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 컨설팅 그룹(BCG) ·MIT 슬론 매니지먼트 리뷰 공동 보고서
트렌드 좇아 덜컥 도입했다가는 비용도 시간도 버리는 꼴
기업 성격에 맞는 알고리즘 개발·구축·위기상황 예측 필요
글로벌 택배업체 DHL 성공사례 귀감

(사진=셔터스톡).
(사진=셔터스톡).

기업에서 활용할 수 있는 AI 솔루션은 올해 들어 더욱 더 다양해지고 구축도 용이해졌다. 이같은 기술 진보 덕분에 IT기업이 아닌 각계 기업들은 현재 AI를 활용해 더 많은 이익을 창출하고 성과를 내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보스턴 컨설팅 그룹(BCG)과 MIT 슬론 매니지먼트 리뷰가 공동으로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이렇게 AI 기술을 도입해 전보다 큰 수익을 낸 기업은 전체 중 고작 11%인 것으로 나타났다.

두 기관은 세계 3000여개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했다. 그 결과 올해 ‘AI 기술 도입 의사’를 밝힌 기업은 60%로 지난 2018년에 비해 20%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 세계적으로 AI가 대세인 만큼 그 첨단기술로 기업을 발전시키기 위한 시도 역시 증가한 것이다.

그러나 기업 내 AI 도입은 그리 만만치 않다. 데이터 과학자를 고용해 프로세스 속도를 단축시키면서 효율적인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실행해 성공적인 결과를 얻기까지는 시간도 비용도 많이 든다. BCG는 기업에서 AI 성공률이 낮은 이유로 몇 가지를 꼽고 해결 방안을 제시했다.

AI로 큰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기업 성격과 어울리는 올바른 데이터 구축이 필요하다. 이후 관련 인재를 배치하고 이러한 요소를 전략에 따라 구성해야 한다. 어찌보면 단순하지만 이같은 기본방법을 지키지 않아 초기 단계에서부터 실패하는 기업들이 절반이라고 한다. 또한 보고서는 인간 직원이 AI에게 의존만 하는 것이 아니라 AI 알고리즘에 대해 배우고 이를 통해 개선 방법을 찾는 기업의 투자 성공률이 73%라고 밝혔다.

AI 도입 후 예상 가능한 상황별 위기를 시뮬레이션 해 두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기업은 이름 염두에 두고 인간과 기계가 상호작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 인간직원이 기계보다 효율적으로 일 할수 있는 분야와 AI가 그 가치를 극대화 할 수 있는 영역을 미리 지정해 배치하는 절차도 중요하다.

글로벌 택배업체 DHL은 수하물 운반 및 배달 분야에서 AI를 잘 활용해 상당한 투자수익을 거둔 기업으로 손꼽힌다. DHL AI는 허브터미널에서 화물운반대 위 패키지 스캔을 비롯해 배송경로를 미리 예측해 인간 직원 업무를 줄여준다.

보고서는 오늘날 AI를 도입해 큰 이익을 창출한 DHL 성공 이면에는 8년 전 대대적인 개편이 있다고 적시했다. 지나 정 부사장은 2012년 데이터 과학, 데이터 분석, 머신러닝 등을 통합하기 위해 프로젝트에 착수, 몇 번의 실패를 딛고 지금의 AI와 협업구조를 완성했다고 밝혔다.

AI 시스템과 인간직원이 함께 일하는 DHL 택배물류 허브. (사진=DHL.com, Wired).
AI 시스템과 인간직원이 함께 일하는 DHL 택배물류 허브. (사진=DHL, Wired).

정 부사장은 “DHL 내 AI 시스템은 인간직원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그 임무수행을 완성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허브터미널에서 로봇 팔이 패키지를 똑바로 정렬하지 못할 때, 이를 제어하는 것은 사람이다. 시스템 오류를 바로잡고, 수정작업을 통해 AI 알고리즘에 대해 자세히 배울 수도 있다. 이같은 상호작용으로 DHL은 AI 도입 후 프로세스 능률을 높이고 투자대비 큰 수익을 내며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차량호출 서비스 업체 리프트도 운전자와 탑승객을 매치해 수익을 극대화 시키는 AI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사내 데이터 과학자들은 지속적인 만족도 조사와 알고리즘을 개선해 시스템을 업데이트 하고 있다. 만약 이 기업이 처음 구축한 AI 알고리즘을 그대로 방치해두었다면 성공은 보장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인간과 기계가 함께 일하고 서로에게서 배워야 한다는 원칙을 이행해 성공한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지난 7월 캐나다에 위치한 글로벌 AI 기업 엘리먼트AI의 음병찬 동북아 지역 총괄책임자는 한 강연에서 “10개 기업에 AI 프로젝트를 시작한다면 그 중 9개는 컨셉검증(POC)만 하다 끝난다”고 꼬집었다. 그만큼 AI를 도입해 사업을 한다는 것은 성공에 앞서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것이다.

그러나 보고서는 ‘기본’을 강조하고 있다. 절반 이상이 넘는 실패 사례는 AI를 어떻게 활용할지부터 구축, 도입에 이르기까지 ‘원칙을 중요시 해야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AI 트렌드를 따라가기 급급해 준비가 부족하다면 결과는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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