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메모리 약 10조원에 인수…옵테인 사업 제외
SK하이닉스, 인텔 메모리 인수로 업계 2위 등극
"이번 인수로 SK하이닉스의 기업용 SSD 제품군 강화할 것"

인텔의 SSD 사업이 SK하이닉스에 인수됐다. (사진=인텔)
인텔의 SSD 사업이 SK하이닉스에 인수됐다. (사진=인텔)

지난달 14일 단행된 '엔비디아의 Arm 인수'와 지난 주 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로 불거진 'AMD의 자일링스 인수설에 이어, 반도체 업계에 또 다른 인수합병이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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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가 인텔 메모리 반도체 사업을 인수한 것이다.

낸드플래시(NAND) 메모리 부문 시장점유율 4위였던 SK하이닉스는 이번 인수로 2위까지 올랐다. 점유율 1위인 삼성전자에는 못 미치지만, 6위였던 인텔의 점유율을 흡수하며 2위였던 키옥시아(구 도시바메모리)와 웨스턴디지털(WDC)을 뛰어넘은 것이다.

◇SK하이닉스, 인텔 낸드 사업 인수 공시…약 10조원, 옵테인 사업 제외

SK하이닉스는 20일 '주요사항보고서(영업양수 결정)'이라는 제목으로 인텔 낸드(NAND) 사업부를 인수했다고 공시했다. 

SK하이닉스는 "인텔 SSD 사업 부문, NAND 단품 및 웨이퍼 비즈니스, 중국 다롄(Dalian) 생산시설을 포함한 NAND 사업(옵테인 사업부 제외)"라고 주요내용을 공시했으며, 인수금액은 10조 3104억원이다.

SK하이닉스에 따르면, 업체는 인텔과 2021년 말까지 주요 국가의 규제 승인을 얻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 규제 승인을 받으면 SK하이닉스는 우선 70억 달러를 지급하고 인텔의 낸드 SSD 사업(SSD 관련 IP와 인력 등)과 중국 다롄팹 자산을 SK하이닉스로 이전한다.

인수 계약 완료가 예상되는 2025년 3월에 SK하이닉스는 20억달러를 지급하고 인텔의 낸드플래시 웨이퍼 설계와 생산관련 IP, R&D 인력 및 다롄팹 운영 인력 등 잔여 자산을 인수한다. 인텔은 계약에 따라 최종 거래 종결 시점까지 다롄팹 메모리 생산 시설에서 낸드 웨이퍼를 생산하며 낸드플래시 웨이퍼 설계와 생산관련 IP를 보유한다.

낸드플래시 기업 로드맵 (자료=트렌드포스)
낸드플래시 산업의 변화 (자료=트렌드포스)

이석희 SK하이닉스 CEO는 “낸드플래시 기술의 혁신을 이끌어 오던 SK하이닉스와 인텔의 낸드 사업부문이 새로운 미래를 함께 만들 수 있게 되어 매우 기쁘다”면서 “서로의 강점을 살려 SK하이닉스는 고객의 다양한 요구에 적극 대응, 낸드 분야에서도 D램 못지않은 경쟁력을 확보하며 사업구조를 최적화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밥 스완 인텔 CEO는 “인텔이 쌓아온 낸드 메모리 사업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이번 SK하이닉스와의 결합을 통해 메모리 생태계를 성장시켜 고객, 파트너, 구성원 등에게 혜택을 줄 수 있을 것”이라며 “인텔만이 할 수 있는 차별화된 기술에 우선순위를 두고 투자해 고객과 주주에게 더 많은 가치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 인텔 메모리 인수로 업계 2위 등극

글로벌 반도체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TrendForce)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2분기 낸드플래시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와 인텔이 각각 11.7%, 11.5%의 시장점유율로 4, 6위에 올랐다. 

2분기 낸드플래시 점유율 (자료=트렌드포스)
2분기 낸드플래시 점유율 (자료=트렌드포스)

트렌드포스는 "이번 인수는 SK하이닉스의 기술 보완과 기업용 SSD 제품군 강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기준 SK하이닉스 낸드 플래시 매출의 60% 이상은 eMCP, eMMC 제품 등 모바일 시장에서 나왔다. 반면 인텔은 기업용 SSD 시장에서 뛰어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인텔은 기업용 SSD에서 삼성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중국 시장의 50% 이상을 점유했다. 

기업용 SSD는 NAND 플래시 전체 제품군 중에서 수익성이 가장 높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인텔의 솔루션 기술과 생산 능력을 접목해 기업용 SSD 등 고부가가치 중심의 3D 낸드 솔루션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SK하이닉스 낸드플래시 웨이퍼는 모두 국내에 생산되고 있으며, 인텔 낸드플래시는 중국 다롄에서 모두 생산된다.

또한 전체 낸드 공급업체 가운데 인텔은 QLC를 가장 많이 채택했다. 트렌드포스는 QLC SSD가 올해 말까지 낸드플래시 비트 생산량의 3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QLC(Quadruple Level Cell)는 하나의 셀에 4비트 정보를 저장하는 낸드플래시다. SSD는 하나의 셀에 1비트 정보를 저장하는 SLC(Single Level Cell)에서 출발했다. 이어 2비트 MLC(Multi Level Cell), 3비트 TLC(Triple Level Cell), QLC가 개발됐다.

하나의 셀에 4비트의 정보를 저장해 QLC는 같은 면적의 웨이퍼에서 SLC보다 4배의 용량을 더 담을 수 있다. 비용효율적이다.

업계에 따르면 QLC가 TLC 대비 30% 원가 절감이 가능하다. MLC, SLC와 비교하면 원가 차이가 더 커진다.

업계는 이번 인수에 인텔의 낸드 플래시 사업만 포함되며, 차세대 기술이 접목된 3DX포인트(3D Xpoint) 사업은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을 주목했다. 인텔의 메모리 포트폴리오가 차세대 기술로 집중되기 때문이다.

이날 하나금융투자는 "인텔이 메모리 사업을 구조조정하는 이유는 지속적 손실과 미중 무역 분쟁 때문으로 판단된다"며 "구조조정이 생산라인 매각에 그칠지 해당 사업부의 전체적 매각까지 확대될지 지켜봐야 하지만 큰 그림은 기존 사업 중에 3DX포인트로 불리는 옵테인 제품에 집중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고서를 통해 분석했다.

인텔의 옵테인 메모리 기술?

3DX포인트 기술(사진=인텔)
3DX포인트 기술(사진=인텔)

옵테인 메모리는 2015년 인텔과 마이크론이 함께 만들고 발표한 3DX포인트라는 소자를 이용한다. 양사의 공식적인 발표는 없었지만, 업계는 상변화 메모리(Phase-change Memory, PCM)가 3DX포인트의 핵심기술로 보고 있다. 

PCM은 차세대 메모리 기술의 하나로 업계에서는 P램(PRAM)으로 불린다. 전류를 흘려주면 상태가 결정 또는 비결정질 상태로 변화하는 물질을 이용했다. 빠른 속도로 낸드 플래시를 대체할 기술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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