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난양이공대, ‘미니 브레인’ AI 시스템 개발
기존 로봇 대비 반응‧응답시간 등 5~10배 감소 효과
향후 로봇 시스템의 효율성‧경제성 제고 기여 전망

(사진=NTU Singapore).
(사진=NTU Singapore).

이제 로봇도 인공지능(AI) 기술을 이용해 마치 살아있는 사람처럼 고통을 느낄 수 있는 존재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뿐만 아니라 마치 인간의 피부가 베인 후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아물듯이 가벼운 상처는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능력도 생겼다.

싱가포르 난양이공대(NTU) 연구진이 인간의 뇌에서 영감을 얻어 로봇이 고통을 인식하고 손상 시 스스로 수리할 수 있는 AI 시스템을 개발해 이목을 끌고 있다. 지난 15일(현지시간) NTU에 따르면 이 시스템은 AI 기반 센서노드를 갖췄다. 이 센서노드를 통해 물리적인 힘의 압력으로 발생한 ‘통증’을 처리하고 대처할 수 있다. 또 시스템은 로봇이 경미한 손상을 입으면 인간의 개입 없이도 이를 감지하고 스스로 수리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사진=NTU Singapore).
(사진=NTU Singapore).

현재 대부분의 로봇은 센서 네트워크를 통해 주변 환경 정보를 생성한다. 예를 들어 재난 구조 로봇은 카메라와 마이크 센서를 사용해 잔해 속에 매몰된 생존자의 위치를 찾아낸 다음, 팔에 탑재된 터치 센서의 안내에 따라 생존자를 밖으로 끌어낸다. 또 공장 조립라인의 작업 로봇은 비전 센서를 이용해 팔을 올바른 위치로 움직이거나 터치 센서로 물체를 집어들 때 물체가 미끄러지는지 확인한다.

센서들은 일반적으로 정보 처리 기능을 하지 않는다. 대신 학습이 이뤄지는 대규모 단일 중앙처리장치로 전송해 정보를 처리한다. 그 결과 기존 로봇들은 반응‧응답시간이 느려지고 유지보수‧수리가 필요한 손상을 입기 쉬우며 손상 시 비용과 시간도 많이 들게 된다.

그런데 이번에 연구진이 개발한 시스템은 센서노드 네트워크에 AI를 접목하는 방식을 취했다. 이 센서노드 네트워크는 수많은 소규모 처리장치에 연결되는데, 이는 마치 로봇 피부에 분산된 ‘미니 브레인’과 같은 역할을 한다. 즉 학습이 한 곳이 아닌 국부적으로 이뤄져 기존 로봇보다 연결 필요성과 반응‧응답시간 등을 5~10배 감소시킬 수 있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사진=NTU Singapore).
(사진=NTU Singapore).

연구진은 로봇에게 고통을 인식하고 해로운 자극을 학습하는 법을 가르치고자 멤트랜지스터(memtransistor)라 불리는 기억‧정보처리가 가능한 전자장치를 만들었다. 아울러 이 시스템을 자가 치유를 위한 이온 젤 소재과 결합함으로써 로봇이 손상됐을 때 인간의 개입 없이도 로봇 스스로 기계적인 기능을 회복할 수 있도록 했다.

연구진은 로봇이 어떻게 실시간으로 손상에 반응하는 법을 배우는지 실험했다. 로봇은 날카로운 물체로 절단되면서 곧바로 기계적인 기능을 상실했다. 그러나 자가 치유를 돕는 이온 젤 분자들이 상호작용을 시작하자 높은 반응성을 유지하면서 손상된 부위를 수리해 스스로 기능을 회복했다. 마치 인간의 피부가 베인 후 스스로 치유되는 것처럼 말이다.

심지어 손상된 이후에도 압력에 계속 반응한다는 사실을 밝혀냄으로써 시스템의 견고함을 입증해냈다. 연구진은 이 같은 자가 치유 기능이 미세하게 긁힌 상처 등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의도치 않은 기계적 손상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데 실마리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했다. 또 불필요한 전자부품을 줄이고 유지보수 비용을 절감하는 등 향후 로봇 시스템의 효율성과 경제성 제고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 NTU의 연구 성과는 세계적인 과학 학술지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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