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지식재산권은 AI 스스로 창출한 무형적인 것"
"AI 지식재산권 보호는 AI 창작 기술 개발 이끌고 부가 서비스 창출할 것"
"인간의 창작물보다 낮은 수준의 제한적 보호...'AI 지식재산 특별법' 제정 제안"

 

손승우 중앙대 산업보안학과 교수(사진=김재호 기자)

"인공지능(AI)은 그림, 글, 음악을 창작하고 발명까지 가능한 수준입니다. 하지만 현재 저작권법과 특허법은 인간 창작물만 보호하기 때문에 AI 창작물을 보호할 기반이 부족합니다. 지식재산권 창설은 AI 기술 발전을 촉진하고 부가적인 서비스를 창출하는 데 도움을 줄 것입니다."

손승우 중앙대 산업보안학과 교수는 AI 지식재산권 개념의 필요성을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대학에서 산업보안법제를 가르치며 산업계와 관련한 법제를 연구하고 있는 법학 교수다.

손 교수는 법학 박사이면서 지식재산 분야를 연구해 온 전문가다. 저작권법과 부정경쟁방지법 등 지식재산권법 제정ㆍ개정 작업에 참여하고 한국지적재산권경상학회장과 국가지식재산위원회 전문위원 등을 거쳤다.

지난 2016년부터 AI 지식재산권 연구를 시작, 이듬해 '국가지식재산위원회 산하 차세대 지식재산 특별전문위원회 AI 지식재산 권리 보호ㆍ활용 소위'에 전문위원으로 참가한 후 지금까지 AI 지식재산권 법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 'AI 지식재산'은 AI 창작 기술 발전과 부가 서비스 창출할 것…기준과 범위 정리해 AI 산업 진흥 꾀해야

"AI 지식재산 개념은 최근 AI 기술이 기존 법체계와 충돌하며 생긴 개념입니다. AI 지식재산은 AI 스스로 창출한 무형적인 것이며 재산적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AI 지식재산 범위와 법률적 보호 대상 등이 모호해 학계에서 다양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손 교수는 AI 지식재산을 "자율성을 갖춘 AI 스스로 창출한 지식ㆍ정보ㆍ기술ㆍ사상ㆍ감정표현, 그밖에 무형적인 것으로 재산적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것"으로 정의했다.

그는 AI 지식재산 보호가 국내 AI 기술ㆍ산업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했다. 손 교수는 "해외 주요국과 비교해 국내 AI 콘텐츠 수가 적고 관련 기술 발전 수준도 더딘 편"이라고 평가하며 "AI 지식재산 개념을 도입해 AI 창작ㆍ발명 보호의 불확실성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AI 창작 기술은 단순히 그림, 음악 등을 만들어 내는 데 그치지 않고 빅데이터 분석, 로봇 기술, 소프트웨어(SW) 등과 결합해 사회 전반적 효용을 이끌어낼 수 있다"며 "다양한 AI 기술 투자 유인과 부가 서비스 창출이 가능한 법ㆍ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인간의 창작 활동에 있어 AI 창작 기술을 활용할 수 있다고 봤다. AI 창작물을 이용한 2차 창작과 초안 작업 등 인류의 창작 활동에 보조적 수단으로 이용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중국 소셜 앱 틱톡은 AI 음원 스타트업 쥬크덱을 인수하고 자체 동영상 서비스에 저작권 없는 음원 사용을 지원하고 있다.

손 교수는 "인간은 그림, 음악, 실연 등 다양한 AI 예술을 감상할 수 있다"며 "경제적 효과 뿐만 아니라 사회ㆍ문화적 효용성도 있다"고 기대했다.

그는 AI 지식재산의 구체적인 개념부터 확립해야 한다고 봤다. AI 지식재산을 향한 개념과 '문화ㆍ예술 창작물' '발명' '디자인' 등 구체적인 보호 범위 등을 규정하고 사회적 합의를 거쳐 관련 쟁점을 해결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AI 지식재산 보호는 AI 창작 기술ㆍ서비스 개발 과정에 개발자의 창작ㆍ노력의 대가를 권리로 보상해주는 것입니다. 이 같은 법적 보호 인센티브가 없다면 AI 창작 기술 자체 발전을 저해하고 다양한 AI 산업 투자ㆍ개발을 감소시킬 수 있습니다."

◆ 제한적 수준의 'AI 지식재산 특별법' 제정 필요...인간ㆍAI 창작물 간 보호 기준 명확히 해야

지난 12일 한국법제연구원이 개최한 규제혁신포럼2020에서 손 교수는 'AI 지식재산 특별법' 제정을 제안했다. 현행법상 AI 지식재산 보호에 한계가 있어 특별법을 제정, 인간 창작물 보호 기준보다 낮은 수준의 AI 지식재산 보호 기반을 두자는 의미다.

손 교수는 특별법 제정을 제안한 이유로 '국제 협약에 근거한 현행법의 한계'와 '인간 창작물 보호 기준과의 분리'를 들었다.

현재 국내 저작권법은 국제적 저작권 보호 조약인 '베른 조약'에 근거를 두고 있다. 이 조약은 인간의 창작물 보호를 근간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AI 지식재산 보호를 위한 국내 저작권법 개정은 한계가 있다. 국내법 제정 방향을 택할 경우 국제적 논의를 통한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

"국제 지식재산 틀 속에서 AI 지식재산 보호를 실현할 경우 법적 정합성 유지와 안정성 확보가 가능합니다. 하지만 장기간의 국제적 논의가 필수적이고 국내 산업 발전을 위한 선제적 이익을 갖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이에 국내 상황에 맞춘 AI 지식재산 특별법을 별도 제정하고 국제 사회에 AI 지식재산의 선도적 사례를 제시하는 것을 제안했습니다."

또 손 교수는 AI 지식재산 보호 근거를 인간 창작물 보호 근거보다 낮은 수준으로 설정해 구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손승우 중앙대 산업보안학과 교수(사진=김재호 기자)
손승우 중앙대 산업보안학과 교수(사진=김재호 기자)

"동일 기준에서 인간과 AI의 지식재산을 보호할 경우 AI의 창작물을 인간의 창작물로 허위 등록할 수 있고, 양산 가능한 AI 기술 특성상 AI 창작물 등록을 과도하게 신청할 수 있습니다. 인간의 창작 활동과 권익을 저해하지 않는 수준에서 AI 창작물을 보호해야 합니다."

특별법 제정 시 보호 대상도 AI의 결과물로 한정했다. 인간이 직접 설계ㆍ제작한 AI 자체의 경우 국내 저작권법으로 충분한 보호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견해를 바탕으로 손 교수는 AI 지식재산 특별법을 제정하고 '등록제도'를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창작 AI를 개발한 자가 AI 창작물 보호를 원할 경우 해당 창작물과 개발자 정보를 함께 등록하는 것이다. AI 창작물을 인간의 창작물로 허위등록하는 문제를 방지하자는 취지다.

등록제도는 현행 저작권법과 비교해 저작권 등록 절차를 갖췄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국내 저작권법은 베른 협약이 취하고 있는 '무방식주의' 원칙에 따라 저작권 등록에 특정 절차나 형식적 요건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손 교수는 "AI 지식재산 특별법에 등록제도를 도입하고 등록기관을 선정해 허위등록 문제와 무분별한 AI 창작물 등록을 방지할 수 있다"며 "해당 AI 개발자를 확인하고 기존 지식재산과의 유사성 여부를 심사해 저작권 침해물이 등록되지 않도록 검증 절차 마련을 검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AI 지식재산의 권리 귀속은 AI를 개발한 사람에게 부여하는 것이 타당하며, 다수 개발자인 경우를 고려해 '집합적 권리'를 검토해야 한다"고 짚었다.

일반적으로 AI 기술은 다수 개발자가 함께 참여한다. 이에 AI 지식재산 권리를 부여할 경우 창작 기여율에 따라 권리자를 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하지만 실무적으로 그 경계를 명확히 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AI 결과물이 나오기까지 투자하고 노력한 이들에게 이익을 나눠 주는 것이 당연합니다. 저작권법상 영상저작물에 대한 권리 규정을 두고 있듯이 AI 창작 과정에 걸친 권리 추정 규정을 두는 방안을 검토해야 합니다. AI 창작물 등록 시 창작에 기여한 사실관계를 충분히 기술하도록 의무를 부여하는 방안도 필요합니다."

◆ 해외 주요국도 AI 지식재산권에 집중…정부의 AI 지식재산권의 효용성 검증 필요

현재 유럽과 일본 등 주요국에서 AI 지식재산권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지난 해 12월 세계지적재산기구(WIPO)는 'AI 이슈 보고서'를 통해 AI 창작ㆍ발명을 보호할 지식재산권이 필요하다고 발표했고, 일본의 경우 2016년 지식재산전략본부가 'AI 창작물 보고서'에서 AI 창작물 보호의 필요성을 설명했다"며 "이 같은 국제적 움직임은 AI 기술 개발에 따라 발생한 지식재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접근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AI 창작물을 보호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2019년 영국 서레이(Surrey) 법대 특허법연구팀이 개발한 AI가 발명품을 제작했다. 이에 연구팀은 AI가 만든 발명품을 영국, EU, 미국 등에 AI 이름으로 특허 출원했다. 하지만 특허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중국의 경우 올해 3월 중국 법원이 AI가 작성한 글의 저작권을 처음으로 인정한 사례가 있었다.

손 교수는 "현재 국내ㆍ외에서 AI가 창작물을 만든 사례가 늘고 있다"며 "AI의 창작ㆍ특허 활동을 지원할 수 있도록 국제사회에서 다양한 AI 지식재산 이슈를 다루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손 교수는 정부가 AI 지식재산권의 효용성을 검증해 볼 필요가 있다고 봤다.

"현재 일부 국가에서 AI 지식재산권의 필요성을 확인한 만큼, 국내 정부도 이를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AI 지식재산의 사회적ㆍ경제적 효용성을 점검하고 국내 AI 산업에 미칠 영향을 예상해보는 것이죠."

 

[관련 기사] [포럼 리뷰] AI 저작권ㆍ창작권 이슈...데이터 활용 넓히고 AI 지식재산 특별법 제정해야

[관련 기사] 국가지식재산위원회, AI-IP 전문 기업 육성한다

키워드 관련기사
  • 전남대, 미래 인공지능 지식재산 전문가 키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