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팩토리란 용어가 생소하던 시절 대기업에서 스마트팩토리 관련 사업 수행을 체험한 적이 있다. 스마트 산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산업 간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인간 융합(Human Convergence)이 선행되어야 하는 것을 뼈저리게 실감하는 계기가 되었다. 기술과 서비스의 발전만으론 산업간의 융합은 한계에 부닥친다. 업무적 이견 노출 및 일자리 감소에다 산업 융합에 따른 경계심이 심리적 배경에 작용하기 때문이다.

스마트팩토리를 추진하면 일자리가 줄어 든다는데 그 대책을 묻는다. 선진국형 일자리가 늘어나고 산업의 수준이 올라간다고 강조한다. 스마트팩토리 산업은 수요 산업과 공급 산업으로 대별된다. 수요 산업은 스마트 팩토리 기술과 장비를 도입하여 완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국내 주력 산업인 반도체 및 자동차 산업은 수요 산업의 일례이다. 스마트 산업화로 인한 수요 산업의 일자리 감소는 필연적인 현상이다. 그렇다고 스마트 산업화를 추진하지 않으면 치열한 국제 경쟁에 밀려 산업 전체가 도산할 수 있다.

반면에 우리가 취약한 공급 산업은 완제품을 만들기 위해 스마트팩토리용 기술이나 장비를 제공하는 산업이다. 공급 산업은 IoT, Cloud, AI, AR/VR, 5G 기술을 요구한다. 미래형 디지털 첨단 기술이다. 공급 산업이 발전하면 기술의 첨단화로 미래형 일자리가 창출된다. 결론적으로 스마트팩토리의 수요산업은 국제 경쟁력을 갖추게 하고 공급산업은 일자리 확산을 유도함으로써 일국이 세계를 선도하는 선진 국가의 위상을 유지하게 되는 것이다.

스마트팩토리는 제품의 주문 및 생산과 배송 과정의 전 주기에 ICT 기술을 접목하여 제조 혁신이 실현되는 지능형 생산 공장을 의미한다. 스마트팩토리의 특성을 살펴보자. 미래 디지털 요소 기술의 응용 집합체이다. IoT, AI, CPS(Cyber Physical System), 3D 프린팅, 무선 통신 및 보안 기술이 적용된다. 생산 공정이 일관 공정에서 모듈 공정으로 발전한다. 하나의 제품만이 생산되는 라인에서 다양한 제품의 모듈을 제조하는 공간으로 진화한다. 생산은 소품종 대량 생산에서 다품종 소량 생산 구조로 변모한다. 개별 고객의 요구 사항을 반영하는 맞춤형 생산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PLC(Programmable Logic Controller) 1) 기반의 유선 자동화 생산 라인이 IoT 기반의 무선 지능화 라인으로 진화한다. CPS 를 통한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으로 온라인 공간에서 생산 및 제조 관리가 가능하다. 공장 기능이 지구촌에 분산되어 있더라도 전체 제조 기능이 원활하게 작동되는 것이다. 지금 COVID-19로 인한 국가 및 사회 격리 사태가 벌어져도 업무가 정상적으로 수행되는 환경을 제공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인류사의 산업혁명은 제조업에서 점화되었다. 제조 혁명은 산업에 소요되는 자원의 가치를 변화시키고 타 산업을 선도한다. 제조업을 등한시한 채 국가의 미래를 밝힐 수 없다. 이제 제조업의 위상은 더 이상 저렴한 노동력을 전제로 하는 2차 산업이 아니다. 일자리 창출 산업이자 부국 강병의 척도가 되는 산업이다.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독일과 일본의 힘의 배경도 제조 역량에서 나왔다. 한 때 세계사의 강국으로 군림했던 이태리, 스페인, 그리스 등 지중해 연안 국가들의 경제력 쇠퇴도 제조업을 게을리한 결과의 부산물이다. 최근 미중 무역 전쟁과 한일 무역 갈등에서도 분쟁의 핵심도구로 제조 자원과 기술이 등장한다. 자립적인 제조 역량이야말로 강국의 위상과 자부심을 유지하는 힘의 원천임을 깨닫게 하는 대목이다.

우리는 현대사에서 제조업 육성을 통해 가난한 나라의 오명을 벗어 던질 수 있었다. 거기에 386 세대의 ICT 기술력이 더해져서 지금의 선진 국가를 이룰 수 있었다. 지금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앞두고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지금까지 쌓아 온 경제적 위상이 올라서느냐 가라앉느냐 선택의 기로에 서 있는 것이다. 그 선택의 핵심이 스마트팩토리 산업이다.

정부도 스마트팩토리 산업의 가치를 인식하고 연구와 기술개발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에는 아직 이른 감이 있지만 그 노력을 게을리 할 수 없다. 국가 인프라 산업에 버금가는 스마트팩토리 추진에 산업 융합을 위한 시행착오는 필연적으로 뒤따른다. 그 경험을 발판으로 한국형 미래 제조 산업을 설계하고 실현할 수 있는 방책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새로운 시대로의 전환기에서 미래 시대에 물려 줄 스마트한 산업 환경을 제대로 구축해야 한다. 우리의 미션이자 책임이다. 불안한 국제 정세와 4차 산업혁명의 전환기에 대응하여 산학연 혼연일체로 스마트 산업의 실현과 건강한 융합 사회로의 결과를 기대한다.

PLC(Programmable Logic Controller): 산업 플랜트의 자동 제어 및 감시에 사용하는 순차제어 장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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