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거리두기 실천으로 고향 방문 최소화
온라인 성묘·화상 가족모임·벌초 대행서비스 등
집에서 즐기는 놀이‧문화생활‧랜선여행 등 인기

경북 칠곡군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벌이고 있는 '언택트 추석캠페인'에 많은 군민들이 참여했다. (사진=칠곡군 제공).
경북 칠곡군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벌이고 있는 '언택트 추석캠페인'에 많은 군민들이 참여했다. (사진=칠곡군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속에 처음으로 맞는 추석 풍경은 예년 같지 않다. 정부와 지자체의 당부에 따라 많은 시민들이 올해는 고향 방문을 자제하면서 언택트(비대면) 추석 연휴를 보내고 있다.

온라인 추석 선물 준비를 비롯해 부모‧친척에게 영상통화로 안부 인사를 전하고 가족들과 화상채팅으로 모임을 갖거나 차례‧성묘 대행서비스를 이용하는 등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한가위 풍속도가 바뀌고 있다.

◇ “가족들과 영통‧온라인으로 만나요”…방구석 랜선 가족모임

올해 추석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고향방문 대신 비대면 온라인 성묘나 영상통화로 가족 간 정 나누기가 권장되고 있다.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29일 오전 전남도 신안군 임자도 복지센터에 설치된 기가사랑방에서 김정임 할머니(73)가 'KT 나를(Narle)' 앱 영상통화를 이용해 서울에 사는 손주 정서율 양, 전남에 사는 정윤찬 군과 비대면 영상통화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제공).
올해 추석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고향방문 대신 비대면 온라인 성묘나 영상통화로 가족 간 정 나누기가 권장되고 있다.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29일 오전 전남도 신안군 임자도 복지센터에 설치된 기가사랑방에서 김정임 할머니(73)가 'KT 나를(Narle)' 앱 영상통화를 이용해 서울에 사는 손주 정서율 양, 전남에 사는 정윤찬 군과 비대면 영상통화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제공).

"올해 추석에는 코로나 때문에 고향 집에 내려가는 건 포기했어요. 대신 영상통화로 안부 인사를 드렸는데, 아쉽지만 조심해야지요."

직장인 이모씨(31)는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이번 추석에는 고향에 내려가지 않기로 했다. 인파가 몰리는 기차역이나 버스터미널에서 출발하는 일부터 친인척들이 큰집에 모여 다 함께 차례를 지내고 식사를 하는 일까지 아무리 조심한다고 해도 위험요소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한 주민이 인천시가 SNS상 진행 중인 '슬기로운 집콕생활' 이벤트에 참여해 추석 연휴기간 고향에 가지 않고 영상통화로 가족과 서로간 안부를 나누는 모습을 전하고 있다. (사진=뉴스1 제공).
한 주민이 인천시가 SNS상 진행 중인 '슬기로운 집콕생활' 이벤트에 참여해 추석 연휴기간 고향에 가지 않고 영상통화로 가족과 서로간 안부를 나누는 모습을 전하고 있다. (사진=뉴스1 제공).

이씨처럼 올해에는 코로나19 확산 방지 노력에 동참하면서 언택트 추석을 맞이하는 이들이 적지 않게 눈에 띈다. 귀성길에 오르는 대신 가족들과 영상통화로 서로의 안부를 묻는 등 고향 방문과 가족 모임을 최대한 자제하는 분위기다.

찾아오는 가족도 없이 썰렁한 명절을 보내야하는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보고 싶은 손주들과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스마트폰에 모바일 메신저를 설치해 영상통화를 한다. 명절인데도 얼굴을 볼 수 없는 가족들은 어색하지만 온라인으로 랜선 모임을 갖는다.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지난달 29일 오전 광주 광산구 광주송정역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뉴스1 제공).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지난달 29일 오전 광주 광산구 광주송정역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뉴스1 제공).

◇ 불효자 안 되는 법…온라인 성묘‧차례부터 벌초‧참배 대행까지

e-하늘 장사정보 시스템에서 제공하는 '온라인 추모·성묘 서비스. (사진=e하늘장사정보시스템 홈페이지 제공).
e-하늘 장사정보 시스템에서 제공하는 '온라인 추모·성묘 서비스. (사진=e하늘장사정보시스템 홈페이지 제공).

추석 명절이면 조상묘를 찾던 성묘객들도 사전 예약으로 미리 성묘를 다녀오거나 온라인 성묘로 대신하고 벌초 대행 서비스를 이용하는 등 진풍경이 펼쳐졌다. 최근 시골 곳곳에 걸린 ‘불효자는 옵니다’라는 현수막 문구는 코로나가 바꾼 추석 풍경을 실감하게 한다.

그렇다고 자식 된 도리를 안 할 수는 없다. 보건복지부와 한국장례문화진흥원이 운영하는 추모‧성묘 온라인 서비스 'e-하늘 장사정보시스템‘이 지난달 21일에 개시됐다. 온라인 공간에서 조상께 차례상을 올리고 분향과 헌화를 하고 영정사진을 관리한다. 또 고인을 추모하는 공간을 만들어 추모글을 작성하고 가족끼리 SNS로 공유하면서 추억을 되새긴다.

지난달 25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충혼당에서 직원들이 참배객들을 대신해 참배하고 있다. 서울현충원은 추석 연휴기간 국립묘지 운영 중지에 따른 참배객의 불편을 해소하고자 온라인으로 안장자에게 추모글을 남길 수 있도록 '사이버 추모관'을 운영하고, 가족이 원하는 경우에는 현충원 직원이 직접 참배드리고 사진도 전송해 주는 '참배 대행 서비스'를 제공한다. 국립서울현충원 카카오톡 채널 친구추가를 통해 채팅창으로 신청할 수 있다. (사진=뉴스1 제공).
지난달 25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충혼당에서 직원들이 참배객들을 대신해 참배하고 있다. 서울현충원은 추석 연휴기간 국립묘지 운영 중지에 따른 참배객의 불편을 해소하고자 온라인으로 안장자에게 추모글을 남길 수 있도록 '사이버 추모관'을 운영하고, 가족이 원하는 경우에는 현충원 직원이 직접 참배드리고 사진도 전송해 주는 '참배 대행 서비스'를 제공한다. 국립서울현충원 카카오톡 채널 친구추가를 통해 채팅창으로 신청할 수 있다. (사진=뉴스1 제공).

산림조합중앙회도 벌초 작업을 직접 하기 어려운 성묘객을 위해 대행 서비스를 실시했다. 국립서울현충원은 온라인으로 안장자에게 헌화‧분향‧추모글을 남길 수 있는 '사이버 추모관'을 운영한다. 유가족이 원할 경우 현충원 직원이 대신해 직접 참배를 드리고 사진을 전송해주기도 한다. 벌초‧참배 대행뿐만 아니라 차례상을 대신 차려주는 서비스도 인기다.

◇ ’언택트 문화생활‘ VR‧AR‧AI로 집에서 즐긴다

SK텔레콤 청소년 모델이 점프 VR앱을 활용해 덕수궁 석조전 접견실 내부를 관람하고 있다. (사진=SK텔레콤 제공).
SK텔레콤 청소년 모델이 점프 VR앱을 활용해 덕수궁 석조전 접견실 내부를 관람하고 있다. (사진=SK텔레콤 제공).
'창덕 아리랑 앳 홈' 앱을 집 안 식탁 위나 거실에서 구동한 모습. (사진=SK텔레콤 제공).
'창덕 아리랑 앳 홈' 앱을 집 안 식탁 위나 거실에서 구동한 모습. (사진=SK텔레콤 제공).

고향에 계신 부모님께 영상통화로 안부 인사를 드리고 성묘‧벌초도 다 마쳤다면 이제 남은 추석 연휴기간을 즐겨보자. 물론 가족‧친구들과 만나 직접 공연장을 찾는 것과는 분명 다르다. 하지만 혼자 방안에서 편한 복장으로 드러누워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영상으로 즐기는 문화생활은 또 다른 매력이 있다.

이에 국내 이동통신사들은 앞다퉈 VR‧AR 기술을 접목한 흥미로운 콘텐츠를 선뵈고 있다. SK텔레콤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창덕궁 곳곳을 어디서나 360도로 둘러보며 감상할 수 있도록 ‘창덕 아리랑(AR-irang) 앳 홈’ AR 앱 서비스를 내놨다. AR로 궁중무용을 관람하고 왕‧왕후와 함께 사진을 찍거나 AR활쏘기, AR연날리기 등을 체험할 수도 있다.

이제 직접 가지 않고도 방안에서 360도 VR영상 등을 통해 공연장의 생생한 현장감을 느낄 수 있는 서비스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LG유플러스의 경우 뮤지컬 ‘모차르트!’를 비롯해 여러 뮤지션의 라이브 공연을 360도 3D AR콘텐츠로 제작하기도 했다.

LG유플러스가 인기 뮤지컬 '모차르트!'를 증강현실(AR) 콘텐츠로 제작해 U+AR 앱을 통해 서비스한다. (사진=LG유플러스 제공).
LG유플러스가 인기 뮤지컬 '모차르트!'를 증강현실(AR) 콘텐츠로 제작해 U+AR 앱을 통해 서비스한다. (사진=LG유플러스 제공).

아울러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추천 알고리즘이 영화‧웹툰‧음악 등 각종 문화 서비스에 접목돼 문화생활을 더욱 다채롭고 풍성하게 만들어준다. 특히 이번 추석연휴에는 AI가 추천해준 취향저격의 맞춤형 콘텐츠가 ‘홈추족(집에서 추석을 보내는 사람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해주고 있다.

◇ 올 추석연휴 랜선 여행…VR‧AR로 생생하게

(사진=전남도청 홈페이지 제공).

이번 연휴기간에는 코로나 감염 확산 우려로 인해 많은 이들이 고향으로 내려가는 발은 묶였지만 온라인 가상공간으로 눈을 돌리면서 색다른 여행을 떠날 수 있게 됐다.

한국관광공사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고향 방문은 물론 국내여행에 나서지 못하는 집콕족을 위해 추석맞이 랜선 국내여행 이벤트를 마련했다. 그중 ‘풀코스 집콕여행’은 시원한 사이다뷰 드론여행, 360도 VR 파노라마, ASMR 콘텐츠 등 다양한 온라인 여행 콘텐츠를 맘대로 골라 즐길 수 있도록 구성됐다.

한국관광공사가 제공하는 ‘풀코스 집콕여행’에서는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시원한 사이다뷰 드론여행, 360도 VR 파노라마, ASMR 콘텐츠 등 다양한 여행 콘텐츠를 맘대로 골라 즐길 수 있다. (사진=한국관광공사 홈페이지 제공).
한국관광공사가 제공하는 ‘풀코스 집콕여행’은 시원한 사이다뷰 드론여행, 360도 VR 파노라마, ASMR 콘텐츠 등 다양한 여행 콘텐츠를 맘대로 골라 즐길 수 있도록 구성됐다. (사진=한국관광공사 홈페이지 제공).

국내 명소 외에 프랑스 파리, 영국 런던 등 해외 유명 도시를 VR 영상으로 투어하는 서비스도 등장했다.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은 꿈도 못 꾸는 상황에서 이렇게나마 집콕족들의 아쉬운 마음을 달래주고 있는 셈이다.

아직까지는 콘텐츠의 다양성이나 몰입감 등 다소 실망스러운 측면도 있다. 다만 코로나로 인해 비대면 문화가 날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VR‧AR을 넘어 확장현실(XR) 기술이 발전하게 되면 정말 실감나고 생동감 넘치는 체험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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