을 구축, 병원에 공급해온 대표적인 기업 중 하나는 GE헬스케어다. 현재 미국, 영국, 캐나다 3개 국가의 7개 병원에서 GE헬스케어의 AI 커맨드센터를 사용하고 있다.

존스 홉킨스 병원은 2016년 최초로 GE헬스케어의 NASA 스타일 병원 커맨드센터를 개소, 새 시스템 효과를 입증했다. 이 병원은 커맨드센터 도입 이후 중환자에 대한 접근성을 78% 개선하고 응급실 환자를 35%, 수술 후 환자 대기를 70%까지 줄였다. 반면 같은 기간 동안 입원 환자 점유율은 8% 증가하는 성과를 보였다.

2017년 GE헬스케어의 AI 커맨드센터를 도입한 오레건의료과학대학(OHSU)는 병상 부족으로 입원이 필요한 환자를 돌려보내는 사례를 대폭 줄였다. OHSU는 AI 커맨드센터를 통해 4개 소속 병원의 병상 및 환자 정보를 한 번에 관리했다. 실시간 데이터로 각 환자의 예상완치일을 계산한 AI가 예상퇴원일을 1주일 전에 알리면 병원은 새 환자가 입원 가능한 병실을 미리 확보하는 식이다. AI 커맨드센터 도입 이후 OHSU는 입원 거절 환자를 400명까지 줄였다. 새 시스템 도입 이전 2016년 병상 부족으로 OHSU 병원에 입원하지 못한 환자 수는 500명이 넘었다.

캐나다 험버 리버 병원 또한 2017년 AI 커맨드센터 도입 이후 병상을 효과적으로 관리, 평균 35개 병상에 추가로 환자를 입원시킬 수 있게 됐다. 입원 병상 확보로 환자의 복도 대기 시간과 장비, 의료진, 의약품 추가 투입도 줄일 수 있었다.

적재적시에 효과적인 치료를 제공해 환자 입원 기간을 줄이는 결과도 나왔다. 2019년 AI 컨트롤센터를 도입한 템파종합병원은 시스템 사용을 시작한 7개월 이후 환자 평균 입원 기간을 약 12시간 정도 단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터 박 험버 리버 병원 정보 책임자는 “병원은 오류를 일으키지 않는 수준까지 도달해야 한다”며 “커맨드센터를 통해 위험 상황을 파악하고 조치를 취해 부정적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고 전했다.

존 쿠어리스 탬파 종합 병원 CEO는 “(AI 커맨드센터는) 임상 팀의 요구를 신속하게 예측할 수 있게 해준다. 이를 바탕으로 가장 필요한 때 적절한 도구와 자원을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의 목표는 임상 지원 시스템을 지속 가능하고 반복 가능한 방식으로 개선함으로써 환자에게 보다 나은 치료를 제공할 수 있는 방법을 계속해서 탐색하는 것이다. 헬스케어 전달 방식을 내부에서부터 바꿔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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